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2.09 15:32수정 : 2015.02.09 15:42

8일 낮 12시43분부터 12시45분까지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와 전일빌딩 위에 출현한 날개 4개 짜리 드론. 도보행진단에 참여한 한 광주시민이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도보행진단 행렬이 광주 5·18 민주광장에 도착했을 때 출현
모형 헬기 두 배 크기로 2분 동안 금남로 상공 50~100m 비행
목격자들, 경찰 감시용이나 언론사 취재 용도로 추정
광주경찰청 “드론 띄운 적 없다”

지난 8일 광주광역시를 찾은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의 도보행진단 위로 드론으로 보이는 비행물체가 출현했다.


목격자들은 이를 경찰의 감시 목적이나 언론사의 취재 용도 ‘드론’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비행물체 출현 시간이나 비행 경로, 체공 구역 등을 고려할 때 감시용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드론은 이날 광주에 도착한 도보행진단 500여명이 5·18묘역과 광주역을 거쳐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시민 문화제’가 열리는 장소인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 이르렀을 때 출현했다.


드론은 이날 낮 12시43분부터 12시45분까지 행렬이 5·18민주광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상공에서 지켜보다 행렬이 들어오자 지상 10층인 전일빌딩 위를 스쳐 금남로 3가 쪽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이 장면은 행렬 속에 있던 ㄱ아무개씨가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에 생생하게 잡혔다. ㄱ씨는 육안으로 보기에 드론의 크기는 모형 헬기의 두 배 정도이고 4개의 날개를 갖고 있었으며, 금남로 상공 50~100m를 비행했다고 전했다.


ㄱ씨는 “광장으로 진입할 때 상공에 까만 점이 떠 있었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계속 떠서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아 사진을 찍어 두었다. 모양이 영화나 뉴스에서 봤던 드론이었고 속도도 제법 빨랐다. 헬기였다면 소리가 났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ㄱ씨는 이어 “드론이 취재용이었다면 시민문화제가 열리는 동안 낮게 날며 여러 장면을 담았을 것”이라며 “지상 뿐 아니라 공중에서도 일상적으로 감시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섬뜩했다”고 밝혔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달 26일 경기 안산을 출발한 이후 광주에서 처음으로 비행물체를 봤다. 금남로 광장에 진입할 때는 봤는데 나중에는 행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주목하지 못했다. 우리가 띄운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광주지방경찰청 쪽은 “집회와 행진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 병력을 현장에 배치했지만 상공에 드론을 띄운 적은 없다. 그럴 장비도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