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3 22:11

잊지 않겠습니다

스튜어디스 꿈꾸던 문지성에게 엄마가

엄마 딸, 지성아.


참 많이 보고 싶구나. 어느 날 갑자기 어처구니없이 사라진 딸의 모습이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아 무섭다. 우리 지성이는 4녀 1남 중 4번째 딸이어서 이전에는 너의 자리를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네가 떠나고 난 뒤 너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구나.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밥상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아. 함께 어울려 시끄럽게 떠들던 집도 조용해지고, 큰 거울 앞에서 언니와 춤 연습하느라 시끄럽던 음악 소리도 멈추었네. 행복했던 우리 집은 요즘 가족들이 각자 자기 일에 몰두하느라 서로 돌아앉아 버린 느낌이다. 아마도 다들 지성이를 잃은 슬픔이 그만큼 크겠지.


오늘도 너의 친구들이 우리 지성이 모습을 보고 싶다고 사진 좀 달라고 연락이 왔네. 너와 대화를 자주 했던 한 친구는 자기 이야기를 들어줬던 지성이가 그리워서 경기도 수원 효원공원에 가서 자고 온다고 하더라. 학교에 아직 그대로 있는 너의 책상은 단짝 친구 3명 중 혼자 남은 아이가 꾸미고 있더라. 세월호 참사가 난 지 벌써 200일이 훌쩍 지났는데도….


엄마는 너에게 여전히 카카오톡을 하고 있는데, 친구들도 너에게 카카오톡을 하고 있더라. 하늘나라에서 카카오톡 메시지 잘 보고 있지? 널 보고 있노라면 즐거웠는데, 너무 예뻐서 늘 엄마가 잘 키운 아이였다고 생각했는데….


지성이는 남동생에게 너그러워서 게임도 함께 하며 친하게 어울려 놀았지. 언니와도 친구처럼 잘 지냈지. 참 성격 좋으면서도 자신감이 남달랐고 인기 짱이었던 내 딸이었지. 네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을 아직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스튜어디스가 꿈이어서 열심히 영어학원을 다녔을 때, 학원 마치고 3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서 온다고 했지. “늦은 밤 추운데 왜 그러냐?”고 물으니, “엄마, 아빠가 보내준 학원 다니는 게 미안해서 버스비라도 아끼려 한다”고 했지. 대견했고, 철들어 가는 내 딸이 예뻤지. 원하던 옷, 원하던 핸드폰 이제 하늘나라에선 필요 없지? 그깟 돈 아낀다고 많이 못해준 게 가슴 아프다. 이렇게 일찍 가버릴 줄 알았다면 많이 해줄걸.


내 딸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었는데, 널 보낸 뒤 다시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가 엄마가 너에게 해주어야 할 것을 찾았어. 엄마는 팽목항 바닷가 옆에 차를 대고 잠을 자다가 네 꿈을 꾸고“지성이 사랑해”라고 외치며 잠을 깼단다. 네가 아이였을 때 안고 항상 하던 말이었어. 그렇게 마음속에서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했지. 엄마는 지성이 사랑해.


P·S. 아빠는 너의 억울한 죽음 원인을 밝히려고 동분서주하고 계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