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 2011-09-28 오후 3:21:34 ]

[CBS노컷뉴스 정보보고]

역사의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시인 신경림은 “죽산(조봉암)이 목 매달리던 날 나는 울면서 한편을 썼다. 남산의 이승만 동상이 밧줄에 묶여 거꾸려진던 날, 나는 환오작약하며 대취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곳 국립 4.19민주묘지를 찾았습니다. 이승만의 부정선거와 부패에 항거하다 꽃다운 나이에 스러져간 4.19영령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제 9시간이 조금 지나면 공영방송 KBS에서 이승만 미화다큐가 방송될 것입니다. 학살자요 독재자였던 이승만을 재평가한다는 미명하에 미화다큐를 방송한다는 게 과연 용납할 일입니까?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요,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싸우려 했으나 결국 힘이 없어 막지를 못했습니다. 분할 따름입니다. 역사의 죄인이 됐습니다.

4.19혁명과 민주주의의 정신은 이제 골목길 뒤편 쓰레기통에 처박힌 형국입니다. 대체 3.15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이승만의 부패를 단죄하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세우려다 숨져간 학생과 시민 186명의 고귀한 희생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요?

3.15부정선거와 부패, 민주주의 파괴와 헌정 유린과 인권탄압, 그리고 고문, 결국 이승만의 죄악은 4.19민주혁명에 의해 가장 엄정하게 평가됐습니다. 이 같은 평가는 어떤 경우라도, 천하의 누구라도, 또 그 무엇으로도 뒤집을 수 없는 역사의 심판이고 역사적 실체이자 진실입니다.

이승만의 죄상이 과연 이 뿐이겠습니까? 친일파관료를 등용한 것에 머물지 않고 악질 친일파를 적극 비호했습니다. 반민특위 해체를 직접 지시한 사람이 바로 이승만이었습니다. KBS가 공식 밝힌대로 “친일파 청산은 미완의 과제”라고 단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친일파 청산이야말로 일제로부터 해방됐던 8.15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기와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반드시 수행해야 했던 역사적 과제입니다.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채 오로지 자신의 권력만을 탐했던 인물이 바로 이승만입니다. 노덕술 같은 악질 친일파를 적극 비호했던 이승만은 이 행위 하나만으로 역사적 단죄를 받아야 할 인물이지, 결코 칭송받아야 할 위인이 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등장하듯이, 이승만은 수많은 보도연맹 학살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거창을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서 벌어진 100만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이기도 합니다. 그런 인물이 재평가라는 미명하에 그것도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인물로 다뤄진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그럼에도 왜 지금 시점에서 이승만에 대한 미화다큐를 굳이 공영방송 KBS에서 방송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 정치적 의도와 꼼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일부 뉴라이트와 친일세력을 대표로 하는 역사왜곡의 움직임에 KBS가 적극 부역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수개월동안 우리는 남산에 이승만의 동상이 다시 세워지고, 5.16쿠테타는 혁명으로 치장되고, 419민주혁명은 단지 4.19라는 명칭으로만 불리워지고, 백선엽과 같은 악질 친일파가 전쟁영웅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친일과 독재의 부역자들은 대한민국의 애국자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명백한 역사왜곡이요 민족정기를 뿌리채 흔들려는 망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믿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이 땅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숨져 간 순국선열들에게 맹세합니다. 이제부터 더욱 굳은 마음을 갖고 터무니 없는 역사왜곡의 맞서 싸울 것임을 다짐합니다.

2010년 9월 28일

친일ㆍ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사월혁명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박용만선생기념사업회, 윤봉길(월진회)의사기념사업회,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학산윤윤기선생기념사업회, 범재김규흥선생기념사업회, 유정조동호선생기념사업회, 보재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 김산기념사업회준비위원회, 차리석선생기념사업회, 우사김규식연구회, 단재김달호선생추모사업회, 우당최근우선생추모회, 독립유공자유족회, 안중근평화연구원, 역사복원국민운동본부, 규운 윤기섭 선생 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유공자회, 효창원을사랑하는사람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한국전쟁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연합회, 한국전쟁후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한국전쟁 예비검속 제주유족연합회, 미군범죄진상규명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 4.9통일평화재단,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친일인사백선엽동상건립반대파주시민대책위원회, 새날희망연대,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죽산 조봉암선생 기념사업회, 민족일보 조용수 기념사업회, 민족일보 연대포럼 평화재향군인회, 전국역사교사모임, 좋은 어버이들, 청명문화재단, 산수 이종률 선생 기념사업회, 민족대표 33인 유족회, 포럼 ‘진실과 정의’, 제주4.3연구소,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미디어행동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경기민언련, 광주전남민언련,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녹색연합, 대전충남민언련, 동아언론자유수호투쟁위원회, 문화연대, 미디어기독연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미디어연대, 민주개혁을위한인천시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바른지역언론연대, 방송기자연합회, 보건의료단체연합, 부산민언련, 불교언론대책위원회, 새언론포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신문판매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북민언련, 진보네트워크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언론을위한모임, 학술단체협의회, 한국기독교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사회정의소위원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청년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운동연합, 51개 단체 (이상 101개 독립운동ㆍ시민ㆍ사회ㆍ언론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