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 2015.10.16  19:18:26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구성에 난항 예상…편향된 교과서 끝나 나오나 우려도

대학팀  |  news@unn.net


[한국대학신문 대학팀]“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시대의 퇴행이며, 한국 현대사에서 감사와 통제의 시기로 간주되는 소위 유신시대로 돌아가려는 시도이다”


지난 12일 교육부의 중고교 국정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 이후 역사학 교수 및 학자들의 집필 거부 운동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대학생들도 곳곳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면서 국정화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포문은 13일 교원양성대학인 한국교원대가 열었다. 이 대학 역사교육과 교수 8명 전원과 학생 96명은 집필거부 및 국정화 반대 성명을 공동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고 아예 인정 또는 자유발행체제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으며, 다른 교육자들 역시 국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하는 데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14일에는 연세대 사학과 교수 13명 전원과 경희대 사학과 교수 9명 전원, 고려대 한국사 관련 전공 교수 22명 전원이 집필 불참을 선언하며 힘을 보탰다. 연세대 교수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점에 대해 “학문과 교육이라는 안목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계산만을 앞세운 조치인 만큼, 사회와 교육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맡은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정배 위원장의 모교이자 총장을 지낸 고려대도 반발했다. 이 대학의 한국사학과와 사학과, 역사교육과 교수 18과과 고고미술사학과 4명은 최고 권력자와 정부 여당 위주로 ‘편향된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1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에 이를 제작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졸속 부실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15일에는 중앙대·한국외국어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 4개 대학 29명의 역사 관련학과 교수들이 ‘국정 한국사 교과서 제작‧참여 거부성명서’를 공동 발표 했다. 이화여대 교수 9명 전원, 부산대 교수 24명 전원, 전남대 교수 19명 전원도 차례로 성명을 냈다.


집필 거부운동에 참여한 김상범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외국 선진국들의 역사 교과서의 편찬에 있어서 창의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시기에 다시 독재 정치 시기의 국정교과서로 회귀하는 일은 미래 세대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말했다.


16일에는 단국대는 전공 교수 19명 중 연락이 닿지 않는 이를 제외한 16명 전원과 동국대 전공 교수 8명, 한남대 역사교육학과 및 사학과 교수 9명, 충북대 교수 13명이 성명에 속속 동참했다. 앞서 국정화에 반대한 대학들도 있어, 향후 집필 거부 운동은 더욱 확산되며 논란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대학 밖의 역사학자도 들고 일어났다. 한국근현대사학회와 국내 최대 연구단체인 한국역사연구회는 각각 15일과 16일 차례로 집필 거부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역사연구회는 “정부와 여당은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 선동을 일삼고 역사연구자와 역사교사들을 모독하고 있다”며 “역사의 독점과 사유화로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국민의 과거 기억을 통제하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단지 교과서 편찬제도의 퇴행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학생들도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부의 국정화 발표 당일인 12일 광화문 일대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대학생 15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14일에는 고려대 총학생회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가, 16일에는 예비 교사인 교대 사범대 학생들을 비롯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사회계열 학생회 학생들이 국정화 철회 및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대, 덕성여대 등 국정화 반대의견을 표한 대학들도 있어 다음주에도 대학가의 집필거부 운동은 더욱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발여론이 확산되자 나승일 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차관)나 일부 보수 대학생단체에서는 국정화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김정배)에서는 이미 일부 명예교수에게 내락했으며, 전담팀도 꾸리고 있다. 편향된 교과서가 나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격해지는 논란에 대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부 (학자들이) 거부하고 있지만 ‘친일 독재 미화’라는 의구심이 주(主)”라며 “우려 상황이 없으리라고 확신이 들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국사편찬위원회의 진재관 편사부장은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필진 구성이 11월 말쯤 완성되면 바로 집필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집필 거부운동에 대해서는 “우려되기는 하지만 학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필요한 인력을 국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백방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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