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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4-14 20:59수정 :2015-04-15 11:41

 

단원고 2학년 7반 고 이근형군이 생전에 남동생 하늘이(가명 5살)와 함께 찍은 사진. 고 이근형군 가족 제공

“손가락질당할까 봐 웃지 못했고
서로 자극할까봐 울 수도 없었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ㅁ빌라 106호. 청소년 8명이 비좁은 방 안에 모여 앉아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아~ 어떻게 해…”를 연발했다. 꼭 감은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길고 고왔던 엄마의 머리카락이 가위로 뭉텅뭉텅 잘려나가는 장면(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는 유가족 삭발식)을 인터넷 생중계로 지켜보던 이들은 할 말을 잃고 서로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곳에는 세월호 참사로 형제자매를 잃은 10~20대 30여명이 날마다 모여든다. 참사의 또 다른 희생자인 이들을 돌보던 안산지역 10개 사회복지관 네트워크가 지난해 11월 꾸린 치유와 추모의 공간 ‘우리 함께’다.


이들은 ‘지난 1년은 버림받은 존재 같았다’고 털어놨다. 누나와 형의 주검을 찾아 엄마 아빠가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갔을 때 집에 혼자 남았고, 동생과 언니의 장례를 치르고 오열하는 부모의 등 뒤에서 훌쩍일 때도 늘 혼자였기 때문이다.


단원고 2학년 고 남지현양의 언니 서현(24)씨는 “엄마 아빠는 진실 규명을 위해 거리로 나서고, 혼자 남은 집에서는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데도 늘 뒷전이라는 생각이 든 게 사실”이라고 힘겨운 1년을 되짚었다. 이어 “한집 건너 아는 사이인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모일 수 있었지만, 손가락질당할까 봐 웃지도 못했고, 서로 자극하지 하지 않기 위해 맘 놓고 울 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누나를 잃은 한 중학생은 “학교에서 세월호 유가족 상담한다고 선생님이 불러내실 때마다 친구들이 수군거리는 게 싫어 늘 혼자 있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희생자 형제자매들은 “지난해 4월16일 이후 집이 6채가 됐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주 모이거나 농성을 하는 광화문과 국회, 청와대 길목인 서울 청운동, 안산의 합동분향소, 진도 팽목항 그리고 세월호 선원 등에 대한 재판을 하는 광주지법 등 6곳을 가리킨다.


‘우리 함께’ 박성현(사진·사회복지사) 사무국장은 “지금껏 ‘세월호 유가족은 곧 부모’라는 인식이 강해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겪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묻혀 왔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상당수 형제자매는 부모들과 함께 행동하고 싶어하지만, 부모들은 ‘너희마저 잃고 싶지 않다. 가만히 있어 달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형제자매를 잃은 10~20대는 160여명에 이른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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