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4/06/23 [19:22]  최종편집: 충청일보


150여명 집단 학살·매장 추정 사람 대퇴부 뼈·생활용품 확인


[보은=충청일보 주현주기자] 청주청원보도연맹유족회가 지난 64여년간 땅속에 묻혀 있던 보도연맹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유해발굴에 나섰다.

 
청주청원 보도연맹유족회는 23일 청주,청원지역 보도연맹원 150여명이 집단학살돼 암매장된 장소인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15번지에서 개토제를 올리고 발굴을 시작했다.
 
이날 개토제에서는 예술공장 두레이사장인 오세란씨가 추모의 춤을 올렸고,희생자 유족대표와 당시 강제 동원돼 시신을 땅에 묻은 마을주민 등이 술잔을 올렸다.
 
또 당시 마을주민이며 암매장소를 목격한 신용덕씨(86)가 나와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과 정확한 매장 장소를  증언했다.

 
유족과 연맹측은 발굴에 나선지 20여분만에 사람의 대퇴부 뼈로 추정되는 20여점을 발굴했고, 당시 국민들이 애용하던 고무신 등의 생활용품도 발견됐다.

 
이번 발굴을 주도한 청주,청원보도연맹유족회 박만순 씨는 "지난 정부에서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전국적으로 발굴을 약속하고 예산까지 배정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야무야 됐다"며 "유족들의 평생의 한과 고통을 씻어주고 전국민들에게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전국 유족회가 이승훈 당선자에게 보낸 질의서에 "한국전쟁기의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키로 약속했다"며 "청주시와 충청북도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청주청원 유족회는 이날 발견된 뼈와 유품을 가지고 이시종 지사와 이승훈 청주시장 당선자를 방문해 "적극적인 발굴사업 시행과 추념관 건립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청주와 청원지역의 보도연맹원들은 한국전쟁 직후 예비검속에 따라 청주경찰서와 청주형무소,국민보도연맹 충북도지부사무실 등에 분산 감금됐다가, 그중 일부인 약 150여명이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아치실마을 야산으로 끌려와 학살됐다.

 
특히 아곡리에서 학살된 보도연맹원들에게는 '속리산을 구경시켜 줄 테니 음식을 싸갖고 오라'는 등의 말로 현혹해 유인 집단학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충북에서는 보도연맹학살과 관련해 청원군 분터골 학살 장소는 발굴됐지만, 발국된 유해들을 모실곳이 없어 현재 충북대 유해 안치소의 차가운 바닥에 안치돼 있으며, 지난 2009년이후 학살매장 장소에 대한 고증은 있으나 발굴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청주·청원 보도연맹 사건’ 시민들이 직접 유해 시굴     한겨레 등록 : 2014.06.23 21:03

보은서 30분도 안돼 20여점  “매장 확인하는 차원…이제 정부 나서 진실확인해야”

충북 청주·청원 보도연맹유족회, 충북역사문화연대 등은 23일 충북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에서 ‘청주·청원 보도연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유해 발굴을 했다.

오전 11시 희생자 묵념, 아곡리 학살사건 보고, 주민 증언, 개토제 등에 이은 유해 발굴이 시작되자 30분도 채 안 돼 보도연맹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팔·다리뼈, 두개골 등 유골 20여점이 나왔다. 유골이 잇따라 드러나자 발굴을 중단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8년 세운 학살 안내 표지판 옆에 유골을 안치했다.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는 “정식 발굴이 아니라 유해가 이곳에 매장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차원의 시굴 형식이었다. 이제 정부와 자치단체가 나서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은군 아곡리 주민 신덕호(86)씨는 이날 발굴 현장에서 “당시(1950년 7월10일께) 군인·경찰이 논밭에서 일하던 주민들을 모두 집에 들어가게 지시한 뒤 곧 산골짜기 쪽에서 총소리와 비명이 요란했다. 이들이 뒤에 마을 청년들을 소집해 ‘빨갱이 잡아놨으니 장례 치르라’고 해 주민들이 직접 아곡리 야산 등 3곳에 시신을 매장했다”고 밝혔다. 조인식(75·광주시)씨는 “경찰에 끌려가던 아버지가 남긴 ‘내 걱정 말고 피란 잘 가라’고 한 마지막 말을 잊을 수 없다. 이젠 국가가 나서서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해 유족들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충북지역 보도연맹원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청주·청원 보도연맹유족회는 아곡리 3개 지점에 청주·청원에서 끌려온 보도연맹원 153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만순 대표는 “진실화해위원회가 2008년 보은 아곡리와 청원 낭성면 도장골, 남일면 지경골, 오창초 등 4곳의 유해 발굴을 권고했지만 이후 정부도 자치단체도 진상규명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이 기다리다 지쳐서 직접 유해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민간인 학살 사건 유족들의 피눈물을 외면하지 말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아치실마을 집단암매장지에서 사람의 대퇴부 뼈로 보이는 유골과 고무신 등 유품이 삭아내린 채 발굴됐다.     © 편집부
▲ 유해발굴 현장을 찾은 청주·청원 보도연맹유족회원들이 정부 및 충북도 차원의 발굴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