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25 18:46수정 : 2015.01.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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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박지원(왼쪽부터), 이인영, 문재인 당대표 후보들이 신기남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의 대회사를 듣고 있다. 대구/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세현 칼럼]

지난해 세월호 침몰 이후 이어지는 대형 사건들 앞에서 청와대의 대처 능력이 바닥을 드러내자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새해 기자회견에 ‘불통회견’ 딱지가 붙고 ‘13월 세금폭탄’ 문제까지 터지면서 대통령 지지도는 30% 초반대로 떨어졌다. 여당 지지도도 동반 하락했다. 정치적 지지라는 게 한쪽에서 이탈하면 그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법인데,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그런 반사이익을 못 보고 있다. 당명에 ‘새정치’라는 수식어도 붙여봤지만, 소용없었다. 국민들은 지금의 새정치연합이 새정치를 하거나 대안정당이 될 수 있다고 봐주지 않는다는 증거다.


대선에 연달아 패배하고 지지율이 10% 중후반대를 맴돌고 있으면 응당 자기혁신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자기혁신은 털끝만큼도 안 하면서 청와대나 정부의 쇄신은 곧잘 요구했다. 일만 생기면 청와대나 정부를 호되게 비판은 하지만 “맞아. 저렇게 하면 되겠네!”라는 소리 들을 만한 대안은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제1야당이 실효적인 대안을 못 내놓는다는 것은 그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공부를 안 하고, 당 연구소도 일을 안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은 잘한다. 지난번 보선도 그런 식으로 공천했다가 참패했다. 그러니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내려가도 그것이 야당으로 넘어오지 않는 것이다.


‘사돈 남 말 하네’라는 속담이 있다. 제 코가 석 자면서 남 걱정을 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을 면박줄 때 하는 말이다. 요즘 새정치연합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작년 가을께 당 혁신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것 같은데, 무슨 비밀작업을 하는지 그 뒤 일절 소식이 없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콩가루”라느니 “박 대통령이 3대 개혁 안 하면 검은 1월”이 될 거라느니 ‘사돈 남 말’은 참 잘하고, 또 많이 한다. 물론 야당이니까 이런 비판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소 야당이라면 몰라도, 제1야당은 정부·여당 못지않은 정책대안을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대안도 없이 비판만 하는 건 새정치연합이 “못 살겠다 갈아보자”만 외쳤던 1950년대 말 민주당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지난 16일 새정치연합 정책자문단 첫 회의가 열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장차관 출신들뿐이었다. 새정치 하겠다는 정당이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자문기구를 구성한 걸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 경험, 문제 해결에 물론 도움 된다. 그러나 매사가 그렇듯이 경험만으로는 안 된다. 신선한 아이디어나 역발상이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원래 모든 조직은 노·장·청(老壯靑) 3결합으로 운영해온 것 아닌가? 새정치연합이 대안정당-수권정당이 되고 싶으면 청년들의 얘기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도 ‘새 피’들을 정책자문위원단에 수혈해야 한다. 원로들만 자문할 수 있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회의 석상에서 새정치연합을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가마솥 안에서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헤엄치는 개구리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겠는가?


새로 선출될 당 대표가 당을 대안정당-수권정당으로 만들고 싶으면 정책자문단부터 노·장·청 3결합으로 새로 구성하기 바란다. 표 끌어올 것처럼 말하는 이익집단 단체장들보다는 해당 분야 30~50대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것이 당 이미지와 정책대안 개발에 도움 될 것이다. 당 지도부도 공부해야 한다. 전문가들과 밥 먹으면서 얘기나 들어보자는 식으로 해서는 희망 없다. 당 연구소도 진짜 전문가들로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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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전 통일부 장관


당원도 아닌, 통일외교 쪽 사람이 새정치연합의 당 운영에 쓴소리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현 정부 대북정책이 금년부터라도 국민들이 안보불안감 없이 살 수 있게 해줄 것 같지 않지만, 제1야당이 대안을 가지고 정부·여당을 견제하면 그나마 상황이 좀 나아질까 싶어서다. 당이 환골탈태해서 집권하면 ‘햇볕정책 2.0’을 추진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있다.


정세현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전 통일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