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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4

 (이찬구의 책 읽기) 

 

김동춘 교수라고 하면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성공회대 교수를 지내고 있으면서 역사와 사회학 분야의 양심으로 활동하시는 분이다.


이 김동춘 교수가 1여년 동안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돌아와서 쓴 미국에 대한 보고서(?)가 바로 이 책이라고 할수있겠다.


얼마전에 뉴스에 서울대학교가 전세계에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두번째로 많이 취득했다고 하던데..........


사실 우리 나라의 학문이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것이야 다 아는 사실아닌가?


식민지를 경영하는 방법중의 하나가 바로 식민지의 엘리트를 본국으로 불러서 철저하게 종주국의 사상을 주입시킨 다음 


다시 식민지로 보내서 지배층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식민지의 종주국이 강제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유학 출신 지배 엘리트들이 스스로 자가 발전하면서 


종주국의 사상과 문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를 갖추면서 식민지 지배 체제가 더욱 튼튼해지는 법이다.


즉.....종주국이 군대의 무력과 경제적인 위협으로 하드웨어적인 식민지 지배체제를 형성한다면,


소프트웨어적인 지배체제는 이러한 식민지의 사상과 문화를 자국내에서 우월한 것으로 형성시키는 유학 엘리트들이 일조하는 것이다.


이런 유학 박사 출신의 엘리트들이 대한 민국의 넘버1 대학이라 불리는 서울대학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니.....


과연 대한민국은 정신적, 문화적으로는 미국에 지배당하고 있다고도 할수있겠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 박사가 아닌 이가 대학 교수직을 얻기는 참 어려운가 보다.......


이 김동춘 교수도 결국은 서울대학은 포기하고 성공회대학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성공회대학은 특이하게도 소유와 경영이 완전 분리된 대학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진보적인 학자들이 이 성공회대학에 많이 있다는데.........한홍구 교수나 신영복 교수등은 아주 유명한 예이고......


이 외에도 나름대로 진보적인 관점에서 양심적인 지성으로 살아가는 지식인들이 이 대학에 포진하고 있다니.....


음....나도 가서 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간에 대한민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김동춘 교수가 미국에 가서 무엇을 느끼고 왔느지를 보도록 하자.


사실.....미국 가서 새로운 것을 느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미국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서 그것을 풍부하게 하고 왔을것이라고 


짐작되는데......책의 제목처럼 미국이 고도로 번영을 누리고 있는것은 크게 보아서 시장자유주의의 원칙을 지킨다는 것과 


또 하나는 어느 국가와도 맞짱을 떠도 이길수있는 무력에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시장자유주의는 민주주의에 기반하고 있는데 반해서 전쟁이라는 것은 강제적인 것, 즉 비민주적인 것이니만큼......


전쟁과 시장이라는 것이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이해될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이 전쟁과 시장이라는 것이 하나로 묶여서 판매되는 1+1 패키지 상품이라는 게 이 김동춘 교수의 설명이다.


이거는 굳이 학술적으로 어떻다라는 걸 떠나서 역사적으로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인데......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수있겠다.


이 때에 조선을 침략했던 그 서구의 군함이 요구한것은 바로 통상조약의 체결이 아니던가?


(물론, 병인양요는 대원군의 천주교 신자 학살사건과 관련이 있지만.......


조선을 침략했던 로즈 제독의 요구사항속에는 역시 통상조약의 체결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통상조약이라는 게 바로 자유무역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즉.....시장의 개방을 무력을 통해서 이루어낸 것이니......그게 바로 전쟁과 시장이 밀접하게 결부되어있는 것이라고 할수있겠다.


이건 뭐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WTO라는 무역기구를 통해서 주로 협박으로 다 해결되지만.....이 협박이 통하지 않을때는 이번에 이라크를 침략한 것 처럼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강제적으로 시장을 개방시키고 자신들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하기사 이런 모습을 바로 제국주의라고 하는 것이니........역사상 모든 제국들은 이런 무력을 통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은 제국 내부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흔히 말하는 민주주의의 완성이 바로 미국식 민주주의라는 오해이다.


하지만.......후진국에서만 발생한다는 분식회계를 엔론이라는 초거대기업이 밥먹듯이 자행하였고,


(IMF때 얼마나 미국출신 박사들이 IMF 경제위기가 오게 된 이유를 한국이 후진국형 경제체계라서 그렇다고 


어찌나 많이들 강조하셨는지.....엔론 등의 미국판 부정부패 분식회계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이것 역시 후진국형 경제 체계인지......미국 박사님들 생각이 참 궁금~)


부시의 대통령 당선에서도 알수있듯이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투표방식이 미국식 민주주의인것이다.


