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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5ㆍ16 군사정변 혁명재판 피해자 국가배상
“국가권력 이용해 불법 체포・구금하고, 위법한 재판 통해 장기간 수감”
newsdaybox_top.gif 2012년 09월 07일 (금) 15:59:13 신종철 기자 btn_sendmail.gif sky@lawissue.co.kr newsdaybox_dn.gif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양민학살 사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5ㆍ16 군사정변 직후 불법 체포ㆍ구금돼 혁명재판소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고(故) 김봉철씨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1960년 5월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서 발생한 이른바 ‘거창 박면장 살해사건’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6ㆍ25 전쟁 과정 중 발생한 양민학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남 밀양 지역의 피학살자 유족들도 유골 발견을 계기로 1960년 6월 피학살자조사대책위원회를 결성했는데, 김봉철씨는 유골 발굴이나 수습에 참여했고, 밀양공설운동장에서 국회의원 후보, 유족과 주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합동위령제에는 지역 대표로 참석했다.

김씨는 1961년 5ㆍ16 군사정변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ㆍ 구금돼 기소되기까지 177일간 구속상태에 있었다. 김씨가 체포된 이후 혁명재판소 및 혁명검찰부조직법이 제정됐고, 혁명재판소에 기소됐다.

당시 혁명검찰부는 “김씨는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 밀양군 피학살자조사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위원장에 취임한 후 유족 200여명을 가입시키고, 이후 장의위원회를 결성해 위원장에 취임한 다음 유골을 발굴해 자신이 상주가 돼 합동위령제를 하면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취지의 구호를 외치게 하고, 경남 피학살자유족연합회 결성대회에 참석해 이사로 취임한 후 좌익분자를 찬양하고 대정부 반감을 조장하는 취지의 선언문을 채택하고 대정부 건의안을 가결하는 등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고무ㆍ동조했다”며 기소했다.

혁명재판소는 1961년 12월 김동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혁명재판소 상소심판부는 이듬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 판결이 확정됐다. 김씨는 형집행 중이던 1965년 12월 형집행이 면제돼 석방됐다. 김씨는 1986년 9월 사망했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김씨 유족의 신청에 따라 2007년 7월 피학살자유족회 사건에 관해 2년간 조사를 진행한 후 2009년 10월 5ㆍ16 군사정변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 등이 망인을 예비검속해 장기간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조사한 후 혁명재판소에 기소돼 유죄로 처벌한 것을 확인, 고인(김봉철)의 재심 및 명예회복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을 권고했다.

이에 김씨 유족이 부산고법에 혁명재판소 판결에 관해 재심을 청구했고, 부산고법은 2010년 5월 “망인이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된 것은 위법한 것으로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30일)을 넘겨 177일 동안 구금됐으므로 수사관이 불법 체포ㆍ감금죄를 범행 사실이 증명돼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며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개시된 부산고법은 재심사건에서 김봉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인 서울중앙지법 제31민사부(재판장 전광식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김봉철씨의 유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망인(김봉철)에게 5억원, 처에게 2억5000만원, 자녀(7명)에게 각 1억5000만원, 형제자매에게 각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과 그의 가족들은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반국가단체인 북한 또는 그 구성원을 찬양ㆍ고무ㆍ동조한 자의 가족이라는 멍에를 쓰고 평생을 사회적 냉대 속에 신분상ㆍ경제상의 각종 불이익을 당했음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로 인해 망인과 그의 유족들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가는 “통상적인 사망 사건과의 균형성,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한국전쟁 전후의 유사 사건 희생자들과의 형평성, 인혁당 사건 등 일부 과거사 사건과의 차별성 등을 고려하면, 1심법원이 인정한 위자료의 금액은 너무 과다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11민사부(재판장 김용상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이 사건에 있어서 불법행위의 내용 및 정도, 망 김봉철에게 선고된 형의 종류와 복역기간, 망인과 원고들의 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1심법원이 인정한 위자료 금액은 정당하다”며 국가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자 국가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상고해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망 김봉철씨의 유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44877)에서 국가가 약 19억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해 국가권력을 이용해 망 김봉철을 불법 체포・구금하고 위법한 재판을 통해 망인을 장기간 수감하고, 그럼에도 망인 및 그의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무려 45년이 경과하도록 방치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위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피고가 주장한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고, 판시와 같은 액수의 위자료를 지급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