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유하영 유족 소송... 1심 법원 "국민 기본권 침해, 손해배상 책임"

13.03.06 15:11l최종 업데이트 13.03.06 15:48l              윤성효(cjnews)btn_arw2.gif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한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총살당했던 '민간인학살사건'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유가족과 국가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6일 사천유족회 등에 따르면, 류기영(75·사천)씨 등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0부(재판장 김성곤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4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류기영씨의 형(류하영, 당시 19살)은 1949년 경찰에 의해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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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국전쟁 당시 피해를 입은 '민간인 학살사건'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냈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사진은 외공리 '민간인 학살지'에서 나온 유골의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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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당시 경찰은 정당한 이유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류씨를 총살해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 등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류씨와 유족들이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겪었을 정신적 신체적 고통 등을 고려하면 국가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개인에게 불법행위를 자행했을 경우 개인은 통상적인 법 절차를 통해 구제받는 것이 어렵다"며 "2010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이 나올 때까지 유족들은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봐야 하는 만큼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민사사건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인학살사건의 경우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아래 진실화해위)의 진상규명이 있은 뒤부터 소멸시효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2010년 10월 '사천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냈던 것이다. 진실화해위의 진상조사 발표 뒤 유가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류씨 이외에 사천유족회 유족 21명이 별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류하영은 1949년 늦여름 무렵 경찰에 의해 희생당했다. 당시 와룡산을 중심으로 사천 용현면 일대에는 좌우익 갈등이 심했고, 이곳에서는 상당수 빨치산들이 존재했으며, 총격전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진주농림고등학교 학생 이전 류하영은 좌익 활동을 권유하는 친구들을 피해 휴학하고 있었다. 또 부친은 과수원을 갖고 있었는데, 류하영은 과수원에 있다가 입산활동을 하던 빨치산과 마주쳤다.

진실화해위는 "빨치산이 하룻밤 묵을 것을 요청하자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숙박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튿날 아침 경찰에 신고하러 갔으나 3시간 뒤 사천 송지리 지서 경찰에 의해 총살 당했고, 시신은 가족에 의해 수습되었다"고 밝혔다.

또 진실화해위는 "사건 당시 구장 직을 맡고 있었던 이웃 주민의 진술도 신청인(류기영)의 것과 일치하고 있다"며 "'그 집 과수원에 초막에 있는데 피해자가 지키고 있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입산자가 과수원에 찾아왔을 때 하룻밤 재워 준 것이 화근이었다. (희생 장소는) 과수원 근처 미역골 대밭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과 국가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류기영씨는 "지금이라도 형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어 다행이다. 하루 빨리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소송을 낼 때 요구했던 손해배상금에 모자라는 판결이 내려져 항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