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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4-22 19:06수정 :2016-04-22 19:57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 준비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 준비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더(The) 친절한 기자들]

‘아스팔트 보수’의 아이콘 ‘어버이연합’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청와대와 국정원 심지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도 ‘검은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입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붉은 머리띠 질끈 묶고 등장하시는 어르신들의 ‘배후’에 정말 이렇게 어마어마한 세력들이 있는 걸까요? <한겨레>가 지금까지 제기된 어버이연합 관련 의혹들을 총정리해봤습니다.

우선 어버이연합 관련 의혹의 시작은 지난주 초 <시사저널>의 보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시사저널>(4월11일, 1382호)은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집회에 탈북자들을 일당 2만원을 주고 동원했으며,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이렇게 동원한 탈북자가 1259명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어버이연합 집회 회계장부’라는 것을 근거로 이들에게 2518만원이 지급됐다고도 밝혔습니다. 이 기간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반대집회를 39차례 연 것으로 나옵니다. (▶바로가기:<시사저널> 보도-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


여기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핵심 인물로 지목됩니다. 어버이연합 회장은 심인섭씨지만 실무는 추 사무총장이 도맡아 해왔다는 겁니다. 이종문 어버이연합 부회장도 “자금과 관련한 일은 추 사무총장이 전담하고 있다…(중략) 집회에 탈북자들을 동원한 일도 추 사무총장만이 답변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추 사무총장은 과거 자유네티즌구국연합과 박정희 대통령 바로알기 등의 단체에서 활동을 한 인물입니다.

<시사저널>의 보도 직후 문제의 ‘회계장부’를 두고 어버이연합은 <한겨레>에 “(당시) 함께 활동하던 (탈북자 단체 간부) 이아무개씨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어버이연합의 장부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관계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심인섭 어버이연합 회장을 취재하려하자 손으로 카메라를 막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한민국어버이연합 관계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심인섭 어버이연합 회장을 취재하려하자 손으로 카메라를 막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제 본격적으로 제기된 의혹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버이연합의 자금줄은 누구인가?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에게 일당을 주고 보수집회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일자 관심은 자금의 출처로 쏠렸습니다.
 

1. 퇴직 경찰 모임 재향경우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퇴직 경찰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였습니다. JTBC와 <시사저널>은 각각 17일과 18일 재향경우회가 탈북난민인권연합 계좌에 수백만원씩 입금한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JTBC는 2014년과 2015년 탈북난민인권연합 계좌에 재향경우회 명의로 적게는 198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까지 입금된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입금은 모두 재향경우회가 주최한 집회 전후에 이뤄졌습니다. (▶바로가기:JTBC 보도-재향경우회, 탈북자 단체 계좌에 수백만원씩…)

<시사저널>은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으로부터 “재향경우회가 입금한 이 돈은 12월에 열린 집회 참가자에게 지급된 알바비” 내지 “지급된 돈은 재향경우회가 집회에 참여한 보수단체에 보낸 알바비지 교통비가 아니었다”는 등 증언을 확보해 전했습니다. JTBC의 보도가 김 회장의 발언으로 조금 더 구체화된 것입니다. 반면 재향경우회는 “탈북자단체에 송금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재향경우회가 탈북난민인권연합에 이 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어버이연합의 역할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황상 연계 의혹이 제기됩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2015년 3월 재향경우회가 이 단체에 입금한 1200만원은 “탈북어버이연합에 지급될 돈이 잘못 들어온 것”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탈북어버이연합 대표는 어버이연합의 추 사무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두 단체가 같은 보수집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버이연합에 수천만원의 집회 참가비를 지원한 단체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시사저널>은 한 사단법인이 2014년 5월말 1400만원, 2014년 9월초 1200만원을 어버이연합에 지원한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 사단법인의 계좌는 더 거대한 의혹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바로가기:<시사저널> 보도-보수집회 알바비, 경우회·유령회사가 댔다)

2. 전경련?


