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의 역사적 뿌리에 대한 고찰 [한겨레] 2015.04.09

역사와 책임 / 한홍구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국가는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구하지 않았는지 못했는지 1년이 지나도 알 수 없다. 35년 전 '광주'의 충격 못잖은 충격 앞에 온 국민은 되물을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한겨레> 연재글을 묶은 '한홍구 역사논설'(부제)은 세월호 사태가 바로잡지 못한 역사에서 비롯했다고 논증한다. 다시 말하면 '세월호 사건의 역사적 뿌리에 대한 고찰'쯤 되겠다

 

저 혼자 속옷 바람으로 탈출한 이준석 선장과 겹쳐지는 역사적 장면은 익히 회자됐듯 한강 다리를 끊고 가장 먼저 도망친 이승만 대통령이다. '국민들은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라'는 거짓 방송까지 해놓고 돌아와선 되레 피난 못간 이들을 부역자로 몰아친 데서 역사는 또 뒤틀린다. '부역자 처벌'이란 이름으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이 현대사 비극의 정점. 이 순간이 "세월호의 죽음의 항로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본다. 김창룡·노덕술 등의 친일파가 주도한 부역자 처벌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센 권력자가 된 공안 세력, 그 수장이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김기춘이다. 4부 '김기춘뎐'은 유신 설계자인 그가 임명된 뒤 벌어진 내란음모와 통합진보당 해산 등 민주화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음을 통찰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우리 시민 대중들이 간직한 숨은 복원력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