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퇴와 공적심사위원 명단 공개를 촉구한다!


1. 국가보훈처는 지난 1월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에서 공적심사위원회 위원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서굉일 한신대 명예교수,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이준식 연세대 연구교수 등을 한꺼번에 해촉했다.


이들은 독립운동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성과를 낸 학자들로 인정받고 있으며, 오랫동안 공적심사위원으로 일해 온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들은 모두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참여한 학자들로서 진보적인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2. 언론보도에 따르면, 보훈처는 “공적심사위원회를 운영해오다가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위원들 일부를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의도적으로 특정한 사람들을 심사위원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보훈처는 진보학자를 교체한 배경에 대해 “역사학 전공학자를 중심으로 공적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나, 다양한 의견수렴이 가능하도록 정치학과 사회학 연구자들도 추가했다”면서 “공적심사위원은 보훈처장이 임명권자”라고 밝혔다. 독립유공자의 서훈 여부를 심사하는 일에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분으로 비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두겠다는 주장이 말이 되는가.


독립유공자의 서훈 여부 및 공적심사는 다양한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과 엄격한 사실관계와 사실에 근거한 역사인식에서 출발한다. 과거 우리는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이 무지와 정실 심사로 인해 서훈자격이 없거나 심지어는 밀정 혐의까지 있는 사람들이 보훈 대상이 됨으로써 독립유공자 서훈의 권위가 심하게 훼손한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백번 양보해서 보훈처의 주장에 일말의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교체된 심사위원들이 누구인지는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교체된 사람들이 서훈심사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 이 분야의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지 등 상식적인 기준에서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서훈 심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심사위원으로 임명되었다면, 그것은 보훈처장의 편협한 역사인식과 독단적인 행태가 드러난 것이며, 이는 그동안 보훈처가 쌓아 올린 국민적 신뢰와 국가기관으로서의 권위는 물론 독립유공자들과 그 후손들의 명예마저 손상시키는 잘못을 범하게 된 것이다.

3. 지난 연말 보훈처장의 독단적인 운영에 반발하여 사직한 장대섭 전 보훈심사위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박 처장은) 일방적으로 독립유공자들의 독립정신과 민주정신은 배제하고 안보교육에만 치중하고 있다. 강우규 의사 동상 건립이나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어떻게 반공과 대결만 강조하는 냉전적인 역사인식으로 평화와 통일이 화두인 21세기의 보훈처를 감당해낼 수 있겠는가.


또한 박 보훈처장은 작년 8월 기습적으로 안현태 전 대통령경호실장을 대전국립묘지에 안장하여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안현태씨는 전두환씨의 비자금 조성에 깊이 관여하고 대기업에서 5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인물로 국립묘지에 안치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이런 사람을 보훈처장은 국감장에서 ‘장군님’으로 호칭해 의원들로부터 지적을 받았으며, 게다가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 심사위원장이 되어 공직자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규정까지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심의 의결하여 국립묘지에 안치시켰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보여준 박승춘 보훈처장의 천박한 역사인식과 보훈관은 국가 공무원으로서의 자질과 자격마저 의심케 한다. 이는 이명박정권의 천박한 역사인식과 졸렬한 인사정책이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보훈처마저 뒤집어놓은 것이다. 교과서와 역사를 정권획득의 전리품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국민적 신뢰와 권위를 가지고 집행되어야 할 보훈사업을 맡기기에는 부적격하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이제라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다.

4. 우리는 보훈처가 교체된 심사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떳떳하게 공개하기를 촉구한다. 그래야 교체된 사람들이 심사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 등 상식적인 기준에서 자격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만일 자격이 없는 사람들로 임명되었다면, 그것은 보훈처장의 졸렬한 역사인식과 독단 때문에 그동안 보훈처가 사회적으로 쌓아 올린 신뢰와 권위는 물론 독립유공자들의 명예마저 손상시키는 잘못을 범하게 될 것이다. 보훈처는 행정의 투명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도 이번에 교체된 심사위원들과 관련된 자료를 하루빨리 공개해야 할 것이다.<끝>


2012.2.17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 한상권(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공동대표: 김영훈(민주노총 위원장)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장석웅(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정동익(사월혁명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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