이 사단법인이 곧 전경련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JTBC는 19일 전경련이 2014년 9월과 11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을 어버이연합 쪽에 건넸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한 ㅂ선교복지재단의 계좌에 전경련 명의로 거액이 입금된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이 ㅂ선교복지재단이 앞선 <시사저널> 보도에 등장하는 ‘한 사단법인’입니다. 이 계좌에서는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에게 네 차례에 걸쳐 1750만원이, 탈북단체 대표에게도 2900만원이 이체된 것으로 나옵니다. 이에 더해 ㅂ선교복지재단 관계자는 추 사무총장이 해당 계좌의 현금카드를 소유하고 통장을 관리했다고 말합니다. 이 증언에 의하면, 이 계좌는 추 사무총장의 차명계좌인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바로 가기:JTBC 보도-전경련, 어버이연합에 거액 입금 의혹…확인해보니)

이종문 어버이연합 부회장은 20일 <한겨레> 기자를 만나 “(전경련으로부터) 1억2000만원 안 받았다고는 못 한다…(중략) 솔직히 말해서 1억2000만원은 떡값 수준”이라며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인정했습니다. <한겨레> 22일치 기사를 보면, 전경련으로부터 돈이 입금될 당시 모두 ㅂ선교복지재단 계좌의 잔고가 바닥이 나있는 상태이며, 돈이 입금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관제 데모에 함께한 단체들에 ‘정산하듯’ 돈이 이체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전경련은 20일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면서도 ‘의혹을 사실상 시인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바로가기:<한겨레> 보도 - “전경련 돈 추선희 차명계좌 입금되면 기다렸다는듯 보수단체로 빠져나가”)

■청와대가 보수집회를 주문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어버이연합이 청와대와도 연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시사저널>은 20일 어버이연합 핵심 인사 ㄱ씨를 인용해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내용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의 ㅎ행정관이 지난해 12월28일 이뤄진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올 초 어버이연합에 지지 집회를 지시했는데, 어버이연합에서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목된 ㅎ행정관은 대학시절 좌파운동에 몸담았으나 이후 뉴라이트 운동으로 노선을 갈아탔다고 알려진 인물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청와대에 들어갔고, 탈북·보수단체들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ㅎ행정관은 <한겨레>에 “어버이연합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 환영 기자회견을 했다. 이것만 봐도 잘못된 보도가 아니냐”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버이연합은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어버이연합은 누구의 지시도 받은 적 없다”며 관련 보도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바로가기:<시사저널> 보도-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

그런데 22일 오후에 또 다른 상황이 추가됐습니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22일 <시사저널>에 “ㅎ행정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한 집회를 월요일(1월4일)에 열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지시가 떨어지면 (단체들 사이에서) 경쟁이 붙는다. 서로 먼저 집회에 나가려고 한다”고 ㅎ행정관의 해명을 단박에 뒤집었습니다. 추 사무총장은 ㅎ행정관이 <시사저널> 관련 보도가 나가기 직전 “전화를 걸어 ‘시사저널이 기사를 내려고 한다. 총장님이 나서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도 했습니다. 청와대와 어버이연합, 손발이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을 수 있나요. (▶바로가기:<시사저널> 보도 - [단독]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 열라고 문자 보냈다”)

“누구의 지시도 받은 적 없다”는 어버이연합의 22일 오전 기자회견 발언과 추선희 사무총장이 <시사저널>과 한 오후의 통화를 종합해보면, 청와대 쪽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은 있으나 지시는 아니었다는 셈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 벽면에 붙어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 벽면에 붙어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정원과도 연계가 있다?


마지막 의혹입니다. 어버이연합이 국정원과도 연관이 있다는 의혹입니다.

JTBC는 21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유우성씨 공판 과정에서 어버이연합이 유씨가 간첩임을 입증하는 대화 녹취와 사진 등을 수집해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중국으로 건너가 직접 자료를 수집한 인물은 탈북자 단체 관계자 김아무개씨였고, 김씨는 2015년 7월14일 유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어버이연합을 통해 국정원에 전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합니다. 김씨는 증거 자료를 수집하는 데 들어간 비용 200~300만원도 어버이연합으로 제공받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남은 의혹들?


어버이연합 쪽은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돈으로 무료급식을 해왔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22일 기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버이연합이 알바비를 주고 탈북자들을 보수집회에 동원했다는 점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남은 의혹은 몇 가지로 추릴 수 있습니다. 지난 2013년에만 서울광장 등 주요 장소에 1300여건의 집회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 어버이연합이 전경련 외 다른 단체 혹은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의혹 수준으로 남아있는 어버이연합과 청와대, 국정원의 연관성이 추가로 밝혀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뉴스들을 주목할 이유입니다. 추가되는 보도가 나오면, 더 친절한 기자들 어버이연합 ‘검은 커넥션’ 업데이트 버전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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