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 ‘골령골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대전형무소 재소자 학살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법원이 당시 희생된 대전형무소 재소자 인명부 공개에 대한 소송에서 공개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14부는 최근 유족 A(66) 씨가 “전쟁 중 행방불명된 형이 당시 인민군 부역 혐의자라는 누명을 쓰고 대전형무소에서 죽었다”면서 국가기록원 서울기록정보센터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 씨는 “희생자들의 유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추모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며 지난해 8월 국가기록원 서울기록정보센터에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이 인적사항과 이름을 모두 가린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 공개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 사익 침해 정도보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국가 권력기관의 투명성 확보라는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며 “1950년부터 1951년 사이의 대전형무소 재소자 인명부 중 재소자 이름, 나이, 출신지역 등에 대한 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자료는 당시 대전형무소 재소자 인명부 687쪽으로, 군·경이 무차별로 총살한 재소자의 규모와 사연이 세상 밖으로 드러날 단서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형무소 재소자 살해사건은 이승만 정권이 전쟁의 이름으로 저지른 여러 민간인 학살사건 가운데 하나로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9월 대전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던 인민군 부역혐의자들이 고문과 가혹행위 후유증, 열악한 수용 환경 등으로 사망한 사건을 일컫는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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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승인 201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