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대구 10월 학살 사건' 희생자들에 첫 국가배상 판결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입력시간 : 2013.01.22 20:12:12

 

미 군정시기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알려진 이른바'대구 10월 사건' 희생자들에게 국가가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60여 년 만에 나왔다. 1946년 10월 대구와 경북 등지에서 미 군정의 친일 관리 고용과 식량 공출제도 등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학살당한 이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부산지법 민사8부(재판장 심형섭)는 22일 당시 희생자 정모씨와 이모씨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보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정씨와 이씨 유족에게 각각 5억9,500만원과 3억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이 정당한 이유와 적법한 절차 없이 국민을 살해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와 생명권, 적법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법원은 피고의 시효소멸 주장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조직ㆍ집단적으로 희생자들의 생명을 박탈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다가 유족들이 미리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당시 정씨는 형이 '대구 10월 사건'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이씨는 시위 참여를 호소하는 홍보물을 붙이고 심부름을 했다는 이유로 1946년 5월 경북 칠곡경찰서로 강제로 연행돼 같은 해 6월 야산에서 사살됐다. 이들 유족은 2011년 4월과 지난해 5월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대구 10월 사건' 진상조사를 벌여 이들 외에도 민간인 60명이 희생됐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