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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항쟁유족회와 대구작가회의는 31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댐 입구에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 가창골희생자 64주기 위령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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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전쟁을 전후로 민간인들이 집단적으로 학살 당한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골에서 시민단체와 작가들이 모여 위령제를 지내고 대구시에 위령탑 건설과 인권교육의 장으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대구작가회의와 10월항쟁유족회는 31일 오전 가창골이 있는 가창댐 입구 수변공원에서 대구시 관계자와 이하석 시인, 정지창 영남대 교수, 여순반란사건 희생자유족 등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 가창골희생자 64주기 위령제를 지냈다.

가창골은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사상범들이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7일부터 31일까지 2차에 걸쳐 군과 경찰에 의해 약 1만명 규모가 학살당한 곳으로 남한 최대의 학살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경찰과 군은 이곳 가창골에서 1950년 7월 7일부터 3일 동안 제주4.3사건 관련자 140명과 여순사건관련 장기수 82명 등 242명을 학살하고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장기수 1196명을 학살하는 등 공식기록만으로도 학살당한 인원이 2000명을 넘었다.

당시 대구에는 이곳 가창골을 비롯해 경산코발트, 앞산 빨래터, 중석광산, 팔공산 입구 등 16곳 정도에서 학살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앞산 빨래터는 1946년 10월항쟁 이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대표적인 학살터였다. 학산동 학살터에서는 두개골에 대못이 박힌 유골이 나왔고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유해가 발굴되기도 했다.

위령제는 민중의례와 제례 순으로 진행됐고 무용가 박정희씨의 진혼무와 고희림 시인의 추모시, 10월항쟁유족회장의 추모사 등이 이어졌다.

10월항쟁유족회 이성번 사무처장은 위령제를 시작하면서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이유에 대해 "당시 군인과 경찰들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와 함께 애국가를 불렀기 때문에 이에 항의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1960년 4.19 이후 유족회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려고 했지만 박정희가 5.16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틀 뒤인 5월 18일 유족회 사무실을 찬탈해 모든 서류를 탈취해가는 바람에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학살이 있었던 가창골이 지금은 박정희가 교주라고 하는 영남대 재단의 땅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회장은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유족들은 이제까지 숨어서 제사를 지내야 했지만 지금은 그나마 떳떳하게 제사라도 지낼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당시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은 훌륭하고 똑똑한 아버지들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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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항쟁유족회와 대구작가회의가 31일 오전 대구 가창댐 입구에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 가창골희생자 64주기 위령제를 지냈다. 무용가 박정희씨가 진혼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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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골, 산내골, 골이란 골
삼천포, 감포, 포라는 포
연못, 폐광산, 우물
그 모든 곳에 내던져진 인간의 희생
함성과 절규
그리고 피눈물..."

무용가 박정희씨는 흰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형당하는 모습을 춤으로 재현했다. 이어 대구작가회의 10월문학제 준비위 대표인 고희림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하자 참가자들은 숙연해졌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당시 희생당한 학살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없었다. 이미 3년 전에 마지막 유족이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여순사건 희생자의 유족인 유태현씨만이 유일하게 여수에서 추모제를 지내기 위해 참석했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한 인사는 "증언에 의하면 이곳은 보도연맹원 200여 명을 학살했다고 하고 체육공원 부근에는 300~400여 명을 학살했다는 증언이 있다"며 "이곳에 위령탑과 표지석을 세우고 인권교육의 장으로 태어나길 염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위령제에는 김범일 대구시장이 보낸 조화가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위령제는 대구시에서 일부를 지원해 지내는 행사이기 때문에 조화를 보낸 것"이라며 "대구시도 유족들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작가회의는 10월항쟁유족회와 함께 오는 10월 1일 문학제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