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이 일부다처제? 남자들도 힘들다고 안 해! -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현경·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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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_dot.gif게재일 : 2012-02-13 i_dot.gif조회수 : 28,713
글·사진 / 김이준수 jslyd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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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내게도 그랬다. ‘진짜’ 이슬람을 알게 해 준 것,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는 ‘9·11’이었다. 실토하자면, 그 전까지의 이슬람, ‘한 손엔 칼, 한 손엔 코란’으로 대변되는 폭력적 종교였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것이지만, 교과서에 그리 나와 있었다. 또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며, 여성을 억압하는 명예살인 등이 횡행하는 비이성적 사회였다. 당연하게도, 제도교육과 무지가 낳은 편견이었다.

‘한 손엔 칼, 한 손엔 코란’은 십자군전쟁 중 이슬람의 호전성을 부각하기 위해 날조된 허위비방(!)이었음을 그때서야 알았다. ‘무슬림=테러리스트’라고 앵무새처럼 토해내는 서방세계(정확하게는 전쟁상업주의자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마케팅(?)덕에 나는 이슬람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다.

허나, 나는, 우리는 여전히 이슬람에 목마르다. 삐뚤어진 세계화 때문이다. 미국에만 집중된 세계화, 그래서 ‘미국화’가 우리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을 막았다. 얼마 전, 파키스탄에서 이슬람문화를 공부하는 김형민 목사의 이야기가 신문에 소개됐다. 흥미로웠다.

창원의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상담실장으로 활동하던 김 목사, 2011년 12월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이슬람문화와 풍습이 잘 남아 있는 사르고다라는 작은 도시에 정착, 한국에 다녀온 노동자들의 네트워크를 꾸릴 계획이다. 한국어학당 개설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대학에 들어가 이슬람문화를 전공하는 박사가 될 꿈도 갖고 있다. 그는 수요일마다 뉴스레터 ‘파죽지세(파키스탄에서 죽치고 지내며 세상을 배운다)’를 보내준다(그의 이메일(dan21@hanmail.net)로 신청하면 파죽지세를 받아볼 수 있다).

뭣보다 기사가 흥미로웠던 지점, 그는 목사다. 그리고 그는 이슬람문화에 정통한 목사가 되기로 작정하고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그는 이런 출사표를 던지고 있었다. “파키스탄인 친구들을 사귀며 이슬람문화가 너무도 왜곡되게 한국 교회에 알려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슬람문화에 대해 더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한국에서는 이슬람에 정통한 신학자나 전문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 목사,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슬람에 정통한 신학자가 있다는 것. 개신교 진보신학의 명문인 뉴욕 유니언신학대학 종신교수로, 달라이 라마가 주축이 된 종교간 세계평화위원회 자문위원이며, 환경·평화운동가인 현경 교수. 그녀는 경계가 없다. 때론 불교 명상수행자가 되고, 샤머니즘의 무희도 되면서 종교간 벽을 허문다. 이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6년 9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이슬람 18개국을 돌아다니며 200여명의 여성을 만나고 돌아와, 5년의 집필 끝에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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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내 성당, 책 출간기념회가 열렸고, 독자들과 함께 했다. 이슬람식 조각보가 깔리고 촛불이 켜진 아름다운 무대, 붉은 옷과 무슬림 모자를 쓴 현경 교수가 먼저 등장, 이슬람순례기를 가능하게 해 준 이슬람인들을 생각하는 짧은 명상을 제안했다. 이어 이슬람 18개국을 순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시스터 펀드’를 대표해 박옥희 이프토피아 고문과 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축사가 있었다.

박옥희 고문은 축사를 통해, “9·11이 터지고 현경 교수가 이슬람으로 떠날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그래서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펀딩을 했다”고 말했다. 박 고문은 또 “책을 통해 몰랐던 중동의 개개인이 하나의 인격체로 다가와 테러리스트라는 편견 등을 날려줬다”“시스터 펀드에는 여러 종교가 마음을 모은 것은 물론 남성들도 참여해 우리가 이슬람을 아는데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혜경 위원장은 “현경 교수와 처음 만난 것은 70년대였는데, 당시 알프스 소녀처럼 밝고 건강하고 탄력적인 사람이었다”“여러 이유로 현경 교수를 좋아하는데, 경계를 넘어서는 모습이 참 좋고, 이번 책을 통해 성숙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와 기쁘다”고 말했다.

