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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7 23:58:03 (*.96.1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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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2-17 21:52수정 :2016-02-17 22:19


실패를 위기로 돌파하려는가? 하나의 위기를 또 다른 위기로 돌파하려는 시도는 이제 그 파국적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지 않은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명백하게 실패했다. 북의 김정은 체제는 시간이 갈수록 공고화되고 경제도 되살아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소폭탄’ 시험과 인공위성 발사까지 거침이 없다. 남북간 교류의 마지막 끈이었던 개성공단도 문을 닫았다. 남과 북 사이에는 긴급상황에 연락할 수 있는 통로마저 끊겼다. ‘역대 최상’이라던 한·중 관계는 사드(THAAD) 배치를 두고 한국전쟁 이후 역대 최악의 상태로 추락하고 있다. ‘한반도 신뢰’는 죽었다. 그 주검 위에 한반도·동북아시아 신냉전의 찬바람이 스산하다.

사람이 사는 데 실수와 실패가 없을 수 없다.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구별짓는 것은 실패의 유무가 아니다. 실패의 경험에서 배워 이를 되풀이하지 않는 데 있다. 고대 로마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현명하고 올바른 사람은 오류와 실수를 통해서 미래를 사는 지혜를 깨친다”고 했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실패한 것은 교류와 대화 때문이 아니다. 개성공단 때문이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교류가 없고 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재로 북을 고립시키고 군사력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대화를 끊고 북을 고립시켰기 때문에 북은 핵물질을 생산하고 로켓을 개량했다. ‘전략적 인내’는 북이 전략적 능력을 추구할 명분과 동기를 부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전략적 인내는 결국 북의 이러한 전략적 행위를 인내한 것이었다. 더구나 제재가 추가되는 순간마다 북은 핵시험이나 로켓 발사로 대응했다. ‘신뢰 프로세스’가 실패한 것은 지금까지의 정책이 신뢰를 만드는 대신 이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과 미국은 실패에서 배우기를 거부하고 있다. ‘전략적 인내’의 실패, ‘신뢰 프로세스’의 실패 책임을 엉뚱하게 개성공단에 뒤집어씌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정부 들어서는 제대로 하지도 않은 경제지원과 교류를 탓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군사적 압박을 늘리겠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미 양국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 중국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중국이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드를 배치하겠다며 서두르고 있다.

이들의 어리석음은 위험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북의 ‘수소폭탄’ 시험에 이어진 ‘광명성 4호’ 발사에 위험한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광명성 4호가 캘리포니아주 슈퍼볼 경기장 상공을 지나갔다는 사실은 북의 미사일 탄두가 그 궤도를 따라 미국 상공에 갈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이 최근 상원에 제출한 세계 위협 평가 보고서도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을 “배치하기 위한 초기 조처들을 이미 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검증되지 않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라도 한국에 전진배치하고, 선제공격적 작전계획인 5015를 작동해서라도 북의 핵미사일을 막아 보겠다고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의 ‘강경대응’은 기실 오바마 정부의 강경대응에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북 선제타격 훈련에 앞장서고, 미·중 갈등의 최첨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싸움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그 싸움판의 한가운데에 들이밀고 있다. “만약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다면 한반도는 미·중 싸움의 전장이 될 것”이라는 중국의 경고는 섬뜩하다.

이들은 실패에서 배우지도 못한 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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