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기자 newss@hanmail.net 2014년 06월 12일 목요일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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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교 상대 손해배상 패소 확정...김두연 전 회장 “피를 토하고 싶다”

“피를 토하고 싶다. 유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결정이다”


6년을 이어온 보수 인사의 '4.3희생자 폭도' 발언에 대해 법원이 유족들의 타는 가슴을 끝내 외면했다.

대법원 민사 2부는 김두연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등 유족 103명이 이선교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의 원심을 확정했다.


보수단체 인사인 이선교 목사는 2008년 1월10일 외교안보포럼 강연에서 제주4·3진상보고서가 이념적으로 편향되는 등 가짜로 작성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4.3유족회는 이 목사가 “희생자와 평화공원을 폭도와 폭도공원으로 내몰아 유족들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2008년 7월9일 이 목사를 상대로 2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공방은 2년 내내 이어졌고 2010년 4월8월 제주지법 제2민사부(김성수 부장판사)는 “피고가 4.3 희생자들을 '폭도' 등으로 발언 것으로 보인다”며 이 목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가 제정하고 대통령이 사과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근거없이 본인의 일방적 주장만을 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승소 판결에 당시 유족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이 목사가 항소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 목사는 항소심에서 강연에서 희생자들을 직접 거명하거나 일일이 지적하지 않아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1년  11월9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광주고법 제주민사부(방극성 제주지방법원장)는 결국 이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목사가 ‘폭동에 가담한 1만3546명’, ‘4.3평화공원은 폭도공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 목사가 4.3사건 희생자로 결정된 1만3546명 모두를 4.3당시 폭동에 가담한 폭도라고 지정했다는 유족회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며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치 않았다.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집단이 특정돼야 하고 구성원 전원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예외를 인정하는 평균적 판단이어선 적용이 힘들다.


대법에서 패소 확정 판결이 나자 6년 전 소송을 주도한 김두연 전 4.3유족회장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김 전 회장은 “4.3의 상생과 화해를 위해 보수측 공격에도 일부러 적극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6년전 진행한 소송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아 정말 서럽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3희생자와 유족들의 마음을 이렇게 짓밟을 수가 있는 것이냐”며 “대법 확정으로 더 이상 대응도 어렵다. 유족들 모두 답답한 마음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