책 출간을 축하하기 위한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공연이 뒤를 따르고, 「지구인의 첫사랑」과 「카페라떼」가 흥을 돋웠다. 이윽고, 출판사 관계자의 사회로 현경 교수와 심리치유자로서 쌍용차 해고노동자 심리치유 프로젝트 ‘와락(http://thewarak.com)’을 운영하는 정혜신 박사가 함께 하는 수다(!)가 진행됐다. 이슬람이 우리에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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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기존의 이슬람에 대한 인식과 많이 달라서. 9.11 때 뉴욕에 있었는데, 어땠나?

(현경, 이하 경) 하늘이 코발트빛이었다. 뉴욕의 그날이 그랬다. 9.11이 터졌을 때, 영화 광고인가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고, 3000여 명의 뉴요커를 잃었다. 그날 이후 뉴욕이 달라졌다. 9.11 이후 4~5개월간 성스러운 시간이었다. 뉴욕 사람들이 서로 만나면 눈을 마주치고 웃고, 촛불과 꽃이 소방서마다 있고. 인간은 고통을 당해야만 자신을 돌아보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이런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혜신 박사에게 묻고 싶다.

(정혜신, 이하 신) 우리에게도 트라우마가 있다. 5.18도 있었고, 고문이 횡행한 시절도 있었다. 우리는 집단 트라우마를 양산하는 사회인데, 이런 슬픔을 수면 위에 올려놓고 얘기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 삶을 왜곡하고 비틀어 놓는다.

우리나라에선 나이가 깡패다. 물론 다른 나라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왜 우리나라만 유독 그러냐면,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아서다. 그런 까닭에 소통도 안 되는 것 같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고문도 받고, 분신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치유 받은 바도 없고, 치유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앞선 10년의 정권들에서 좋은 세상이 왔다고 했지만, 모여서 얘기하면 싸우고 상처입고, 치유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이 많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이 치유다.


(경) 무슬림에서는 9.11을 미국의 조작극이라고 얘기하더라. (미국이) 이슬람권의 오일에 대한 욕심으로 이슬람권을 악의 축으로 만들어 왕따를 시켰다는 것. 또 전쟁을 일으켜 군산복합체 배를 불리고 기득권을 유지한다는 거다. 무슬림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태도, 이란·북한 등에 대한 이중 잣대를 굉장히 억울해 한다.

“그녀와 나눈 많은 이야기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9·11 사태는 부시 정권에 의해서 미국이 만들어낸 조작극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만이 아니라 터키 사람들 대부분이 이 시나리오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사마 빈라덴과 탈레반은 미국이 키워낸 미국의 아들들이라고 했다. 진정한 이슬람 교도는 오사마 빈라덴이나 탈레반이 자행하는 그런 테러리즘을 행동에 옮길 수 없고 그것은 알라와 코란의 뜻에 역행하는 비신앙적 행동이라고 했다.”(p.82)

미국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을 갖고 있고, 히로시마 폭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살아 있는 사람의 머리 위로 핵무기를 던진 유일한 나라다. 그런데도 자기들만 핵을 가질 수 있고, 이슬람권은 도덕적 판단 능력이 없어서 핵을 보유하려면 테러리스트로 모는 식으로 매도한다. 이슬람은 그런 것에 대해 ‘한’을 느끼는 것 같았다.

미국 정치인들이 상대를 타자화하고 악마화해 전쟁을 부추겨야 유지되고 성장하는 군산복합체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짐승처럼 다루는데, 무슬림 모두가 자기들의 문제로 아픔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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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에 대한 오해가 큰 것 같다. 특히 여성에 대한 억압에서 더 그렇다. 책을 보니 이슬람권은 되레 여성을 신봉하는 문화 같은데...

(경)란을 보면 천국은 어머니의 발밑에 있다고 말한다. 평범한 교육을 받아 평범한 가정을 이룬 이슬람 여성은 다른 어느 나라 여성보다 권리가 많다. 코란에는 여성에게 재산권, 이혼할 수 있는 권리, 성적 만족이 안 될 때 남편을 바꿀 수 있는 권리 등이 있다고 적혀있다. 생활비도 남성이 대게끔 하고 결혼지참금은 여성의 것이다. 그들은 여성이 히잡을 쓰기 때문에 심성을 보고 존경한다고 얘기한다.

마호메트는 그 당시 놀라울 정도로 여성 해방과 평등을 가르친 사람이고, 코란은 여성의 평등을 보장해 주는 경전이다. 이슬람 남성도 여성을 존중한다. 문제는 코란을 읽을 수 없고, 가부장문화에 오염된 남성이 코란을 해석할 때다. 그런 남자와 함께 있는 이슬람 여성은 자기 권리를 못 찾는다.


