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오멸감독 작품, 한국영화 극영화 부문 첫 최고상
4.3 실화근간 드라마..."4.3 세계에 알리는 계기" 의미

데스크승인 2013.01.27 18:27:19

 

제주 4.3을 다룬 오멸 감독(41)의 영화 '지슬'이 세계 최고 권위의 독립영화제인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26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2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시네마 극영화(드라마틱)' 부문의 심사위원대상(Grand Jury Prize)을 받았다.

제주4.3을 다룬 영화 '지슬'. <헤드라인제주>
선댄스영화제는 초청작을 자국인 미국 영화와 외국 영화(월드 시네마)로 나누고 다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부문을 나눠 4개 부문에서 시상하고 있는데, 심사위원대상은 각 부문 최고의 작품에 주는 상으로 꼽힌다.

이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상을 받은 것은 2004년 김동원 감독의 '송환'이 월드 시네마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특별상에 해당하는 '표현의 자유상'이 유일하며, 극영화 부문의 경쟁 부문에 초청돼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기는 '지슬'이 처음이다.

제주 방언으로 '감자'를 뜻하는 '지슬'은 1948년 4.3 당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 동굴로 피신한 주민들의 실화에 근거한 흑백 드라마다.

오멸 감독. <사진=뉴시스>
1948년 11월 제주에 '해안선 5km 밖의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미군정의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군인들의 민간인 학살은 참혹하지만, 산 속 동굴에 숨어 감자를 나눠먹으며 집에 두고 온 돼지 걱정을 하는 순박한 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투박해 보이는 흑백 화면이 어두웠던 그 무렵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시대의 아픔을 전한다.

'지슬'은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제주 출신인 오멸 감독과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2억5000만 원이라는 작은 예산으로 힘을 합쳐 만든 이 독립영화 '지슬'의 이번 수상 쾌거는 제주4.3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알리게 계기가 됐다는데 큰 의미가 부여된다.

오멸 감독은 수상직후 제주 지인들에게 수상소식을 전하면서, "제주4.3은 한국 현대사이고 세계사이기도 하다. 제주 4.3을 다룬 영화가 미국에서 상을 받아 더 뜻깊게 느껴진다"며 "묻혀버린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서라도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4.3을 다룬 영화 '지슬' 포스터. <헤드라인제주>

<원성심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