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모든 부문 아우르는 대책기구 발족 추진

 

현병철(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연임에 반발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국 92개 인권 관련 단체가 모인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지난 12일 밤 긴급회의를 열어 노동·교육·종교 등 모든 시민사회단체를 아울러 연임 반대를 위한 대책기구를 발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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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의 명숙 집행위원(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은 "시민사회에서는 현 위원장이 인권위 수장으로서 부적절하고 자격이 없다는 공감대가 이미 있었다"며 "우선 대규모 대책기구를 출범한 뒤, 다음 주 안에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대선주자들에게 현 위원장 연임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14일 낮 청와대 앞에서 현 위원장 내정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지난 2000년 12월, 명동성당 앞 단식농성 등을 통해 국가인권위 출범의 '산파' 노릇을 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009년 현 위원장이 취임할 때부터 그의 자질을 문제삼아왔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는 "현 위원장은 사무실에서 서류만으로 인권 사안을 판단하고, 정권 코드 맞추기로 일관해 왔다"며 "재임 내내 인권위원장으로 얼마나 부적합한지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 독립성 수호를 위한 법학교수 모임'의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인권관련 경력이 전무한 현 위원장은 애초부터 인권위법에 규정된 인권위원의 기본적 자격요건에도 부합하지 않았다"며 "부적격 인사였다는 게 드러난 마당에 청와대가 연임 결정을 내린 것은 아주 몰상식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지난 2월 국회법 개정으로 이번에 처음 열리게 되는 인권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만을 보는 '이명박식 인사'를 19대 국회가 인사청문회에서 바로 잡으라"고 촉구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박근혜 의원이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한다며 당명도 바꾸고 창당에 가까운 쇄신을 했는데, 부적격 인사를 인권위원장에 임명하는 엉터리 인사를 묵인할 수 있겠냐"며 "만약 현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를 수용한다면 이명박과 박근혜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만천하에 폭로하게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국제사회와도 공조해 현 위원장의 연임을 막겠다는 태세다. 유엔 고등판무관실 등에 인권위 상황을 서한으로 알리고, 현 위원장 취임 당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아시아인권위원회(AHRC)와도 긴밀하게 소통해 현 위원장 연임을 국제적인 인권 이슈로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연임 결정 소식이 전해진 11일 이후 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고사한 채 청문회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열린 직원 연찬회에서 현 위원장은 "내가 보직교수를 하면서 한번도 단임을 한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막판까지 연임을 강력하게 희망했다는 후문이다.

진명선 기자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