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희생된 부부의 유가족 단독 인터뷰와 의무기록 분석 기저질환 없는데도 결국 사망… 정부는 거짓말 일삼고 화장 부추기기만

제1067호     2015.06.22


등록 : 2015-06-22 09:13 수정 : 2015-06-22 09:21


6월19일 대전 유성구 ㄱ씨 부부의 집. 메르스에 감염돼 지난 6월3일과 18일 잇따라 유명을 달리한 노부부의 신발만이 집을 지키고 있다. 전진식 기자


우리로서도 당황스럽고 가슴 아픈 일이다. <한겨레21>이 최근 2주에 걸쳐 표지이야기에 쓴 주인공(제1065호)과 그 가족(제1066호)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으로 희생돼 모두 죽음을 맞았다. 차마 우리가 이 지면에 기록하고 싶지 않았던 슬픔이다. 메르스는 첫 번째 환자와 16번째를 거쳐 감염된 36번째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더니 그의 부인(82번째)까지 세상에서 거둬갔다. 정부는 이들을 36번과 82번의 사망이라 표현했고, 세상은 이들에게 ‘메르스 부부’란 검색어로 관심을 보였다.

<한겨레21>은 제1066호에서 소개한 남편의 죽음에 이어 그 아내의 사망에 관한 의무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한꺼번에 부모를 빼앗긴 유가족의 절규와도 직접 마주했다. 국가가 보호하지 못한 죽음 앞에서 이 부부의 자식들은 “국가의 살인”이라고, 참았던 말을 끄집어냈다. 제1065호에 썼을 때만 해도 확진 판정 상태였던 환자가 정부의 비밀주의 속에서 어떻게 생을 마무리했는지도 다시 짚어봤다. 대통령의 표현처럼 ‘중동식 독감’에 불과한 메르스에 여러 생명이 너무 빨리 삶을 재촉해 떠나고 있다.


이런 아까운 죽음들을 목격한 우린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전히 메르스 사태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공공병원을 늘리고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살아남은 자들의 과제’를 말하는 목소리도 들어봤다.


취재 전진식·이문영·황예랑·이완·송호진 기자, 편집 이정연 기자, 디자인 장광석, 디지털 편집 김양균 객원기자


버려진 텃밭에 마늘이 죽었다. 40일째 인기척이 없었다. 주인 잃은 전동휠체어는 먼지의 독차지. 마당에 쌓인 땔나무는 열불 같은 태양 아래 타버릴 듯했다. 6월19일 대전 유성구 ㄱ(83)씨의 집. ㄱ씨는 6월3일 숨졌고, 부인 ㄴ(82)씨는 보름 뒤인 18일 숨을 거뒀다. ㄱ씨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3차 감염으로 사망한 첫 희생자(36번째 환자)였다. 병실에서 남편 곁을 한 달 가까이 떠나지 않았던 부인(82번째 환자)도 메르스 감염 뒤 11일 만에 숨졌다. 부부가 메르스에 모두 희생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 한겨레21>은 제1066호(표지이야기 ‘마른하늘에 날벼락, 정부가 원망스럽다’)에서 ㄱ씨의 병원 의무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망자의 고통과 국가의 책임을 기록했다. 뒤이어 6월19일 오전 대전에서 망자들의 자녀 삼형제를 만나 인터뷰하고 ㄴ씨의 의무기록을 건네받았다. 기저질환이 없는 ‘평범한 시민’이 메르스 때문에 무너져간 기록이다. 보름이 지나도록 아버지 장례를 못 치르던 유가족들은 어머니의 죽음 앞에 넋을 잃었다. 그들한테서 “국가의 살인”이라는 말이 객담처럼 튀어나왔다.


어머니 손을 잡지 못했다


5월31일 대전 건양대병원. ㄴ씨는 남편이 격리병상으로 옮겨진 뒤 홀로 남았다. 둘째아들과 며느리·손녀, 셋째아들은 집에 별도로 격리됐다. ㄴ씨는 병원에 격리됐다. 홀로 울었다. 지난 6월9일 통화에서 그는 조카에게 말했다. “밥은 조금씩 먹어. 의사는 아직 뭐라고 안 해. 검사하는 중이야. 병실에 셋이 있어. 큰할아버지(남편) 돌아가실 때 못 봤어. 혼자 돌아가셨어. 억울해죽겠어, 갈 때도 혼자 가시고….” ㄴ씨는 더 말하지 못했다. 조카 ㄷ씨와 나눈 마지막 전화 통화였다.


이틀 전인 6월7일 ㄴ씨는 메르스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다음날 충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아들·며느리를 보지 못했다. 병원 의무기록 가운데 간호기록은 ㄴ씨가 얼마나 외로워했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전신 허약감 있음’이라는 표현이 매일같이 보인다. 남편을 잃은 부인은 마음을 잃었다. “아이고 전신이 다 아프지.” “식사하고 싶지 않아.” “기운이 없어.” “혼자 병실을 쓰게 돼 이상해.” ㄴ씨는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마디. “물 좀 줘.”


