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 2015.01.28 20:18


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수학 선생님 되고 싶었던 다혜에게

사랑하는 내 딸 다혜에게.

영원한 나의 사랑, 나의 공주야. 지울 수 없는 지난해 4월16일. 끔찍하고 악몽 같았던 2014년이 지났는데 달라진 건 하나도 없구나. 너를 보내고 아빠와 엄마, 동생 건우는 많이 힘들어 눈물로 살고 있어. 네가 좋아하던 성탄절도 너무 힘든 날이 돼버렸어.

너는 하늘나라로 떠난 뒤 엄마 꿈속에 4차례 찾아왔어. 너는 웃으며 “엄마, 나 잘 있어”라고 한 뒤 사라졌지. 꿈속에라도 나타나줘서 고마웠고, 그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았어.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엄마의 마음, 우리 공주는 알까? 너를 꿈속에서밖에 못 본다는 현실이 억울하기만 해.

엄마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던 친구이자 딸이었지. 너의 빈자리를 볼 때마다 엄마는 힘들고 화가 나. 네가 없는 걸 느끼면 가슴이 아린다.

너의 침대, 책상, 화장대. 모두 그 자리에 있는데, 네가 항상 거기 있을 것만 같은데, 정작 있어야 할 우리 공주만 없네. 정말 미치도록 보고 싶다. 정말 한번만이라도 안아 보고 싶다. 친구들이 좋다며 단원고에 가기를 잘했다고,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다고 했는데, 이렇게 엄마 곁을 떠나버렸구나.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슬프고 힘들고 억울하고 눈물만 난다. 그래도 엄마는 힘내서 살아야겠지? 그래야 너도 힘들지 않겠지? 늘 기도하며 네가 있는 곳에 가는 그날까지 열심히 살게. 죽도록 사랑해. 그리고 네가 엄마 딸이어서 많이 행복했어. 안녕.


이다혜양은


단원고 2학년 10반 이다혜(16)양은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어했다. 아이들에게 추억을 쌓아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혜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좋아했고, 학교생활을 즐거워했다.


집에서는 똑 부러지고 야무진 맏딸이었다. 중학교 1학년인 남동생과 붙어다니며 엄마처럼 돌봐줬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 아빠는 이런 딸이 늘 듬직했다.


지난해 4월15일 아침, 다혜는 여행가방에 먹을 것을 가득 넣고 수학여행을 떠났다. 제주도에 빨리 가고 싶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날 저녁 7시께 다혜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출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시간 뒤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제주도로 출발한다”며 신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혜는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내일 제주도에 도착하면 전화할게.”


엄마는 딸 전화를 아직도 기다린다. 하지만 제주도에 못 간 다혜는 엄마에게 전화를 못 한다. 대신 가끔 엄마의 꿈에 나타나 안부를 묻고 간다. 다혜는 지금 경기 평택서호추모공원에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