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19 19:15 수정 : 2013.06.1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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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석 교수

진실화해위 유해발굴팀장 맡았던 노용석 교수

수습 유골 1600여구와 유품
안치할 곳 못찾아 임시 보관
국군전사자 발굴처럼 지원을

“며칠 전 청와대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발족시켰는데, 진정으로 통합을 원한다면 유족들이 살아 있는 동안 발굴과 함께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비정상적인 죽음들을 국가가 상주가 돼 적절한 의례를 거쳐 정상적인 죽음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것은 국가의례의 완성이자, 죽은 자에 대해 산 자들이 떠안아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이다. 그래야 진정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2006년부터 5년간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추진한 한국전쟁기 민간인 집단희생자 유해 발굴팀장을 맡았던 노용석(44·사진) 부산외국어대 인문한국(HK) 연구교수는 18일 “진화위가 수습한 유골만 1600여구가 넘는데 그것조차 안치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을 질타했다. 그는 오는 24일 민족문제연구소가 주관하고 시민단체 포럼 진실과 정의가 주최하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골문제’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서 민간인 희생자 유골발굴 현황을 설명하고 정부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정근식 서울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한다.

 

그는 “진화위에서 3년간 13개 매장지를 발굴한 결과 1617구의 주검과 5600여 점의 유품을 발굴했으나 안치할 곳을 찾지 못해 충북대 안에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도모관’에 임시 안치해뒀는데 2016년 7월이면 계약기간이 끝난다”며 그 다음 대책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나마 이는 괜찮은 편이고, 컨테이너 같은 곳에 임시로 모아둔 사례도 있단다.

 

국민보도연맹사건·형무소 희생사건·여순사건·국민방위군사건 등으로 집단학살당한 이들의 주검 발굴 및 안치 사업은 유족과 학계·시민단체에서 먼저 시작했다가 진화위가 출범한 뒤 국가기구로서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사업 자체가 중단상태다.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고는 들어 왔지만 아직 손도 못 댄 미발굴 지역이 전국에 수두룩하다. 경상도 지역에만 100곳이 넘는다.

 

노 교수는 “국방부 유해발굴팀에서 연간 수십억원을 들여 주로 전사자들 주검을 발굴하고 있다. 거기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예산의 몇 분의 1만이라도 투입하면 해결될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인권국가, 선진국이 되고 제대로 통합을 하려면 이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면 ‘뼈를 통한 통합’이 될 것이니 더욱 의미가 있지 않겠나.”

 

영남대 인류학과를 나와 ‘민간인 학살’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9년 대구경북 민간인 학살 조사단장을 맡았다. 그 뒤 경산유족회를 조직하고 관련법 제정 청원까지 벌였으며, 진화위에 들어간 뒤에는 경산 코발트광산 등 전국 10개 지역 집단 매장지 유해 발굴을 주도했다. “7월에 과테말라, 에콰도르 등 중남미 지역 원주민 집단학살 매장지 발굴 현장을 살펴보러 간다. 인권후진국이라는 중남미 국가들도 하는 작업을 경제개발협력기구에 가입한 우리가 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어떻게든 사업을 계속해서 끝을 봤으면 좋겠다.”

 

글 한승동 기자sdha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