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19 20:25

잠깐독서

세월호를 기록하다
오준호 지음/미지북스·1만5000원


‘그날’이 다가온다. 개나리와 진달래와 매화와 벚꽃 따위가 산천을 물들이겠지만, 웃을 수 없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는 왜 침몰했나? 대한민국 정부는 왜 스스로 배에서 빠져나온 이들을 빼고는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나?


이 질문의 답을 기필코 찾아야 한다. 그래야 또다른 세월호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은 세금을 합법적으로 쓸 권한이 있는 기관과 사람들의 의무다. 하지만 정부와 집권당은 ‘세월호의 진실’을 두려워한다. 지난해 11월19일 제정된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꾸려진 특별조사위원회에 “세금도둑”이라는 저주(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따위를 퍼부으며, 공식 활동 개시를 사실상 방해하는 까닭이다.


민주주의는 무력감을 모른다. 그러니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나설 수밖에. 이 책은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의 일원인 지은이가 세월호 재판이 열린 광주를 숱하게 오가며 33차례의 공판 기록(3만여쪽)을 토대로 재구성한 ‘사실’이다. 부제가 ‘침몰·구조·출항·선원, 150일간의 세월호 재판 기록’인 까닭이다.


‘그날’이 다시 오기 전에, 작가기록단이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을 기록한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과 함께 이 책을 날밤을 새우더라도 밑줄 그으며, 꼭, 끝까지 읽자. 밤하늘의 별이 된 이들한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해하려면.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