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2015-03-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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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이틀 동안 찾은 메르켈 독일 총리, 하지만 일본의 표정은 그닥 밝지 않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작정하듯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침을 놓았기 때문인데요.

"동아시아 화해를 위해 어떤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 라는 질문에 메르켈 총리는 "역사적 교훈은 국민 스스로 깨쳐야 한다", "독일인인 내가 동아시아에 조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시종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숨기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뷰: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나치가 저질렀던 무서운 죄악인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끊임없이 고민한 것이 과거를 정리하고 화해를 위한 전제가 됐습니다."

이렇게 메르켈 총리가 연일 과거사 인식을 우회적으로 꼬집자 일본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과거를 겸허하게 마주하고 있으며 평화를 위해 공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반성과 사죄는 없었습니다.

[인터뷰: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과거를 겸허하게 마주하고, 비참한 전쟁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고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기여할 것입니다."

메르켈 총리가 독일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항구적인 책임을 진다"고 했을 때 나라 안팎에서 100% 찬성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독일에는 극단적 국가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정치 세력이 2만6000명쯤 됩니다.

'네오 나치'로 분류되는 위험군은 6000명에 가까운데요.

이들은 외국인과 동성애자를 혐오하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며, 나치 문양을 몸에 새기고, 히틀러를 숭배합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메르켈의 과거사 인식은 이런 세력들과의 만만찮은 싸움을 견디면서 얻어낸 성과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은 메르켈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산케이신문은 메르켈 총리가 "과거 독일의 나치 범죄행위에 대한 반성을 얘기하면서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는 일본의 과거가 나치가 행했던 행동과 혼동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산케이 신문은 "과거 전쟁에서 일본은 병사들의 폭주에 의한 전쟁 범죄는 있었지만, 독일의 나치같은 조직적인 특정 인종에 대한 박해·말살 행위 등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또 나치의 전쟁 범죄를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에서는 기소된 19명 중 16명이 '인도에 대한 죄'에 대한 유죄가 인정됐으나, 도쿄 재판에서는 아무도 이 죄를 추궁받지 않았다며 나치와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고 일본 외무상 역시 일본과 독일은 다르다며 메르켈의 발언에 선을 그었습니다.

[인터뷰: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일본과 독일은 어떤 상황에서 전후처리에 임했는지 어느 국가가 주변국인지 등의 경위가 달라 양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반응은 다릅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1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아베 총리가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들으며 난처한 듯 이마를 만지는 모습을 전하며 메르켈의 발언을 지지 했고, 우리 정치권은 반성없는 일본의 모습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김영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과오를 반성하고 고개를 숙인 독일의 참회와 성찰의 목소리가 동아시아 전체를 울리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인정은 진보를 향한 유일한 길이라는 역사학자들의 말도 일본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일본만 귀를 닫은 채 고립된 섬나라를 자초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일관계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나아가서 동북아시아를 위해서도 개선돼야 되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그러나 이제 명분 없이 우리가 받을 수는 없죠. 대원칙과 명분은 과거의 침략사처럼 일본이 그러한 모습으로 다시 거듭나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할 것이고요. 그런 메시지를 받을 때 우리가 한국과 일본이 공동된 가치를 가지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다..."

주변국들의 충고속에서도 끝까지 자신들의 과거를 직시하지 못하는 일본.

이번 메르켈 총리의 일침에 대응하는 일본의 대처방식은 오히려 자기무덤을 스스로 파는 모습으로 남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