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인정 않는 대법원
2013년 07월 15일(월) 10:46 [경산신문] 
지난 5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진도군 민간인 희생자유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라 할 수 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날 대법원은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근거나 신빙성에 대한 심사 없이 대상자 모두가 희생자라는 사실이 확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조사보고서의 증명력이 크게 부족하다면 법원은 보고서의 내용만으로 사실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직접 원시자료에 대한 증거조사 등을 거쳐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의문이 든다. 대법원이 도대체 어느 나라의 사법부 길래 국가기관인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법원이 따로 개별적인 조사를 통해 유족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하는지 말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여야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전국의 유족 요구로 설치된 국가기관이다. 위원회에는 개개인이 바로 국가기관이라 할 수 있는 현역검사가 조사국장으로 참여했고, 조사인력도 대부분 각 부처에서 파견된 경찰과 공무원, 학계 연구자로 구성됐다. 그야말로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기관이 진실규명결정을 내린 것이다. 피해지역에 대한 전수조사와 신청자에 대한 개별면접조사, 그리고 유해발굴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결정문을 발표했다. 경산시 평산동 민간인희생사건의 경우 지난 2009년 11월 17일 진실규명결정문을 받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러한 과거사위의 결정을 인정하지 많고 새로운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사위가 진실규명결정의 근거로 판단한 원시자료인 경찰이 보관하고 있는 처형자명부, 국회 자료 등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비록 소수의견이지만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김소영 대법관도 ‘위원회의 전문성과 중립성 등에 비춰보면 진실규명 결정의 증명력은 매우 높다고 봐야하고 명확한 반증이 없는 한 이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것이 경산코발트유족회를 비롯한 전국의 유족들이 지난 9일 대법원 앞에서 지난 전원합의체 결정을 폐기하라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이유다.

이날 코발트 유족들은 대법원 집회를 마치고 차를 돌려 여의도로 향했다. 지역구의원인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면담하기 위해서였다. 1심에서 승소한 유족들은 2심 선고를 앞두고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이 향후 민사소송에 미칠 영향 때문에 넋을 놓고 있는 가운데 평산동 폐갱도 앞에 놓인 유해를 치워달라는 땅주인의 요구는 협박에 가까워지고 있다. 유족들은 그래서 마지막 희망인 국회로 향한 것이다.

사건현장에서 태어나고 자라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최 원내대표는 마땅히 국가가 유해 발굴과 안장, 위령탑을 건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여든이 넘은 미망인들이 그래도 한명이라도 살아 있는 지금, 실행에 옮겨지도록 힘써주기를 바란다. 지자체도 올 위령제는 꼭 현장에서 거행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인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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