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5-04-02 20:27수정 :2015-04-03 01:51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즉각 폐기, 세월호 선체 인양 공식 선언 때까지 배상·보상 절차 전면 중단 등을 정부에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입법예고 시한 사흘 앞두고
전원위 표결끝 ‘결의안’ 채택

“무리한 요구”-“독립성 훼손”
여야 추천위원들 날선 공방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위)가 2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해양수산부가 정한 입법예고 시한(6일)을 나흘 남겨둔 상황에서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이다.

특위는 만일의 경우 파견 공무원을 받지 않은 채 우선 민간 별정직 공무원들로만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52명은 이날 시행령안의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 배상·보상 전면 중단 등을 요구하며 삭발을 했다.

특위는 이날 오전 9시 긴급 소집한 전원위원회 회의에 해수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의 ‘철회 요구 결의안’을 안건으로 올려, 출석 위원 14명 중 10명의 찬성(반대 4명)으로 가결했다. 결의안은 △시행령안이 특위의 업무 범위를 축소해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 취지와 입법 목적에 위배될 수 있고 △실질적 조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위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해수부 시행령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석태 특위 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중대 결단” 가능성을 밝힌 가운데, 특위는 남은 기간 동안 시행령안 철회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권영빈 상임위원은 “입법예고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정부가 특위의 뜻을 존중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는 야당 추천 위원들과 여당 추천 위원들 사이에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은 “정부안은 실무자 중심”(황전원), “급하니 일단 정부안으로 출발”(조대환), “특위가 가진 권한도 상당”(석동현) 등의 이유를 들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김선혜 위원(대법원장 추천)도 “(정부가) 시행령안을 최대한 수정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야당 쪽 박종운 위원은 “정부의 선의를 믿을 수 없다. 1월1일 임기를 시작한 특위가 아직도 출범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장완익 위원도 “정부안대로 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내놓으면 과연 국민들이 믿겠느냐”며 철회안에 찬성했다. 전원위원회 회의를 방청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결의안에 반대한 위원들을 향해 “역사에 이름이 남을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양수 해수부 대변인은 “특위의 철회 요구는 당혹스럽다”면서도 “(남아 있는) 입법예고 기간에 각종 의견을 수렴해 수정할 부분은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폭력 등에 의한 ‘과거사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내어 “오래전 국가에 의해 자식을 잃고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농성, 삭발, 단식도 불사하며 싸웠기 때문에 이 아픔을 잘 안다. 지금 진상 규명 기회를 놓친다면 세월호 사건은 또 다른 ‘과거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6개 단체도 공동성명에서 “조사 대상인 정부 부처의 파견 공무원이 특위 정원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면 진상조사는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승훈 서영지 기자, 세종/김규원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