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5-05-26 20:16수정 :2015-05-26 21:39

4·16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학생 안전인권 원탁토론이 26일 오후 서울 양평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려 각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안전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4·16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학생 안전인권 원탁토론이 26일 오후 서울 양평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려 각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안전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재발 막으려면 원인 파악부터” “학교 주변 공사장 위험”
초·중·고 450명 토론회서 의견 내
서울교육청, 결의안 채택 정책 반영
“막상 사람들을 구한 건 어선이잖아.” “뉴스에서 전원구조 오보 냈잖아.” “정부는 소잃고 외양간만 고쳤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의견을 쏟아냈다. 토론을 이끄는 ‘이끔이’가 애써 발언을 끌어내지 않아도 초등학생 아이들은 마음에 담아뒀던 말이 많아 보였다. 아이들은 자신의 덩치보다 큰 전지에 단정한 글씨로 토론의 주제를 적어 두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것’.

26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 450여명의 서울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이 모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안전 인권 원탁토론’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4·16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각 학교로부터 참여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아 416명의 학생을 초대했고, 397명이 참석했다. 이들의 토론을 이끌기 위해 사전교육을 받은 44명의 또래 이끔이 학생도 함께 모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학생의 눈높이에서 안전 인권을 이해하고, 학생이 교육 공동체의 주체로서 서울교육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소통과 공론의 장을 제공하려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각자의 학교에서 ‘안전인권 우리학교 대토론회’를 연 뒤 그 결과를 모아 원탁토론에 참여했다. 교육활동·생활·보건·급식 안전 등 학교 현장의 8개 안전 이슈와 관련해 각자가 가져온 의제를 9~10명이 이룬 44개 모둠별로 1시간 동안 자유롭게 풀어놨다.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모인 1조에선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는 최우선의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다. “1년이 지났지만 추모밖에 할 수가 없잖아. 사태를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지. 그게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잖아.” 김서은(동광초6) 학생이 말하자 김서영(강일초5) 학생이 의견을 보탰다. “맞아. 세월호 사건은 아직 진상 규명도 안됐고 배 인양도 안됐어.”

중·고교생들이 모인 25조에선 학교 주변 안전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어느 학교에선 주변 공사장 때문에 학생들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해요. 제가 아는 어느 초등학교 주변에는 유흥가가 있어요.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모둠의 ‘이끔이’를 맡은 김예원(당곡고 2) 학생이 당차게 물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정부가 안전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이뤄지는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날 학생들이 제안한 안건들은 ‘서울 학생안전인권 결의안’으로 채택돼 서울시교육청의 향후 정책과 예산에 반영된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