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41

등록 :2015-05-18 17:13수정 :2015-05-18 20:46

 

전수영 단원고 교사는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해 5월19일 그의 주검이 수습됐습니다. 전수영 교사의 어머니가 1년째 되는 날 딸을 생각하며 <한겨레>에 글과 시를 보내왔습니다.
고 전수영 단원고 교사
고 전수영 단원고 교사


엄마는 사고가 나고 집과 팽목항을 오고갔다. 안산의 단원고 근처에서 진도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가며 문득 창밖을 보니까 산과 들에 아카시아 꽃이 피기 시작했다. 엄마는 딸과 함께 꿀을 사면서 다음에는 아카시아꿀을 사자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딸은 꿀을 좋아해서 식빵에 발라서 먹었고 피자를 만들 때도 사용했다. 엄마는 딸을 찾으면 같이 아카시아 꿀을 사러 가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2014년의 아카시아꽃은 여느 해보다 기온이 높아 일찍 피었다고 한다. 딸은 아카시아 꽃이 피기 시작할 때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딸의 주검이 수습되기 전날, 엄마는 집으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창밖을 보는 순간 아카시아꽃이 모두 시들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시간이 달 넘게 지났건만 엄마는 아카시아꽃이 너무 빨리 피고 진다고 생각했다.


아카시아 꽃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내용
아카시아꽃이 피는 시기에
꽃을 쫓아다니는
꿀 따는 사람들 이야기


팽목항으로 가는 고속도로 주변에
아카시아꽃이 피었구나
예쁜 딸하고 같이 여행을 간다면
엄마가 아카시아꿀 따는 이야기를 해 줄 텐데
수영이는 아카시아꽃이 피는 것도 보지 못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을
우리 수영이를 찾으면 보여줘야지
에어포켓이나 어디 근처 무인도에 살아있을 딸에게


그 다음 주 팽목항으로 내려가는 길 주변에
아카시아꽃이 더 활짝 피기 시작했다
우리 수영이를 찾으면
꽃을 따서 먹여줘야지
내가 어렸을 적에
먹어본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괜찮으니까 먹어보라고 해야지


그렇게 몇 번이 지나고
우리 수영이의 참혹한 시신이 수습되기 전 날
팽목항에서 집으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창밖을 보는 순간
아카시아꽃이 다 져버렸다


아! 어느새 꽃이 졌네
이제 꿀 따는 사람들은 힘든 여행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겠구나
아카시아꽃은 이렇게 짧게 피고 지는 구나


그 다음날
우리 수영이는 엄마에게 돌아왔다.
엄마는 딸의 영혼에게 아카시아꽃을 먹이고
꿀 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수영아! 맛있지? 듣고 있지?


최숙란/ 전수영 단원고 교사의 어머니


세월호 현장에서 제자들을 구하다 희생된 단원고 전수영 교사는 어릴 적 꿈도 교사였다. 엄마는 죽음 앞에서도 ‘학생들만 생각했던’ 딸의 행동이 자랑스럽다. 딸은 지금도 엄마한테 말한다. “학생들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학부모님께 전해줘.” 엄마는 지난해 5월20일 딸의 빈소에서 오열하는 딸의 어린 제자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엄마 최숙란씨가 딸의 책상에 앉아 딸의 유품을 바라보고 있다. 박승화 기자
세월호 현장에서 제자들을 구하다 희생된 단원고 전수영 교사는 어릴 적 꿈도 교사였다. 엄마는 죽음 앞에서도 ‘학생들만 생각했던’ 딸의 행동이 자랑스럽다. 딸은 지금도 엄마한테 말한다. “학생들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학부모님께 전해줘.” 엄마는 지난해 5월20일 딸의 빈소에서 오열하는 딸의 어린 제자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엄마 최숙란씨가 딸의 책상에 앉아 딸의 유품을 바라보고 있다. 박승화 기자
번호
제목
글쓴이
961 성명서: ‘한일군사정보호협정’을 완전 철회하라!
[관리자]
2012-06-29 9033
960 범국민위에서 전국의 각 지역 유족회에 알립니다.
[관리자]
2012-06-29 9198
959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창원유족회 62주기 위령제 영상 1
구자환
2012-07-11 11831
958 한번 읽어도 좋은 글
유족
2012-07-11 7839
957 청와대는 현병철 내정 철회의사가 없다고 ? 1
[관리자]
2012-07-18 9666
956 "'한국판 킬링필드' 다큐 <빨갱이 무덤> 도웁시다"
[관리자]
2012-07-18 11647
955 "잊지 않은 우리는 다시 모인다, 그 곳으로"
[관리자]
2012-07-19 7888
954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규탄 기자회견 새누리당사앞.
낙산도령
2012-07-26 7205
953 8월 14일! 공감과 청소년이 만납니다! - 장소확정공지
[관리자]
2012-08-01 7828
952 새누리 ‘현병철 연임 반대’ 청와대에 전달 ???
[관리자]
2012-08-01 10040
951 고개 숙인 박근혜 "제주4.3은 현대사의 비극" ???
[관리자]
2012-08-01 9606
950 "4·3트라우마 치유센터 필요하다"
[관리자]
2012-08-03 11181
949 정권 바뀌니 진실화해위도 변해
[관리자]
2012-08-03 7629
948 소박한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시겠습니까?
[관리자]
2012-08-03 10545
947 우러릅니다, 망배!
[관리자]
2012-08-04 8146
946 [세계의 창] 한반도 문제의 외적요소와 내적요소 / 진징이
[관리자]
2012-08-17 11127
945 "아버지는 공습으로 변소에서 죽었다, 너라도 살아라"
[관리자]
2012-08-18 9709
944 [제4회 코리아국제포럼] 민중주권 9.17~21 서교호텔 file
코리아국제포럼
2012-08-19 7966
943 섯알오름 예비검속희생자 합동위령제 봉행
[관리자]
2012-08-25 12570
942 대법, '오창 창고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국가배상책임 인정
[관리자]
2012-08-27 12255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