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02 15:43수정 : 2014.09.02 16:15

세월호 유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음악인 김장훈씨의 장기 단식이 ‘허구·허위’ 임을 입증하겠다며 서울 삼일교 밑 청계천변에서 2일로 이틀째 ‘실험단식’을 하고 있는 신동욱 공화당 총재 일행. 사진 왼쪽부터 한영순(59), 신 총재, 곽형준(53), 김명숙(48)씨다. 신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의 남편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현장]
신동욱 공화당 총재 등 “세월호 장기 단식, 허위 입증할터”
실험단식·닭식·폭식까지…유가족 조롱 막장 끝은 어디일까

“단식의 진수를 보이겠다. -공화당.”

“문재인 9일 단식의 허구를 입증하겠다. - 공화당.”

“김장훈·영오 단식이 허위임을 밝히겠다.”

박정희를 신으로 섬기는 이들의 퍼포먼스

2일 정오 무렵 서울 종로구 삼일교 밑 청계천변. 자기 몸을 시료로 삼아 사람이 물과 소금만 먹고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지 실험해보겠다는 이들이 앉아 있다. ‘세월호단식 실체규명 실험단식’이라는 펼침막을 내걸고서. ‘신이 된 대통령’(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표로 삼고 있는 공화당의 ‘실험단식’ 농성장이다. ‘김영오·문재인·김장훈의 단식이 허위임을 입증하겠다’는 포스트잇이 펼침막에 여럿 붙어 있다. 신동욱(46) 당 총재, 김명숙(48) 서울시당위원장, 한영순(59), 곽형준(53)씨 등 네 명이 가을 땡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신동욱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의 남편이다. 신 총재의 트위터 대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공화당은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유지 발전시키고, 5·16혁명정신을 계승하여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하여 창당 되었습니다”.

이들은 1일 ‘실험단식’에 나서는 이유를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유민 아빠(김영오씨)의 40일 단식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하여 ‘물과 소금’만으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단식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실험단식을 통해 비교해봄으로써 여러가지 의혹을 밝혀보고자 한다.” 애초 1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실험단식’엔 6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단식 6시간30분 만인 1일 오후 4시30분께 최재진씨가, 1일 밤 11시7분께 차재용씨가 단식을 포기했다. 신 총재는 “혈압이 상승하고 어지럼증이 심해 포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 총재는 세월호 관련 단식 문제로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갈등하는 상황이 안타까워 ‘실험단식’에 나섰다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 와중에 신성한 의미의 단식이 조롱거리가 돼버렸다. 합리적·논리적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고 싶어 실험단식에 나선 거다. 일반 국민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놓고 싶다.”

“신성한 단식이 조롱거리가 돼버렸다”고 조롱

신동욱 총재는 농성장 탁자에 놓인 ‘소금밥’이라 적힌 작은 통이 “가장 귀중한 것”이라며 사진에서 돋보이게 찍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이들은 ‘실험단식’의 객관성을 입증하겠다며, 문서 뭉치를 내놨다. 단식자별로 1일 단위로 혈압·체중·허리둘레·맥박을 점검한 수치를 적은 종이가 그 안에 들어 있다. “상기 본인은 세월호 단식 실체 규명 실험단식에 참가하여 단식 규정인 물과 소금 외에는 일체 어떤 것도 섭취하지 않으며, 그리고 단식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모든 사항을 본인이 책임질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도 있다. ‘실험단식’ 참가자들의 건강 체크는, 역시 실험단식 참가자이자 수간호사 출신이라는 김명숙 서울시당위원장이 맡고 있단다.

‘합리적·논리적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는 게 목표라지만, 이들의 ‘실험단식’이 겨누는 표적은 세월호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음악가 김장훈씨 등이다.

이들이 밝히겠다고 공언한 ‘여러가지 의혹’과 관련해 신 총재의 주장을 들어보자.

“저희 판단으로는 물·소금만 먹는 단식으로는 3주 이상 버티기 어렵다. 김영오씨가 40여일을 단식했다고 하는데 많은 의문이 있다. 슬픔과 의지의 힘이 강하다면 어쩌면 40일을 단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병원에 실려가는 순간 단식은 종료됐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김씨는 병원에서도 단식을 계속했다고 주장하지 않나? 그래서 이런 의문이 드는 거다. ‘도대체 단식이 뭐냐?’ 병원 단식은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유가족, 위로 받을 만큼 받은 복받은 사람들”

신 총재는 김장훈씨를 향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김장훈씨가 자기 페이스북에 ‘4일 오후 2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물과 소금도 먹지 않는 무기한 단식을 하자’고 제안해, 바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김씨는 그 뒤로 자기 페이스북에서 관련 글을 삭제했다. 나는 김장훈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4일 오후 2시 광화문광장으로 가려 한다. 김씨도 나와주면 좋겠다. 불리하면 수시로 태도를 바꾸고 조석으로 손바닥을 뒤집으면 국민이 누구 말을 믿겠냐?”(신 총재가 8월28일 김장훈씨의 단식을 ‘치킨단식’이라 비난하며 진정성을 입증할 실험단식에 동참하라고 하자, 김장훈씨는 이튿날인 8월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동욱 총재는 9월4일 2시까지 광화문 단식장으로 나오십시오. 물과 소금도 섭취하지 않는 절대단식으로 갑시다”라고 역제안한 바 있다. 김씨는 ‘단식락커 김장훈 올림’이라고 신분을 밝힌 이 글의 끝에 “참, 코미디같은 세상이네요. 희극 한편 찍어보죠”라고 적었다. 김씨의 이 글은 9월2일 현재 그의 페이스북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신 총재는 문재인 의원한테는 이렇게 ‘정치적 충고’를 건넸다. “문 의원은 누가 뭐래도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다. 동물로 치면 호랑이다. 호랑이는 숲에서 살아야지 길거리를 나다니면 안 된다. 그러다 들고양이 된다. 숲은 국회고 길거리는 광화문이다.”

