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41
  등록 :2016-08-24 17:44수정 :2016-08-25 17:39
김의겸
선임기자


우병우 민정수석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는 모양이다. 그걸 보여주는 일화 하나. 서울대 법대 4학년 때다. 자신처럼 사법시험에 일찌감치 합격한 동기생들을 불러모아놓고 깜짝 놀랄 제안을 했다. “우리 김진영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만나러 가자!” 김진영 사령관은 육사 17기로 12·12 때 반란군 쪽에 가담한 뒤 승승장구해 당시 최고 실세였다. 나중에 육군참모총장까지 올랐는데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의 대표인 그의 계급장을 떼어버리기도 했다. 모두들 호기심이 발동해 우병우의 뒤를 따라가긴 했으나 마음 한구석이 켕겼다고 한다. “이래도 되나?” 그렇기도 한 게 시절이 1987년 6월 항쟁 직후였다. 캠퍼스엔 최루탄 연기가 채 가라앉지 않았고 5월 광주의 피 내음도 가시지 않았다. 그때 우병우의 나이 만 20살. ‘소년등과’한 이의 가슴에는 도대체 얼마나 뜨거운 야망이 이글거리고 있었던 걸까? 같은 티케이(TK) 출신 선배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권력의 절정을 맛보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목표는 얼추 달성된 셈이다.


고향 선배들이 하나회를 만들었다면 우 수석도 못지않은 사조직을 만들었다. 육사 11기가 8기를 몰아냈듯이 우 수석도 불편한 검찰 선배들은 모두 옷을 벗기거나 한직으로 몰아넣었다. 대신 맘에 맞는 동기, 후배들로 채웠다. 우병우 사단이다. 이들은 주로 특수 수사를 하거나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자리에 있다. 우 수석의 눈과 귀다. 가만히 앉아 검찰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돌아가는 걸 김수남 검찰총장보다 더 빨리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입이 되어주는 경우도 있다. 한 검사장은 대검에서 회의가 있을 때 말끝마다 “청와대의 뜻입니다”라고 결론을 내린단다. 다른 검사장들은 매번 이맛살을 찌푸린다.


전두환이 12·12 반란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정보력이다. 보안사의 통신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기에 육본 쪽 움직임을 훤히 파악하고 있었던 거다. 우 수석은 곧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여전히 민정수석이기에 수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가능성이 있다. 답지를 보고 푸는 시험이나 같다.


전두환은 80년 봄 보안사령관에 이어 중앙정보부장 자리까지 차지한다. 모든 정보를 한 손에 거머쥔 것이다. 전두환의 힘은 거기에서 나왔다. 우 수석도 자신의 ‘절친’인 최윤수를 국정원 2차장으로 발탁했다. 현직 검사장에 그것도 공안 경력이 없는 이가 간 경우는 없었다. 그러니 다들 우 수석의 대리인으로 여긴다. 국정원의 핵심 요직에 있는 ㅊ아무개 국장도 우 수석에게 직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겉돌고 있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국정원뿐만이 아니다. 국세청 등 힘깨나 쓰는 기관의 경우 기관장보다는 2인자가 주목받고 있다. 우병우의 힘이다.


그래도 둘이 가장 닮은 점은 되치기 수법이다. 전두환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자신을 한직 중의 한직인 동해안경비사령부로 보내려고 하자 먼저 선수를 쳤다. 김재규와 박정희 암살을 공모했다는 혐의를 씌워 체포해버렸다. 우 수석을 겨냥한 언론의 보도가 시작되자 청와대는 이를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의 공격’으로 반격했다.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식물 정부 만들기라는 딱지를 붙였다. 하긴 우 수석이 건재하니 식물 정부가 아닌 동물 정부가 맞나 보다. 정국이 요동을 친다. 피 내음이 진동하고 살점이 이리저리 튄다. 하지만 결말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12·12 때는 한밤중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몰랐지만 지금은 정오의 태양처럼 모든 게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진실의 땡볕이 너무 뜨겁다.