(결국은 UN에서 공정선거 감시단이 파견될 정도였고.....곳곳에서 부정 선거 시비가 붙었다~)



미국에서 모든 선거는 선거 자금을 얼마나 동원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하원과 상원 선거의 당선자들의 평균 선거 자금과 낙선자들의 선거 자금을 비교해보면 


당연히 당선자들이 훨씬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을 알수있다.


이런 식으로.......이 책은 다양한 곳곳에서 미국의 속 사정을 알수있도록 해준다.


하지만......이 책에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이런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상황을 


미국인들은 과연 모르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모르는게 아니라, 모른척할때 더 이익이 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


이라크 전쟁만 놓고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그것의 정당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서 얻게될 이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이라크에 파병을 하는데 제일 주가 되는 것은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이 아니라!


이라크 전쟁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국익이 무엇이고 얼마냐라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은 


정말 양심의 마비사태라고 밖에 할말이 없는 것이다.


이건 결국 자신의 이익에 맞을때에는 민주적인 원칙 등을 폐기할수있다는 것으로까지 나아가게 되는데.....


현재 미국의 상황이 그렇다고 보면 되겠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의 군수 기업들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내수 시장이 살아난다면 미국인들은 이라크인들은 얼마나 죽었는지.....


별 상관하지 않게 된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라고 한다.....


(물론 미군의 사망이 그리 크지 않아야 겠지만.....미군들의 구성도 보자면 순수한 WASP는 드물고 흑인과 히스패닉이 많다고 한다.


특히나 요즘은 히스패닉 계통이 많다고 하는데.......이런식이라면 미군의 사망이 늘어도 개의치 않는 미국인들이 많을것 같다)


즉....나에게 돈이 된다면 다른 이들의 인권이나 생명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결국은 '파시즘'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파시즘의 가장 손수운 먹잇감은 물질적 탐욕, 무관심과 개인주의, 불안감이다.......'라는 말처럼.......


나치즘을 만들어 낸 당시의 독일 국민들이 무슨 악마적 심성이 있어서 그렇게 된것이 아니라......


전후 불황에 빠져있던 독일 경제를 일으켜세운 히틀러와 그 호황 속에 번영을 구가하던 시민들의 이기주의가 


함께 만들어 낸 공동작품이라고 할수있는 것 처럼 말이다.


지금의 미국의 상황을 보자면 나치와 같은 철저한 비민주적인 파시즘이 아니라......


시민의 동의를 전제로 하고......시민들의 어느정도의 열화에 힘입고 절차 민주주의에 의한 파시즘......


즉, 부드러운 파시즘이 작동하고 있다고 보는게 바로 이 책에서 내가 제일 크게 느낀 것이라 하겠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부귀영화에 빠져있는 이들이야 말로 파시즘을 창조한 괴물인 것이다. 


그리고......우리나라 역시 이런 파시즘이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것이다.


한쪽에서는 돈이 없어 엄마가 아이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 내리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서민 학생들과 같이 학교 다니기 싫다고 학교 배정에 반대하는 호화 아파트 입주자들도 있다........


이런 빈부격차의 확대와 돈이라는 기준에 의한 새로운 신분 제도의 성립은 결국 우리 사회를 파멸로 이끌어 갈 것은 자명한 터......


가난하고 소외받는 대중들이 자신들의 증오와 분노를 사회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사회내 소수자들을 향하게 만드는것이 바로 파시즘의 시작이다........


(근 10여년전부터 크게 부각되고 있는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는 이런 파시즘이 학생들에게까지 작동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과민한것인가?)


그래서 파시즘은 사회 연대의식이 부족할때 바로 독버섯처럼 피어나게 된다........


화려해보이지만, 중독으로 눈을 멀게 만들어 세상을 망치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한 것이 결국은 우리사회에 대한 것으로 돌아와버렸다.


하지만 그게 올바른 것이 아닐까?


여행의 마지막 귀결은 결국은 처음 출발한 곳이 될수밖에 없는 것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에게 모든 고민은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 관련된 것일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답은 언제나.......주위의 사람들과 굳게 손을 잡는 것이다......


(아.....횡설수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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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내용이 있는것은 아니지만.......미국을 보면서 한국을 느낄수있는 책이라 하겠다......


맨날 짝퉁만 보다가 원조 명품을 보니 짝퉁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미국의 모든 것을 베끼기만 하는 짝퉁에서 벗어나 우리의 것으로 된....그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다.




2005-02-05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