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23 22:09수정 : 2014.12.24 08:29

잊지 않겠습니다

‘긍정대왕’ 장준형에게 고모가

그립고 그리운 준형아.

오늘도 네가 그리워서 답장 없는 편지를 하늘에 보내본다. 너를 속절없이 보내고 다시 만날 날을 하루하루 세고 있구나. 2년만 기다려 주면 운전을 배워서 기사도 해주고, 알바해서 남동생들과 여동생 용돈도 준다던 너를 이제는 평생 기다려야 하는구나.

우리 준형이는 긍정 대왕이었지. “네”와 “할 수 있어”를 입에 달고 열심히 살던 아이였지. 주말이면 복지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성당에 가서 학생회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했지. 고1 때까지 예비 신학생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해 동생들을 챙겼었는데…. 고등학생이 돼서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며 그렇게 기뻐했는데….

고모라는 말보다 언니라는 말을 먼저 배워서 “언니~”라고 부르며 따라오던 꼬맹이 준형이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 출발선에 서서 긴장하던 모습, 퇴근할 때 같이 집에 가자고 건널목에서 나를 향해 손짓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너는 내 옆에 없구나. 나는 네가 힘들고 슬픈 기억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만 가지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

아이가 바뀌어 아빠는 너를 데리러 두 번이나 진도에 갔던 것이 너무나 마음 아팠던지 여전히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네 친구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어. 아빠는 네가 수학여행 가던 날 얼굴도 보지 못하고 보낸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힘들어하고 있어. 늘 아빠 곁에서 함께해 주고 있지? 아빠는 네가 가고 나서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다면서 매일 아침 동생들에게 “사랑해”라고 노래를 한단다.

 “사랑해”라는 말이 참 아프게 들리는구나.

동생들도 네가 보고 싶은지 매주 일요일이면 분향소에 간단다. 그곳에 가면 너와 함께하는 것 같다고 하더구나. 얼마 전 눈이 엄청나게 오던 날 아침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 보더니 울더구나. 큰형이 없는데 이제는 누구랑 같이 눈을 치우냐고. 네가 너무 보고 싶다고. 작은고모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늘 분향소에서 미사를 준비하고 계신단다.

가족들 곁에 네가 없는 겨울은 너무도 춥고 아리구나. 앞으로 몇 번을 더 이렇게 추운 겨울을 보내고 나야 너를 만날 수 있을까? 처음에 분향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에는 너와의 추억이 너무 많아서 갈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되어 버렸다. 네가 없어도 너를 이야기하고 너를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어.

너와의 행복한 기억들을 다시 하나하나 꺼내서 동생들과 이야기하며 울고 웃고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너 만나면 참 행복했다고 말해주고 싶단다. 준형아.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 힘껏 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구나. 사랑해.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