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사(法師)



본래 법사는 수행에 힘쓰고 항상 설법하여 세상의 모범이 되는 승려를 의미했으나 점차 승려 일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독경(讀經)의 전승이 우세한 충청도와 강원도 일대에서는 법사를 경객(經客), 정각 등으로도 불렀는데, 천한 칭호라 하여 불교에서 쓰는 법사라는 말을 차용하였다. 민간신앙에서 법사는 독경의례를 하는 사제자를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경을 하는 법사는 맹인으로서 점을 치는 판수(判數)에서 그 기원을 찾아 볼 수 있다. 판수는 점(占)을 치거나 독경(讀經)을 하는 맹인(盲人)들이었다. 판수들의 의례는 독경이나 축언(祝言)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들이 주로 읽는 경문에는 『금단경(禁壇經)』, 『영보경(靈寶經)』, 『연생경(延生經)』, 『태일경(太一經)』, 『옥추경(玉樞經)』, 『진무경(眞武經)』, 『용호경(龍虎經)』, 『용왕경(龍王經)』, 『옥갑경(玉匣經)』 등의 도경(道經)과 『팔양경(八陽經)』, 『천수경(千手經)』 등이 있다.
법사는 강신체험을 통해 되기도 하고, 신내림이 없어도 스승 법사에게 배우는 과정을 통해 되기도 한다. 학습의 내용은 여러 종류의 경문을 고장(敲杖)에 맞추어 자유자재로 암송하는 것과 독경의례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설경 제작, 굿을 의뢰한 단골의 사정에 맞추어 경문을 융통성 있게 읽어주는 것 등이다.


신내림을 받아 법사가 되는 경우는 강신무와 똑같이 신내림 체험을 하며, 내림굿을 한 후 법사가 되는 것이다. 현재 법사 가운데 판수와 같이 안맹(眼盲)인 경우는 거의 없으며, 학습보다는 강신체험을 통해 법사가 되는 경향이 우세하다. 무당과 법사의 활동 가운데는 유사한 활동도 찾아볼 수 있으나, 병굿인 경우 그 차이가 분명하다. 신령을 모셔 대접하는 무당과 달리 법사는 귀신을 잡아 가둠으로써 병을 치료하기 때문이다.
법사의 의례는 독경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안택(安宅)과 미친경(미친굿) 등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 1960년대 이전에는 봄과 가을에 안택을 하던 경향이 일반적이었고, 주술적 의료의 성격이 가미된 미친경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법사의 독경의례 전승이 활발했다. 특히 충청도 일대의 법사들의 미친굿은 그 효험이 대단하여 전국적으로 불려 다니기도 했다. 법사들은 독경의례 외에도 사주(四柱), 택일(擇日), 작명(作名), 풍수(風水), 지관(地官)의 일을 겸하기도 한다.


법사가 읽는 경문은 신통(神統)의 나열, 신병(神兵)의 결진, 귀신의 착금(捉擒)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문에는 수 십 가지가 있는데, 다양한 경들은 경의 내용과 기능에 따라 축사경(逐邪經), 가신봉안경(家神奉安經), 축원문(祝願文) 등으로 나뉜다. 이들 경문은 대부분 한문구에 토만 단 것으로, 구송만으로 그 의미를 알기 어려워 경문의 책자가 발간되는 경우도 있다.
독경을 하는 법사들에게 경의 학습은 필수적이고 가장 중요한 밑천이 된다. 예를 들어 충청남도 부여 지방의 경우 법사에게 필요한 4대 경문이 있다. 『옥추경(玉樞經)』, 『천지팔양경(天地八陽經)』, 『옥갑경(玉匣經)』, 『기문경(奇門經)』 등의 4대 경문을 포함해 수 십 가지의 경문을 학습해야 한다. 이 지역 법사의 경은 제일이 청(淸), 제이가 고장(鼓杖), 제삼이 문서(文書)라 하였는데, 법사사회 내부에서는 문서를 제일로 쳐서 경문의 학습이 중요했다.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던 법사들의 독경의례는 현재 충청도와 강원도 일대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고, 다른 지역에는 전승력이 약한 편이다. 충청도와 강원도 일대의 독경의례도 선굿 무당과 함께 진행되면서 앉은굿과 선굿이 복합되어 가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는 앉은굿의 한 절차인 대잡이의 역할을 보살로 불리는 여성 무당들이 담당하면서 생겨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