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5-04-15 20:41수정 :2015-04-15 22:36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시
아까운 생목숨들 눈 뻔히 뜨고
검은 바다에 떼죽음으로 수장된 후
이 땅의 모든 거울은 깨진 거울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아직 하늘 보기 두렵고 땅을 걷기도 죄스러워
봄도 저만치 피멍으로 피어있다


맨 먼저 빠져나와 탐욕의 젖은 돈을 말리던 선장과
그 천하고 더러운 돈과 비루한 땅의 연쇄 고리들
사방에 뿌연 죄로 덮여 있다


고혼(孤魂)들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천길 바닷속, 어느 슬픈 심연을 떠돌고 있는지
어느 봄 어느 가을 한 줄기 햇살 되어
모질고 고통스런 이 땅에 다시 오려는지
온 영혼을 쥐어짜보아도 모든 언어가 부질없다


적당히 그럴듯한 말로 가장 추한 것을 감추고
보상이니 추모니 피 냄새 나는 지폐로
생명을 계산하는 동안
부정한 힘과 제도와 미친 속도는 여전하고
배 가라앉을 때 함께 가라앉은 진실도 양심도
망망대해 떠내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나라의 존엄은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고
한 나라의 통치는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안전한가에 있다


언제 멈출 것인가
타락한 솜씨와 노회한 바퀴들의 녹슨 삐걱임 소리
어떤 시간으로도 녹일 수 없는 분노와 슬픔으로
오늘을 호곡한다


쉽게 부르기조차 죄스러운 이름들 간절히 불러본다
비탄 아닌 봄 씨앗으로 돌아오기를
처음 진정한 꽃 생명이 되어
투명한 거울, 부디 밝은 새 길로 일어서기를 기다린다
세월호 1주기! 온 몸으로 온 심장으로 호곡한다


문정희 시인·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