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5-04-12 19:58수정 :2015-04-13 09:38

11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선체 인양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지를 촉구하는 문화제 뒤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려다 차단벽에 막힌 뒤 경찰의 최루액과 집회 참가자들이 뿌린 물이 오가고 있다. 2015.4.12 / 연합뉴스
유족 등 집회 참가자 20명 입건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유가족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시위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캡사이신 최루액과 경찰 차벽이 등장했다. 경찰이 세월호 집회에 최루액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1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벌어진 집회·시위 참여자 20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체포해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가운데는 고 임경빈군의 아버지 등 유가족 3명도 포함됐다. 유가족들은 간단히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앞서 세월호국민대책회의와 유가족 등 7000여명(경찰 추산 2500명)은 11일 오후 5시30분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요구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전명선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600만 국민이 서명운동으로 제정을 촉구한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안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저녁 7시께부터 유가족을 선두로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했다. 이에 경찰이 미신고 불법행진이라며 광화문광장 주변 양방향 도로를 모두 경찰버스로 막는 차벽을 설치하자, 참가자들은 종각역~명동~서울광장을 돌며 행진했다. 참가자들이 밤 9시40분께 다시 광화문광장에 집결해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엉키며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유가족과 시위대를 향해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렸고, 얼굴에 최루액을 맞은 유가족 등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경비과 관계자는 “여덟차례 해산명령에 불응한 1500명의 참가자들이 경찰과 장시간 대치하며 경찰 방패 등을 뺏는 등 묵과할 수 없는 폭력을 행사해 캡사이신 최루액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경찰이) 세월호 참사를 추모·애도하는 기간에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상처를 안겼다”고 했다.

김성환 김규남 기자 hwany@hani.co.kr

[관련 영상] 세월호의 진실, 재판만으로 인양할 수 없다/ 불타는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