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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11-08 18:54
‘국정화 추진의 뒷배는 종북프레임이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다가 내린 결론이다. 국정화 추진의 목적과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는 얘기가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 같은 ‘승부사’가 지는 싸움을 ‘기획’하진 않았을 것이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을 터이다. 그게 아마도 ‘종북프레임을 통한 반대여론 무력화’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최근 새누리당 의원들이 ‘종북’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의 남자’라 불리는 이정현 의원은 국정화 반대운동이 “적화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언했고, 서청원 최고위원은 “북한의 국정화 반대 지령을 받은 단체·개인을 적극 수사해야 한다”는 데까지 나갔다. 이들은 아마 국정화 반대운동을 ‘종북’으로 매도하면 현재 크게 밀리고 있는 여론을 뒤집을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이들은 어째서 종북프레임을 이렇게 요술방망이처럼 보게 된 것일까?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종북프레임의 정치적 의미와 법률적 문제점’이 일단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함께 주최한 이 토론회는 종북프레임의 폐해와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 등 우리 사회 대부분 운동에 ‘종북프레임’을 들이대는 순간 사회적 관심이 식어버리는 현상들을 분석했다. 민변 언론위원장을 지낸 류신환 변호사는 더 나아가 ‘법원마저도 종북프레임에 흔들린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사례가 <채널에이>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2013년 5월6일 “민주언론실천시민연합(민언련) 내부에 종북 성향을 가진 핵심인사들이 있다”고 보도하자 민언련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다. 이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부장판사 장준현)는 2015년 1월14일 1심 판결에서 <채널에이>의 손을 들어주며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이유는 “(민언련처럼)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하면 종북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논리였단다.

이런 논리라면 정부의 잘못한 정책에 대한 비판 등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으려는 모든 노력을 종북으로 몰 수 있다. 요즘 새누리당 의원들이 펼치고 있는 ‘국정교과서 반대=종북’ 프레임을 예언이라도 한 듯한 판결이었다.

이런 논리가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네이버 뉴스’에서 ‘종북’이라는 단어로 1년 단위로 검색해보았다. ‘종북’ 단어를 포함한 기사는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0~6건 정도에 불과했지만, 2008년 803건, 2013년 2만4601건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6만8833건으로 급증했다. 온 나라가 종북의 홍수에 빠져버린 양상이다.

심지어 ‘통일의 꽃’으로 불리던 임수경 의원도 종북프레임의 피해자가 됐다. 토론회에서 임 의원은 “사진 찍을 때도 주변 의원들을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혹시 그 의원의 지역구에서 ‘왜 임수경하고 사진 찍었냐’고 항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국회의원도 자기검열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세력으로서는 종북프레임을 ‘요술방망이’로 여길 만하다. 하지만 민중은 지혜롭다. 연이은 종북 공세에도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은 수그러들기는커녕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어쩌면 국정교과서 공방이 지속되면서 ‘종북프레임도 만능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벌써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순간 종북프레임도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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