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3.10.23 13:56 | 수정 2013.10.23 14:41

"6·25 발발 직후 재소자·보도연맹원 희생"

(공주=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충남 공주에서 6·25 전쟁 발발 직후 집단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유해가 추가로 발굴됐다.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유해 발굴' 작업에 이은 4년 만의 결과다.

충북대 김도태 교수 발굴단은 23일 공주시 상왕동 산 29-19번지 속칭 왕촌 살구쟁이 골짜기에서 '민간인 집단희생 유해 추가 발굴 설명회'를 열었다.

추가 발굴은 4년 전 조사한 유해 매장지 네 곳 가운데 한 곳과 맞닿아 있는 지역에서 이뤄졌다.

'5 구덩이'로 이름 붙은 추가 발굴지의 길이는 12.5m, 폭은 3m 정도다. 나무뿌리 상태를 볼 때 63년 전 당시 구덩이 깊이는 30∼50㎝로 추정된다.

5 구덩이에서는 모두 61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발굴단에 따르면 유해는 대부분 남자 어른이다. 그러나 어금니 발치 상태 등으로 미뤄 17∼22세 범주에 속하는 유해도 있었다.

유골이 놓인 형태로 볼 때 손은 등 뒤로 묶였거나 깍지를 낀 상태에서 사살된 모습이었다.

남북 방향으로 20도 정도 경사를 이룬 채 흙더미가 일부 무너져 있어 서로 다른 신원의 유골이 한 곳에 뒤섞여 있기도 했다.

완전한 사지 유골이 없어 키나 신원을 추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발굴단은 설명했다.

유해 매장지에서는 M1·카빈 소총 탄피와 탄두 59점이 함께 발견됐다. 단추 28점과 안경 1점도 함께 출토됐다.

이 지역에서는 6·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9일 공주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등 민간인 400∼500명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희생됐다는 증언과 영국인이 찍었다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앞서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지역에서 317구의 유해가 발굴된 이듬해인 2010년 "공주 왕촌에서 재소자와 보도연맹원이 적절한 법적 절차 없이 집단 희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선주(충북대 명예교수) 발굴단 책임조사원은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 구덩이 안에서는 탄피가 발견되는 등 확인사살한 정황도 보인다"면서 "아직 발굴하지 못한 유해가 더 있는 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63년 전 친형을 이곳에서 잃은 곽정근(81) 공주유족회장은 "(피해자들이) 골짜기까지 올라오면서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위령비를 세워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한을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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