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입력 2015.11.22. 18:44


임종 못해…현철 "쇼크 올 것 같아 서거 때 곧바로 말씀 못드려"


'청와대 안주인' 시절에 '전통적 영부인' 모습 역할


83년 23일 단식투쟁때 남편 간호하며 외신에 전화로 소식 알리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현혜란 류미나 기자 =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22일 오전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에서 침묵으로 남편을 잃은 슬픔을 드러냈다.


검은 상복 차림의 손 여사는 이날 오전 상도동 자택을 떠나 10시 15분께 휠체어에 탄 채 장례식장에 도착했으며, 차남 현철 씨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의 안내로 빈소로 들어섰다.

고령에다 충격 탓인지 연방 거친 숨을 내쉬면서 부축을 받은 채 내실로 들어갔으며, 빈소를 찾은 정치인들이 일제히 일어나 머리를 숙였지만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손 여사는 내실로 들어간 뒤 비서관 등을 통해 등받이 쿠션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 내실에 6시간 가까이 머물렀던 손 여사는 오후 3시54분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차남인 현철 씨는 기자들에게 "제가 아침에 좀 말씀을 드리고 왔다"면서 "쇼크가 올 것 같아서 (새벽 서거 때는 어머니에게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셋째 딸 혜숙 씨는 "어머니께 오전 7∼8시께야 소식을 전했는데 연거푸 '춥다, 안추웠는데 춥다'는 말을 반복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원래) 안 아프셨는데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으셔서인지 무척 힘들어 하시고 손도 막 떨렸다"면서 "평생 아버님만 믿고 살아왔는데 상심이 크시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3학년 재학 중인 1951년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손 여사는 남편이 영면할 때 자택에 머무르며 임종하지는 못했다.


손 여사는 평생 야당 정치인의 아내로서 남편의 건강과 심기를 보좌한 '내조형 아내'이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청와대 안주인' 시절에도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에 나서기보다 한정된 역할에만 치중하는 '전통적 영부인'의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YS가 1983년 5월 신군부에 대항해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일 때에는 손수 김 전 대통령을 간호하며 외신기자들에게 전화해 실상을 알리는 '투사'로 변신하기도 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이 1995년 10월 현직 대통령으로서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며 국제무대에 첫 선을 보였을 때도 함께 하는 등 '기쁠때나 슬플때나' YS의 곁을 지키며 함께 역사를 만들어왔다.


손 여사는 또 1995년 우리 영부인으로는 최초로 세계여성대회 정부간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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