kyummy@hani.co.kr
번호
제목
글쓴이
61 우편물 받는 주소를 바꿔 주세요. 1
이종우
16154   2011-08-19
후원회원 이종우입니다. 우편물 보내실 주소를 바꿔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어디로 되어 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요, 아마 '서울 종로구 명륜2가 86-25번지'로 되어 있을 건데요, 바뀐 주소는 '서울 중구 필동1가 21-2...  
60 미군 전투기 피해가 대부분...한국전 학살 배상 이제 시작 / 오마이뉴스
[관리자]
16229   2012-10-31
[심층취재] MB 정부 국가배상 원인 분석④ 이승만 정권 12.10.31 09:12l최종 업데이트 12.10.31 10:38l 이병한(han) 이승만 정부 원인 국가배상 현황(배상금 순) (단위 : 천원) 순번 원인 사건 법원 사건번호 배상금액 배상일 1 주한미군 오...  
59 <새책> 『역사의 시작 ―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 출간! (맛시모 데 안젤리스 지음, 권범철 옮김)
도서출판 갈무리
16398   2019-03-25
    역사의 시작 The Beginning of History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 역사의 종말(후쿠야마)인가 역사의 시작(데 안젤리스)인가? 신자유주의가 선언하는 ‘역사의 종말’에 맞서 투쟁이 만들어가는 ‘역사의 시작’을 탐구...  
58 10월7일, 다중지성의 정원 강좌 개강!
다중지성의 정원
16417   2019-09-21
  ▶ 다중지성의 정원 강좌 (클릭하세요) 1. [형이상학, 과학철학] 베르그손과 근대과학의 물질관 (강의 황수영) 2. [철학] 노자 『도덕경』 강독 세미나 (강의 이암찬) 3. [철학] 근대철학사 : 데카르트에서 칸트까지 (강의 ...  
57 인권센터 마지막 3억, 돈 좀 빌려주세요! - 이자는 기부하고, 원금은 3년 후 돌려받는 인권센터 건립 막판 모금
[관리자]
16663   2012-10-19
인권센터 마지막 3억, 돈 좀 빌려주세요! - 이자는 기부하고, 원금은 3년 후 돌려받는 인권센터 건립 막판 모금 - 인권재단 사람은 시민들의 참여와 모금만으로 최초의 민간 인권센터를 만들겠다고 겁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56 평화협정 한마당 있습니다 file
관리자
16687   2011-07-18
 