(신)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멀리서 이슬람을 본 탓에 강력한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게 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경) 나도 이슬람권에 가서 놀란 게, 이슬람 사람들의 다양성이었다. 200여 명의 이슬람 여성을 만났는데, 다 다르더라. 거시서 희망을 봤다. 원피스 옷 같은 여성들, 이라는 말을 내가 했다. 많은 이슬람 여성들의 머리, 마음, 몸이 온전히 하나였다. 감동적이었다. 이슬람 여성들의 자기분열이 적다는 것도 궁금했다.

특히 이슬람 여성을 보고 만나면서, 여성의 온전성이 놀랍다고 생각했다. 여성이 그런 온전함을 가진 문화라면 우리는 이슬람 문화를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명예살인, 테러리스트 등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다룬 미국 언론을 보면서, 미국은 사람이 아닌 이익 중심의 사회라고 생각했다.

이슬람을 다니면서 보니, 이곳처럼 탐진치(貪瞋痴, 탐욕·증오·어리석음)에 희생당하는 문화권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을 나쁜 학자라고 본다. 그는 9·11이 문명권끼리의 충돌에 의해 일어났다고 봤는데, 그건 충돌이 아니다. 서방 언론을 믿지 말고 이슬람 사람들이 뭘 말하는지, 이슬람 언론에 대해서도 귀를 열어야 한다.

“하버드 대학 새무얼 헌팅턴 교수가 제안한 기독교 문명권과 이슬람 문명권 사이의 ‘문명의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론이 9·11 사건에 의해서 현실화된 것처럼 미디어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미국 내의 많은 이슬람 이민자 젊은이들이 영장 없이 체포되었고 이러한 국가의 폭력을 두려워하는 여러 무슬림 젊은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갔다.”(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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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슬람권에서는 정말 남편이 아내를 4명 두나?

그런 경우는, 매우 소수다. 터키에서는 불법이며,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도 불법으로 정한 나라가 많다. 또 그것을 허락해도, 첫째 부인이 허락하는 한, 혹은 모든 부인에게 똑같은 사랑을 줄 수 있을 때, 그렇게 하라고 한다.

‘폴리가미’도 특정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남편이 전쟁에서 죽어 보호자가 없는 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만든 거다. 그건 코란에도 명시돼 있다. 4명도 가능하나 모든 아내에게 완전 평등하게 해 줄 수 있을 때 하라고. 실제로 조사를 했더니 남자들도 이 제도가 힘들다고 했단다. 왜 아내 말고 다른 여자들이 있어야 하나?, 면서. (웃음)


“‘폴리가미(일부다처제. 이슬람 종교에서는 4명의 부인을 허용한다)’나 ‘오너킬링(명예 살인. 부정하다고 생각되는 여성을 그 여성의 남성 가족, 친척들이 죽이는 관습)’도 코란의 기본 정신이 아니라 남성들에 의한 관습적 전통일 뿐입니다. 코란은 4명의 부인을 허용하지만 그것은 남성이 4명의 부인을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평등하게 대우할 때만, 그리고 첫째 부인이 다른 여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허락해야만 가능해요.”(p.78)

(신) 얘기 중에 ‘자기 분열이 없는 여성’이라고 했는데, 개인적인 분열이 있나? 모든 여성이 사는 동안 그런 게 많은데 어땠나?

많았다. ‘미친 년’ 소리도 많이 들었다. (웃음) 젊은 시절 숨 쉴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가지 문학소녀였다. 아버지가 날 너무 집중적으로 사랑해서 모든 남자가 날 사랑한다는 자신감도 강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손수 뜨개질로 한 땀 한 땀 떠서 12개 인형을 만들어줄 만큼 넘치는 사랑을 받았거든. 그런 아버지의 사랑 때문에 지금 싱글인지도 모른다. (웃음)

나도 남자한테 상처 많이 받고, 너무 힘들었다. 정신 분석도 10년이나 받았고. 특효약은 명상이었다. 히말라야에 가서 1년 동안 승려도 했다. 내게 궁극적인 치유는 명상이다. 그러면서 참자아를 만났다. 나는 분열이 나를 아름답게 하고, 창조력이고, 나만의 향기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예수, 붓다, 약간 이상한 인간들이 종교, 예술을 만드는 거다. (웃음) 약간 삐딱하고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있어야 문학도 나오고 세상도 재밌어지지 않나?

