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3.04.22 15:42:43

 

한국전쟁 당시 100여명 이상의 민간인이 학살당한 `여주 부역혐의 희생사건`의 희생자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지상목 부장판사)는 양모씨 등 65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14억 9900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군인과 경찰 등은 적법한 절차 없이 희생자들을 불법적으로 살해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생명권을 침해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는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희생자와 유가족이 겪은 극심한 고통, 사회와 국가로부터 받았을 차별과 냉대·편견과 이로 인한 경제적 궁핍, 국가가 6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별도의 조치 없이 손해를 방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는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60년 이상이 지났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을 한 2009년까지 유가족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가 불법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원고들이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했다며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말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5월 이 사건과 관련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1950년 9월 서울 수복 이후부터 이듬해 초 재수복 때까지 인민군 부역 혐의자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집단 총살당한 여주군 주민은 98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희생자 중에는 네 살배기 여자아이도 있었다.

한편 이날 같은 재판부는 1948년 `여순 반란사건` 당시 군경에게 무고하게 희생당한 송윤섭.치섭씨 형제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 국가가 1억98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