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오창 창고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국가배상책임 인정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국민보도연맹 사건 중 '오창 창고 사건'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오창 창고 사건 유족 49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희생자 본인에게 8000만원, 배우자에게 4000만원, 직계존속에게 800만원, 직계비속에게 4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희생자가 사망했을 경우 배상금은 상속인에게 주고, 지연이자는 피해발생일이 아닌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또 국가가 유족 492명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이 사건에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것은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소멸시효 완성이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해방 직후 이승만 정부는 좌익세력을 전향시키고 통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보도연맹을 조직했다.

외관상으로는 전향자로 구성된 민간 반공단체 성격을 띠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기관이었다.

그러나 6·25 전쟁이 터지자 정부는 전국의 보도연맹원을 구속하라고 지시하고 경기 이천과 대전, 충북, 울산 등에서 구금하던 보도연맹원들을 집단 총살했다.

오창 창고 사건은 1950년 7월께 충북 청원군 오창면과 진천군 진천면 일대에서 군인과 경찰 등이 국민보도연맹원 400여명을 창고에 구금시킨 뒤 미군 전투기 폭격을 요청해 집단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 유족들은 4·19혁명 이후 유족회를 결성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년 10월 진상조사를 시작해 이듬해 말 희생자 명단 407명을 확정 발표했다.

오창 창고 사건의 유족 49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은 "소멸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오창 창고 사건에 대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으므로 소멸 시효가 지났다는 피고의 항변은 허용될 수 없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