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13 19:45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작가기록단 인터뷰집 출간
“녹취 풀며 울고 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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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해 페리호 사고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에요. 그런데 21년 후 세월호 사건을 또 겪은 거지. 내가 그 애기를 하는 건 지금이나 그때나 바뀐 게 없어서야. 아무것도. 그때 전주에서 방범순찰대 의경으로 있었는데(…)지금 우리 유가족이 가면 경찰이 쫙 깔리는 거랑 똑같은 거야.(…) 21년이 지났는데 사람 구조하는 면에서 바뀐 게 전혀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단원고 희생자 2학년 9반 임세희 학생 아버지 임종호씨)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연말까지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기록작업을 해 온 작가기록단이 그들 중 13명의 부모·형제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펴냄·사진)이 출간됐다. 3박4일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있던 학생들과 영원한 이별을 한 한맺힌 금요일에 관한 기록이다. 작업에 참가한 작가 김순천씨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부모들이 자식을 잃은 후 그 순간순간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그 떨리는 숨소리까지 기록하려 노력했다. 몸부림치면서 겪은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지.”


책 출간에 맞춘 기자 간담회가 열린 13일, 이 작업에 동참해 온 인권연구소 창 멤버 유해정씨는 “그들의 고통과 분노, 상처를 계속 들춰내기가 너무 힘들어 차마 마음대로 묻지도 못했다”면서 “녹취한 걸 풀면서도 거의 5분마다 울고 또 울었다. 이번에 기록하지 못한 남은 사람들에 대한 작업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겁이 난다”고 했다.


사건 뒤 영상팀과 사진팀, 구술과 기록관리를 위한 학자팀 등이 모여 ‘시민기록위원회’를 만들었고 그 안에 작가기록단을 꾸렸다. 이번 작업에는 기록단원 10여명이 참여했다. 손문상, 윤태호, 조남준, 홍승우씨 등 만화가 8명도 동참했다.

   

“유가족이 청와대에 들어가려고 하면 신분증 검사를 세번이나 해요.(…)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자식 잃은 부모가 진실을 밝혀달라고 이렇게 와서 울고 있는데.(…)가는 데마다 경찰하고 우리하고만 싸우고 있어요. 책임질 사람들은 쏙 빠지고 자식 같은 애들하고만 싸우게 만들어놨더라고요.”(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 학생 어머니 정부자씨) 2년여 동안 해온 반월공단 구내식당 일을 그만둔 정씨는 이날 “호성 아빠도 지난 5일로 23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늦기 전에 힘을 보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이대로는 애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진실을 밝혀서 애들도 편히 보내고 싶다.”


이런 고백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짐작케 한다. “이렇게 이기적인 세상에 그렇지 않은 아이로 자식을 키우는 것이 이 투쟁의 연속이라고 봐요.(…)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또 다 살기 싫고 죽고 싶고 그래요. 이 나라한테 화가 나(…)너무 화가 나서…화가 안 풀려 심장이 부들부들 떨리는 날은 아빠가 건우한테 가자고 저를 데리고 나가요. 그러면 건우한테 가서 그래요. 건우야, 우리 용서하지 말자. 이 개새끼들! 우리 절대 용서하지 말자. 너랑 나랑 절대 용서하지 말자! 이렇게 욕을 하고 와요.”(2학년 4반 김건우 학생 어머니 노선자씨)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