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입력 2015.03.09 11:08 | 수정 2015.03.09 11:20

필라델피아 '포 채플린스 메모리얼 파운데이션' 골드메달 수상

(필라델피아=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세월호 참사 때 많은 학생을 살리고 숨진 최혜정 단원고 교사와 박지영 세월호 승무원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미국에서도 평가를 받았다.

'포 채플린스 메모리얼 파운데이션'은 8일(현지시간) 과거 해군 기지였던 미국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에서 '골드메달 시상식'을 열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다 끝내 주검으로 발견된 이 두 사람에게 최고상을 수여했다.

이 재단은 1943년 독일에 피격돼 침몰한 미군 함에서 자신들의 구명조끼를 병사들에게 벗어주고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한 성직자 4명을 기리려고 1951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만들었다.

↑ '세월호 영웅' 최혜정·박지영씨 희생정신 미국서도 칭송 (필라델피아=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세월호 참사때 희생정신을 발휘한 최혜정 단원고 교사와 박지영 승무원이 8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에서 '포 채플린스 메모리얼 파운데이션'으로부터 골드메달을 받았다. 왼쪽 세번째부터 최 교사의 아버지 최재규씨, 박 승무원의 이모부 유진규씨, 최 교사의 어머지 송명순씨, 박 승무원의 어머니 이시윤씨. 2015.3.9 sungje@yna.co.kr

↑ '세월호 영웅' 최혜정·박지영씨 희생정신 미국서도 칭송 (필라델피아=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에서 '포 채플린스 메모리얼 파운데이션'으로부터 골드메달을 받은 최혜정 단원고 교사와 박지영 세월호 승무원의 어머니들이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울먹이고 있다. 박 승무원의 어머니 이시윤(가운데)씨와 최 교사의 어머니 송명순씨는 딸들의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봉사하는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2015.3.9 sungje@yna.co.kr


최 교사의 부모인 최재규 씨와 송명순 씨, 박 승무원의 어머니인 이시윤 씨와 이모부 유진규 씨가 이날 대신 상을 받았다.

이들은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자꾸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며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까지 했으며, 이날도 수상의 기쁨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이 더 큰 듯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재단 측은 "최 교사는 승객들에게 위험을 알리려고 마지막까지 온갖 노력을 다했다.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고 아래로 내려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고 평가했으며, 박 승무원에 대해서는 "모든 승객이 탈출할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며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는데도 승객들을 탈출구로 밀어 승객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밝혔다.

이 재단의 루이스 카발리어 회장은 두 사람의 구조 활동이 성직자 4명의 희생정신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들의 희생정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교사의 어머니와 박 승무원의 어머니는 수상 소감을 밝히는 중 딸을 잃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울먹거렸다.

이들은 함께 읽은 소감문에서 "딸들이 남긴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평생 남들을 위해서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최 교사와 박 승무원이 받은 '골드메달'은 이 재단이 주는 최고상이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해리 트루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등 4명만 지금까지 골드메달 수상 기록을 남겼다.

한국인이 이 재단으로부터 최고상인 골드메달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인이 아닌 골드메달 수상자는 "지금까지 3∼4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카발리어 회장은 기억했다.

최 교사와 박 승무원이 수상하게 된 데는 지난해 '봉사상' 수상자인 필라델피아 거주 동포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

펜실베이니아 주 한인미용재료협회 오윤근(61) 회장과 문영환(63) 고문은 이들의 희생정신에 감동해 3번째 단계인 '인명구조상'에 이들을 추천했고, 재단 이사회는 1개월여에 걸친 조사와 심사를 거쳐 추천된 상보다 높은 단계의 골드메달을 주기로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후벤시오 곤살레스 펜실베이니아 주 하원의원, 마크 스쿠알란 필라델피아 시 의원을 포함한 100여 명이 참석했다.

공식 시상식 이후에는 한인 동포 기소연 씨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아리랑을 불러 안타까운 분위기를 더했다.

행사 진행을 맡았던 이 재단의 크리스틴 비디 이사는 아리랑이 끝난 뒤 "가사는 모르겠지만 노래가 던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서 흐느끼기도 했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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