XpressEngine ver.2

글 수 1,141
  등록 :2015-11-16 20:16
김영란 전 대법관. 사진 창비 제공
김영란 전 대법관. 사진 창비 제공

첫 저서 낸 김영란 전 대법관…직접 참여한 판결 사례 묶어
“정치적 시각과 사회적 시선이 부딪치면 ‘기승전 헌법’이고 ‘기승전 국민주권’입니다. 판단의 중심은 헌법적 가치에 있어야 하고 그중에서도 민주주의의 가치, 기본권 보호에 있겠지요.”


첫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59) 전 대법관이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첫 저서를 펴냈다.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창비)는 그가 대법관 재임기간 6년(2004~10년) 동안 직접 참여했던 전원합의체 판결 86건 가운데 사회적 의미가 큰 열 가지에 대해 쓴 책이다. 전·현직 통틀어 대법관이 판결한 사건에 대한 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16일 서울 정동의 한 콘퍼런스룸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외국에서는 대법관들이 이런 책을 많이 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 판결들은 여전히 살아 있는 논쟁인 만큼, 일반인들이 어려운 판결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2013년 1학기부터 그가 서강대 로스쿨에서 ‘판례실무연구’ 강의를 통해 소개한 대법원 전원합의 판결 내용을 녹취해 뼈대로 삼았다. 그는 “논쟁을 일으키고 싶은 목적도 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판결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정답사회’로서 하나의 답만 찾아내는 데 익숙해요. 다수의견인 결론만 널리 보도되니까요.”


대법관 시절 그는 사회적 소수자의 시각에 주로 서는 ‘독수리 5남매’ 가운데 한 명으로 불렸다. 책에서도 그는 ‘소수자 기본권’을 중요하게 언급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법원이고, 결국 소수자 보호를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곳이 법원”이라는 것이다.


일반인 눈높이에 맞췄다지만, 책의 쟁점 자체는 무거운 편이다. 존엄사 논쟁을 불러일으킨 ‘김 할머니 사건’, 주식회사의 지배구조를 다룬 ‘삼성 사건’, 그밖에도 ‘호주제 폐지 이후 관습법’ ‘종교의 자유’ ‘상지대 사건’ ‘성전환자 성별 정정 사건’ ‘새만금’ 문제 등을 다뤘다.


특히 그 자신이 재판장이었던 ‘삼성 사건’에 대해서는 ‘반성적 회고담’도 담아냈다. “판결에서는 주주 배정이니 제3자 배정이니 하는 법이론적 문제를 많이 얘기했지만, 주주의 권리와 경영자의 권리가 분리되지 않는 우리 사회 대기업의 근원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상 지배주주의 개인기업처럼 운영되는 이른바 ‘재벌’의 행태를 좀 더 깊이 논의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하마평이나 대법원의 다양성, 법원의 보수화, 상고법원 논란 등 현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무엇이라 말하면 편 갈라 버리고, 생각해볼 여지를 안 남기는 우리 사회 문화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청준 소설(<전짓불 앞의 방백>)에서처럼 모든 사람에게 너는 어느 편이냐, 너는 누구냐고 얼굴에 딱 들이대는 건 무서운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책에 내 견해를 밝힐까 생각해봤지만 결국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이냐는, 여지를 남기고 싶었어요.”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번호
제목
글쓴이
141 [단독] 세월호 도보행진단 머리 위 드론의 정체는?
[관리자]
2015-02-09 4518
140 엄마 다리 주물러주고 스포츠카 사주겠다 했지…우리 잠깐 헤어진 거야
[관리자]
2015-01-19 4518
139 딸은 엄마의 인생 친구…그 애들을 버린 저들이 양심의 가책 느낄까요?
[관리자]
2014-10-28 4518
138 2년 만에 끝난 행복…엄마가 여동생과 아빠를 지켜줄게
[관리자]
2014-07-04 4518
137 우리, 대학교 졸업하면 하고 싶은거 다 해보며 같이 살기로 했잖아…
[관리자]
2014-10-10 4517
136 아이들 구조 못한 이유가 선장 등 개인 탓 뿐인가?
[관리자]
2015-04-13 4515
135 4월 12일에 엄마 아빠 결혼기념 여행 보내주고…구조될거라 했는데, 걱정 말라 했는데…
[관리자]
2015-01-12 4513
134 교황에 세례받은 세월호 아빠 520km '3보 1배'
[관리자]
2015-02-25 4512
133 "대통령 4.3 불참, 보수측 이념 공세 때문?" / 노컷 뉴스
[관리자]
2014-04-03 4511
132 “정부 시행령 철회하라”…세월호특위 공식 결의
[관리자]
2015-04-03 4510
131 이번엔 세계 사학자들이 나섰다..시험대 오르는 '아베 담화'
[관리자]
2015-05-06 4508
130 보고싶어, 자동차완구 조립하던 모습, 축구하던 모습, 기타치던 모습…
[관리자]
2014-10-09 4506
129 ‘베테랑’이 걱정스런 당신께 / 박권일
[관리자]
2015-08-29 4504
128 "대통령은 국민에게 한없이 낮아지고 겸양해야"
[관리자]
2015-04-29 4503
127 ‘세월호 참사’ 단원고 눈물의 졸업식
[관리자]
2015-01-10 4503
126 [이 순간] 우리들 눈부신 웃음 가득했던…
[관리자]
2015-02-06 4502
125 총리가 위원장 맡는 4·3 명예회복위 문창극에 맡기기엔 부적절 /한겨레
[관리자]
2014-06-16 4498
124 너를 앗아간 세상…힘 없는 부모라 더 미안해
[관리자]
2014-11-07 4496
123 겨울날 눈꽃으로…봄날엔 아지랑이로 다시 세상에 피어나렴
[관리자]
2014-11-03 4496
122 대한민국호는이미침몰중이었다 /김동춘 교수
[관리자]
2014-04-22 4495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