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일자 : 2014년 01월 14일(火

 

관동軍 서신 검열보고서 / 어린아이들을 살육하고 부녀자를 강간하고….’

지난 1940년을 전후해 일본인 스스로가 일제 군국주의의 잔혹성을 고발한 문건이 중국에서 공개됐다. 그동안 일제 만행을 보여주는 다양한 문건이 공개됐지만 일본인 스스로의 증언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연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후 중국은 과거 일본 군국주의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14일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지린(吉林)성 기록보관소는 최근 일본 관동군이 작성한 ‘우정검열월보’ 160권을 공개했다. 이 검열보고서는 일본 관동군이 점령지 내 일본군은 물론, 중국인과 조선인 등 주민 전원의 서신을 검열한 뒤 작성한 것이다. 당시 관동군은 지역 내 모든 서신을 검열해 일본군 정보가 유출되거나 부녀자 강간, 민간인 살해 등 일본군의 명예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서신을 폐기했다. 대신 폐기한 내용을 매월 정리해 상부에 보고했다. 당시 보고서가 ‘우정검열월보’다. 현재 지린성 기록보관소가 정리 공개한 보고서는 지난 1937년부터 1944년까지다. 총 217권의 월보가 있었지만 지린성 기록보관소가 복구한 월보는 160권, 1만7442페이지다. 보고서는 지역 주민들은 물론 일본군이나 그 가족이 보낸 편지에서 발견된 일본군의 각종 죄악상을 담고 있다. 지린성 기록보관소 관계자는 “‘보고서에서는 일본인 스스로가 눈을 뜨고 보지 못하겠다’며 부녀자 강간이나 아동 학살 현장을 고발한 대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10일 지린성 기록보관소는 위안부 징용 비용에 관한 은행 기록 등 일본 관동군이 남긴 위안부에 관한 문서들을 새롭게 공개했다. 문서에는 “조선인 위안부가 36명 있다” “위안부 1명이 많을 때는 열흘 동안 병사 267명을 상대했다”는 기록 등도 포함돼 있다.

지린성 기록보관소는 또 일본군 731부대가 저지른 생물학전 범죄와 그 잔학상을 폭로하는 증거들도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자료 중에는 일본군이 아동을 상대로 세균 실험을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도 포함돼 전 세계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