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3일 열린 4.3 위령제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통해 국가추념일 지정 등 박근혜 대통령의 4.3 해결 공약 이행을 다짐했다. |
4.3 국가추념일 지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수우익성향의 제주 4.3정립·연구유족회가 출범할 예정이어서 화해와 상생의 4.3특별법 정신을 저해하고 해묵은 이념 대립으로 인한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를 부정하고 4.3을 공산폭동으로 규정하는 등 4.3 특별법 제정이후 꾸준히 이어져온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화해·상생 분위기 조성에 역행하고 이념 갈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는 지난달 30일 제주시 파라다이스회관에서 발기인 회의를 열어 이동해·오균택씨와 홍석표 전 산업정보대 교수를 공동대표로 선출한데 이어 오는 7일 오전 11시 하니관광호텔에서 창립 기념식과 강연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들은 4.3 진상조사보고서의 문제와 좌편향된 4.3정책을 바로잡아 균형잡힌 역사의식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겠다며 4.3 유족들의 구심점인 제주4.3유족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전반적인 ‘우 클릭’ 분위기에 편승해 현 4.3유족회의 주도권을 빼앗아 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특히 7일 강연에는 4.3을 비롯한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선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4.3을 남로당의 반란으로 규정한 소설가 현길언씨가 나설 예정이어서 이들의 성향을 짐작케한다.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회장을 지낸 권 교수는 지난 9월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현대사학회가 주최한 학술토론회에서 제주4.3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남로당이 벌인 폭동'으로 규정,4.3 유족 등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제주출신 소설가 현길언씨도 지난 6월 자신이 발행하는 잡지「본질과 현상」여름호에 ‘과거사 청산과 역사 만들기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중심으로’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제주4.3은 의로운 저항이 아니라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일으킨 반란임에도 4.3 진상조사보고서가 왜곡했다’고 주장,파문을 일으킨바 있다.
때문에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가 공식창립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경우 제주도의회와 4.3 유족 등 각계의 노력으로 지난 1999년 12월 4.3특별법이 제정된이후 꾸준히 이어져온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을 통한 4.3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극우보수세력의 반발에도 연내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4.3 국가추념일 지정과 4.3유족회와 경우회의 화해 등으로 조성된 상생과 화합 분위기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김영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보수우익 성향의 다른 4.3유족회의 출범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것”이라며 “4.3 국가추념일 지정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제주도민일보 오석준 기자.
▲ 제주 4.3 위령제에서 희생자 위패를 보며 눈물짓는 유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