그래도 부러운 게, 정혜신 박사가 지난번 책(주. 『홀가분』)에서 그랬지? 나는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나는 가장 섹시한 남자와 살고 있다. (웃음) 나는 손들었다. ‘얄미운 년’이다. 내가 남자 감별사인데, 오늘 꼭 데리고 오라고 했다. (정혜신 박사의 남편 이명수 심리기획자를 가리키며) 외모는 통과! 술 마시면서 대화해보면 더 잘 알겠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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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그런 얘길 하는 걸 오랫동안 참아왔다. 안 믿을 것 같아서. (웃음) 연예인들 잉꼬부부다 뭐다 하다가 이혼하듯이, 괜히 대중 앞에서만 그러는 것으로 오해할 것 같아서. 이제는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사실 주변에 행복한 부부가 많지 않더라. 내가 또 정신과 의사라 사람들이 얘길 많이 하거든.

그래서 생각했다. 이런 결혼, 왜 할까?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본인도 행복하지 않으면서 왜 결혼하라고 할까, 이런 느낌도 갖는다. 그런 것에 문제 제기도 하고 싶었다. 앞뒤 안 맞을지 몰라도, 우리는 여보, 당신이라고 않고 이름을 부른다. 전통적 형태의 가족에 대해선 생각할 거리가 많다.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선 치열해야 한다.


(경) 서방 세계가 이슬람을 악으로 보고, 학교도 아이들을 왕따로 만들고, 남을 타자화하고 폭력적으로 다루는 심리를 어떻게 보나?

(신) 본래 인간이, 아이들이 폭력적일 수는 없다고 본다. 폭력적인 어른의 희생자인 아이가 커서 다시 가해자가 된다. 우리 사회가 사람을 함부로 대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요즘 굉장히 공격적인데, 사춘기의 다른 문화권 아이들이 우리처럼 공격적이지는 않다.

정신 분석에서 공격성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의 좌절에 따른 리액션으로 본다. 인간의 개별성, 존재를 존중하지 않는 게, 그게 당연시 되는 게, 모든 사람이 상처 입고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욕구가 좌절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화가 나 있고, 나이 많은 사람에겐 표출을 못하니, 아래로, 혹은 가족에게로 향한다.


(경)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은 미국은 왜 그럴까? 나라간 공격성은 어디서 비롯되는 건가?

(신) 미국이 모든 걸 다 가지진 않았다. 돈이, 부가 다가 아니다. 대개 다 가졌다는 건 보통 부를 말하는데, 부가 모든 것을 개런티하지 않는다. 공격성이라는 미성숙 심리 기제가 나타나는 건, 부에 함몰돼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성찰에 대한 기운이 모인 나라가 다 가진 나라라고 생각한다.

(경) 세상에서 그런 나라가 딱 하나 있다. 쿠바다. 내가 90여 개국을 돌아다녔는데, 전 국민이 섹시한 나라가 쿠바다. 개, 고양이도 섹시하고, 노인도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나누고, 늘 노래하고 춤춘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에 가장 가까운 나라가 쿠바라고 생각한다.

(신) 섹시하다. 그건 단지 몸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라인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가 드러나야 한다. 자신이 드러날 때, 자기의 라인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런 사람이 섹시하다. 남자와 여자, 생물학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런 것에 일상적으로 너무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섹시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잔다면 어떨 것 같나?) 엊그제 김두식 교수가 우리 부부를 인터뷰했다. 한겨레 토요일 자에 김두식 교수가 인터뷰 코너를 맡아서 하는데 비슷한 질문이 있었다. 나는 별로 상관없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자고와도. 왜냐? 나는 우리가 한 1000피스 정도 맞췄다고 생각한다. 그가 어떤 여자를 만나도, 내가 한 영적, 정신적, 육체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여자는 없다고 본다. (일동 박수와 웃음)


Q&A

현경 교수의 ‘할리페’, 즉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지 듣고 싶다.

이슬람에서 얻은 가장 큰 것이다. 생물들은 할리페를 꽃 피우는 게 지상에서의 존재이유이며, 나는 여성뿐 아니라 남녀노소, 동식물까지 모두가 자기답게 살며 자기의 꽃을 피우게 하는 존재다. 나답게 살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위해 지금까지 나는 살아온 것이다. 당신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그것을 해명할 의무가 없다. 나는 누구나, 모든 것이 자기답게 살아야 평화가 오고, 폭력이 없어진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슬람 순례를 통해 이슬람 여성의 산처럼 든든한 존재감을 확인했다. 반 도인 수준의 여성들의 기운을 받은 1년은 일생에서 가장 많은 타인의 사랑을 받았던 시기였다. 사람이 가슴과 가슴으로 만날 때, 당신과 내가 존재와 존재로 만나는 순간, 신이 나무 자라듯 자라는 것 같다. 나는, 내 할리페를 실현하기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을 규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남녀 성별이 아니라 ‘할리페(신이 우리 각자에게 준 다른 의무들)’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할리페를 완성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입니다. -파트마 아시예(코냐 신학교 교수)”(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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