55 다중지성의 정원의 새로 시작하는 세미나에 참가하세요!
다중지성의 정원
16702   2016-05-09
태그 : 다중지성의 정원,조정환,스피노자,에티카,들뢰즈,부채,크레디토크라시,빚의 마법,정동과 정서,정동,정서  
54 해방 후 양민학살의 양상과 실상
김현숙
17120   2012-01-02
해방 후 양민학살의 양상과 실상 1. ‘양민학살’이라는 용어 선택에 대한 문제제기 ‘양민 학살이 아닌 민간인 학살’ 이제까지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민간인 학살이라는 개념보다는 양민 학살이라는 잘...  
53 새책! 『정동 이론』― 몸과 문화·윤리·정치의 마주침에서 생겨나는 것들에 대한 연구
도서출판 갈무리
17340   2015-12-14
▶ 갈무리 도서를 구입하시려면? 인터넷 서점> 알라딘 교보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인터넷영풍문고 전국대형 서점>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북스리브로 서울지역 서점> 고려대구내서점 그날이오면 풀무질 더북소사이...  
52 한국전쟁과 양민학살 -강정구 교수
김현숙
17415   2011-12-29
1. 머리말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강 정 구 최근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미국 AP통신의 발표가 있자 한국전쟁 중에 저지르진 양민학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학살사건이 세계적인 쟁점으로 떠오르자 ...  
51 운동초심 42차 모임 겸 몸 다지기 초대!!
영야
17501   2011-08-03
운동초심 42차 모임 겸 몸 다지기 초대!! “진보대통합과 2012년 총선-대선 승리를 위한 화합과 모색” -멍멍이와 꼬꾜와 꽥꽥이를 먹고 쥐섹키를 씹으며- ( http://cafe.daum.net/ichosim, 신한은행 110-304-748077 정동근 ) 인간중심...  
50 중앙행정심판위, 군의문사 故최영식 일병 27년만에 국가유공자로 인정
관리자
17913   2011-09-22
(천주교 인권위에서 보내온 자료 편집 해 올립니다) 지난 1984년 방위병으로 복무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故최영식 일병이 27년 만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고인은 경기도 화성 소재 해안초소 야간 경계근무를 섰다가 ...  
49 1월 14일 개강! 《낙인찍힌 몸: 흑인부터 난민까지 인종화된 몸의 역사》의 저자 염운옥의 인종주의, 낙인과 폭력을 넘어서
다중지성의 정원
18023   2020-01-14
[역사학] 인종주의, 낙인과 폭력을 넘어서 강사 염운옥 개강 2020년 1월 14일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7:30 (4강, 80,000원) 강좌취지 타자를 측정하고, 판단하고, 증오하고, 심지어 말살하는 근대 서구의 이데올로기 인종주의가 ...  
48 하 해석 씨를 찾습니다 도아주십시요
kjkang
18126   2013-01-29
안녕하십니까?  사람을 찾습니다. 도와주십시요. 찾는사람--- 하해석 씨 아마 1936년생으로 기억. 진주시 평거2동에 살았슴. 진주시 농협에서 근무하였으며. 진주시 시의원으로 활동 한것으로 소식을 듣었습니다. 내소개----강 경중 ( 공경경. ...  
47 [새책]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전면 개정 완역판과 옮긴이의 해설서 『전쟁론 강의』 출간되었습니다!
도서출판 갈무리
18663   2016-11-09
▶ 『전쟁론』, 『전쟁론 강의』 서평 한눈에 보기 연합뉴스 난해하기로 유명한 고전 '전쟁론'을 읽고 싶다면 / 구정모 기자 (2016.10.18)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0/18/0200000000AKR20161018164300005.HTML 경향...  
46 [강좌] 정보자본주의에 맞서는 미디어 실천을 찾아서 (6/25 개강, 강사 임태훈)
다중지성의 정원
18802   2013-06-12
다중지성의정원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다양한 다중지성의 정원 강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지원은 여러강좌할인, 친구할인, 청소년할인 제도와 정액회원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  
45 [초대합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우리 시대 ― 『전쟁론』·『전쟁론 강의』 동시 출간 기념 강연회 (11.12.토 7시)
도서출판 갈무리
18812   2016-11-09
▶ 강연 신청 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73okpq_9Mhc_4r7M4R85F5anIrPTXIojXj9IImvRubF8qLQ/viewform ▶ 『전쟁론』, 『전쟁론 강의』 서평 한눈에 보기 연합뉴스 난해하기로 유명한 고전 '전쟁론'을 읽고 ...  
44 5/31(일) 오후2시 > 『제국의 게임』 출간기념 서평회에 초대합니다!
도서출판 갈무리
19069   2015-05-22
▶ 갈무리 도서를 구입하시려면? 인터넷 서점> 알라딘 교보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인터넷영풍문고 전국대형 서점>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북스리브로 서울지역 서점> 고려대구내서점 연세대구내서점 그날이오면 풀...  
43 [강좌] 20세기 현대음악사(김진호), 우쿨렐레 초급(조양근) 강의 안내
다중지성의 정원
19180   2013-06-14
[강좌] 20세기 현대음악사(김진호), 우쿨렐레 초급(조양근) 강의 안내 다중지성의정원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다양한 다중지성의 정원 강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지원은 여러강좌할인, 친...  
42 새책! 『제국의 게임 ―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비디오게임』 출간되었습니다!
도서출판 갈무리
19428   2015-05-14
▶ 갈무리 도서를 구입하시려면? 인터넷 서점> 알라딘 교보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인터넷영풍문고 전국대형 서점>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북스리브로 서울지역 서점> 고려대구내서점 연세대구내서점 그날이오면 풀...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