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41

등록 :2016-05-11 19:30수정 :2016-05-11 22:18

 

길환영 전 KBS 사장. 한겨레 자료사진
길환영 전 KBS 사장. 한겨레 자료사진

김시곤 전 보도국장 업무 ‘비망록’
징계무효소송 재판 증거자료 제출
“청와대 유리한것 만들어서라도 해라
불리한 것 내려라·빼라 지시내려와”

김시곤 전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이 보도국장직을 수행하며 길환영 당시 사장의 보도 개입 사항 30여건을 기록한 ‘국장업무 일일기록’(비망록)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전 국장은 지난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길 사장의 보도 개입을 폭로했다가 그해 11월 4개월 정직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번 비망록은 그가 징계무효소송 재판의 증거자료로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공영방송사에서 사장이 지시를 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지시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정부여당과 청와대에 유리한 것은 ‘만들어서라도 해라’, ‘순서를 올려라’ ‘늘려라’ 이고, 불리한 것은 ‘내려라’ ‘줄여라’와 ‘빼라’ 등 6가지 가운데 하나로 일관성 있게 내려왔다. 상식에서 너무 벗어나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입수한 김 전 국장의 비망록을 보면, 2013년 1월11일부터 11월17일까지 <9시뉴스>의 ‘당초 편집안’과 당시 길 사장의 지시에 의해 수정된 ‘사장의 보도개입’으로 나뉘어 날짜별로 정리돼 있다.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세월호 사건 등 박근혜 정부가 위기일 때 사장의 지시와 주문이 쏟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5월13일엔 ‘윤창중 사건 속보’ 5건을 1~5번째로 편집해뒀으나 사장이 전화를 걸어와 “내일부터는 ‘윤창중 사건 속보’를 1번째로 다루지 말라”고 지시하고,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도 전화를 걸어와 ‘대통령 방미 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주문했다는 기록이 있다. “제작 지연으로 ‘20대 여성 기내서 2번 성추행 당해’가 1번째로 나가고 윤창중 사건 속보는 2~6번째로 나갔다”고도 기록돼 있다. 김 전 국장은 비망록에 ‘뉴스편집의 상식’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당시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는 모두 이 사건을 1~5, 6번째까지 다룬 것을 적어뒀다.

한국방송 단독보도인 ‘국정원 댓글작업 11개 파트 더 있다’(2013년 8월10일)도 애초 안은 정치부의 ‘경찰 CCTV 조작-왜곡 공방’ 건과 균형을 맞춰 6번째와 7번째로 편집했는데 정치부에서 팩트와 달라 제작할 수 없다고 알려와 단독보도 1건만 제작하려 하자 길 전 사장이 ‘그렇다면 둘 다 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온다. 이 건을 방송하지 않을 경우 기자들을 통솔할 수 없다고 버텨 순서를 6번째에서 14번째로 내려 겨우 방송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박 대통령 취임 6개월 여론조사’(2013년 8월22일)에서 길 전 사장은 ‘민감한 내용은 다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기록됐다.

길 전 사장은 보도본부 간부나 해설위원들과의 오찬에서 “우리 뉴스가 기계적 중립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경향성을 드러내고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국장은 컴퓨터에 기호와 메모로 기록했던 것을 재판에 제출하면서 풀어 작성했다고 밝혔다. 당시 방송사 안에서도 보도국장이 비망록을 작성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사장의 보도개입 정황을 조사하던 기자협회 등에서 국장에게 보여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길환영 전 사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 전화했으나, 그는 “통화할 일이 없다”는 말과 함께 끊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번호
제목
글쓴이
101 "양민학살, 유족들 힘이 약해 정부가 무관심" / 오마이뉴스
[관리자]
2012-11-03 12100
100 김용태 국민의당-새누리당 폭로 “文 집권 막기 위해 탄핵발의 막은 것”
[관리자]
2016-12-03 12107
99 < 2013년 1월 3일 거제민간인희생자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결과에 대한 유족의 분노 >
[관리자]
2013-01-10 12167
98 대법, '오창 창고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국가배상책임 인정
[관리자]
2012-08-27 12233
97 [이번주 토(1/12)]금융독재에 대항하는 시/예술 <봉기> 출간기념 실시간 저자 화상강연에 초대합니다!
도서출판 갈무리
2013-01-10 12238
96 "대통령 하야가 국민의 뜻이냐" 촛불집회 폄하한 이문열 작가
[관리자]
2016-12-03 12291
95 1946년 '대구 10월 학살 사건' 희생자들에 첫 국가배상 판결/ 한국일보
[관리자]
2013-01-23 12528
94 섯알오름 예비검속희생자 합동위령제 봉행
[관리자]
2012-08-25 12554
93 [새책]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자 - <크랙 캐피털리즘>(존 홀러웨이 지음, 조정환 옮김)이 출간되었습니다.
도서출판 갈무리
2013-01-23 12630
92 사막의 모래 한줌일뿐, [학살영상] [노약자시청주의]
낙산도령
2012-05-09 12681
91 프로이트 라캉 이론을 통해 서양 의복의 젠더 읽어 보기(4/23 개강, 강의 이명희)
다중지성의 정원
2015-04-18 12731
90 인혁당 사건“대법판결 뒤집은 문용선 판사는 누구?”
[관리자]
2012-09-23 12816
89 석달동 양민 집단대학살(Soktal Massacre) 그리고 그 후
채의진
2012-12-25 12848
88 6·25 아산 민간인학살 피해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 뉴시스
[관리자]
2012-11-06 12878
87 [법률전문 인터넷뉴스] 변호사들 "대법원,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 심장에 사법살인" ㅡ로이슈
[관리자]
2013-05-18 12968
86 여순사건, 첫 국가상대 피해보상 소송 추진 / 남해안신문
[관리자]
2012-10-28 13037
85 [한국전쟁전후민간인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재경유족회 과거사업무지원단방문] |우리들의 이야기
[관리자]
2014-01-28 13080
84 법원 60여년 만에 “국군의 양민학살, 국가가 손해배상하라” 판결 / 경향신문
[관리자]
2012-10-31 13118
83 "한국 과거청산의 비판적 성찰과 전망" : 역사학연구소 심포지움(2011.11.5) 안내 file
이선아
2011-10-31 13131
82 [바튼소리] '거창학살' 영화 <청야> 반갑다 / 경남도민일보
[관리자]
2013-04-05 13229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