신 총재는 세월호 유족들이 추석 연휴 전에 농성을 접고 “회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세월호가 침몰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호가 침몰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세월호 탓에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하소연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찌보면 복받은 사람들이다. 자녀를 잃어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에선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우리 국민이 가장 긴 기간, 100일 넘게 위로·위안해준 사건은 세월호 말고는 없다. 심지어 교황까지 와서 위로해주지 않았나? 나는 유가족들이 위로·위안받을만큼 받았다고 생각한다. 더 뭘 위로·위안할 수 있나?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이렇게 생떼를 부리니 국민들이 염증을 내는 거다. 이젠 세월호특별법 문제는 여야 협상에 맡기고 돌아가야 한다.”

조롱하는 저들보다 훨씬 많은 이들은 동조단식

서울 삼일로 밑 청계천변에서 2일로 이틀째 ‘실험단식’을 벌이고 있는 신동욱(오른쪽 둘째) 공화당 총재 일행. 사진 왼쪽 아래 노인은 청계천변을 지나다 멈춰 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한참을 대화하다 자리를 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세월호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 상징적으로는 김영오씨의 장기 단식을 폄훼하려는 이들이 신 총재 등 공화당 사람들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은 8월25일 ‘김영오씨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펼침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한 뒤, 펼침막 뒤에서 치킨을 먹는 행위극을 벌였다. 이들은 ‘단식 1일째’라는 문구를 가슴에 붙이고 닭을 뜯었고, ‘단식 3일째’에는 자장면을 먹었다. 김영오씨가 말로만 단식을 할 뿐, 뒤로는 치킨과 자장면을 먹을 거라는 간접 주장이다. 8월25일 이들이 읽은 성명서에는 나라사랑실천운동·남침용땅굴을찾는사람들·납북자가족모임·대한민국어버이연합·자유개척청년단·탈북난민인권연합·탈북어버이연합 등이 이름을 올렸다. 8월28일엔 자유대학생연합이 ‘단식투쟁보다 1만배는 더 위험한 폭식투쟁’을 하겠다고 선포했다(불행하게도 이들의 폭식투쟁은 김영오씨가 같은 날 단식을 멈춰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이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나라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촉구 천만인 서명’에 이미 400만 가까운 이들이 마음을 보탰다(9월2일 오후 2시10분 현재 거리서명 331만4837명, 온라인서명 30만8338명, 국제서명 2만2577명). ‘1일 단식’ 등 동조단식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시민도 3만 남짓에 이른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8월28일 ‘세번의 뺀찌(퇴짜)’를 맞은 끝에 어렵사리 성사된 세월호 유족과의 ‘이야기 한마당’에서 특유의 너스레로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유족한테 전했다. 청와대 인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 유가족 농성장에서 1시간 남짓 이어진 대화에서 김제동씨가 다짐하듯 한 말을 일부 옮긴다(김제동씨의 발언 내용은 <경향신문> 인터넷판이 전한 전문에서 인용했다).

“제가 어렸을 때 촌에서 자라서 그 새끼 송아지를 먼저 팔면 어미소나 아빠소가 밤새도록 웁니다. 그냥 하루만 우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 열흘을 끊이지 않고 웁니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고 막 끊어질 듯이 웁니다. 그러면 적어도 제 기억에는 새끼 소를 팔았던 우리 삼촌, 우리 동네 아저씨가(울먹이면서) 이렇게 그 다음날 아침에 담배 하나 피워물고 소죽을 더 정성껏 끓였고 영문도 몰랐지만 동네 아이들은 그 소 앞에 가서 지푸라기 들고 뭐라도 먹이려고 했어요.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고, 어떤 이웃도 어떤 사람도 저 소새끼 왜 우냐고 하는 이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소에게도 짐승에게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그 소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요. 기한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 슬픔이 멈추는 날까지 그때까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하라는 얘기는 그것은 맞지 않다.”

김제동 “새끼소 잃은 어미소도 열흘을 운다”

“우리 상가집 가보면은요. 조문하시는 분들 여러분 계십니다. 술에 취해서 국화꽃에 불 붙이는 분도 계시구요. 술에 취해서 절 한 번만하고 나오시는 분도 있어요. 두 번 해야 된다고 했더니 ‘친한 사람이라 괜찮습니다’ 그러고 가는 분들도 있어요. 양복 입고 와서 한 20분 국밥 먹고 가시는 분도 있고. 그런데 술 계속 퍼먹고 고스톱 치고 인간 망나니같이 보이는 이런 분들이 아침까지 버티다가 관들고 운구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끝까지 오래 일상 속에서 버티고 버티고 그렇게 가는 것이죠. 오래오래 편하게 아이들 생각하면서요. 특별법 제정된 날이 와서 편하고 기쁘게 적어도 그 이후에 아이들 볼 면목이 섰을 때까지. 아이들에게 여러분들의 마음이 전달될 때까지 고스톱 치면서 술 먹으면서 끝까지 끝까지 있겠습니다. 그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답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