유가족들은 어머니 ㄴ씨를 만나지 못했다. 그 손을 잡지 못했다. 오직 전화 통화만 가능했다. 마지막 통화는 숨지기 하루 전인 6월17일이었다. 그날 오후 둘째아들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병원 간호사실에 전화를 다시 했어요. 간호사에게 부탁했습니다. 간호사가 전화기를 어머니 귀에 대주었어요. 어머니는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둘째아들은 어머니의 쾌유를 비는 기도 말씀을 올렸다. 어머니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큰아들도 이날 저녁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 어머니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음….” 그게 마지막이었다.


죽음의 원인이 메르스?


남편을 잃은 부인은 마음을 잃었다. “아이고 전신이 다 아프지.” “식사하고 싶지 않아.” “기운이 없어.” “혼자 병실을 쓰게 돼 이상해.”

ㄴ씨의 사망진단서. 6월18일 새벽 1시14분 사망. 원인이 박혀 있다. ‘(가) 직접사인: 호흡기능 부전, (나) (가)의 원인: 중동호흡기증후군’. 유족들은 동의할 수 없다. 호흡기능 부전의 원인은 중동호흡기증후군.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원인은? 사망진단서는 거기서 멈춰 있다. 의학은 국가를 추궁할 수 없다.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대목이다. “우리 어머니는 순수하게 피해자예요. 아무 병도 없이 건강하셨어요. 그러니까 한 달 내내 아버지 간병을 했죠. 건강하신 분이 살인당한 거예요. 살인은 국가가 한 것입니다.”


ㄴ씨는 지난 5월9일 집을 나섰다. 감기가 좀체 낫지 않는 남편이 대전 건양대병원에 입원하던 날이다. 그날 이후 노부부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사이 버려진 텃밭에 마늘이 다 죽었다. 세균성 폐렴으로 치료받던 남편의 병실에 5월28일 오후 낯선 환자가 들어왔다.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였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다. 출입문 바로 왼쪽에 있던 남편의 병상에서 보면 그 사람은 건너편 10시 방향 병상에 누웠다. 둘째아들이 그에게 식판을 올려주고 식사를 권하기도 했다. 대화도 종종 나눴다. 그 사람은 5월31일 16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됐다. 둘째아들은 지난 6월14일 자가격리 기간이 끝났지만 부인·딸과 떨어져 지금도 오피스텔에서 홀로 지낸다. “정부에서는 메르스 잠복기가 14일이라지만, 믿을 수 없어요.”


정부는 ㄴ씨의 사망을 축소·왜곡까지 했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6월18일 오전 낸 보도자료에서 ㄴ씨의 기저질환이 있다고 밝혔다. 백내장 양안 수술. 브리핑 자리에서 기자들이 추궁하자 말을 바꿨다. “82번 환자분은 우리가 추가로 확인한 것은 고혈압이 있으신 것으로 되어 있고요. 백내장 수술은 기저질환이라고 얘기하긴 어렵습니다.”(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 거짓이다. 6월8일 오전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충남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이뤄진 초진 기록에는 ‘고혈압 과거력 있음’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당시 혈압은 110/70mmHg였다. 일반적으로 정상 혈압은 120/80mmHg다. 당뇨도 없었다. 유가족들은 어머니 ㄴ씨의 백내장 수술 사실도 처음 듣는 말이라고 했다.

 

몰염치한 보건소·병원


6월18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메르스 사태’는 공공의료 확충과 병원 안 감염 관리의 중요성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 정용일 기자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6월17일 설명자료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사망자로 인하여 유족 등이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장례관리지침’과 ‘시신처리지침’을 시행하고 있음. 모든 병원이 위 지침에 따라 임종 전부터 유족과 상의하면서 최대한 유족의 뜻을 존중하며 신속하게 화장 등을 진행하고 있음.” 또 거짓이다.


ㄴ씨가 숨진 날인 6월18일 오후, 유가족들은 전화를 받았다. 유성구보건소 직원과 대전시 직원이 만나자고 했다. 장례 절차를 논의하려는 것이었다. 약속 장소에 가니 어이가 없었다. 대전시 직원은 없고 충남대병원 장례식장 직원이 있었다. 말은 더 어이가 없었다. 동석한 보건소 직원은 “시신을 화장할 때까지만 우리가 책임진다”는 식으로 말했다. 화장이 끝난 뒤에는 유가족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듣기엔 협박이었어요.” “억울하게 돌아가셨는데, 어머니한테 책임까지 지우는 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협박이라고 느낀 거예요.”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가해자 도와달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는 화장을 거부하고 분개한 거예요.”


충남대병원도 유가족들을 희롱했다. 6월18일 새벽 ㄴ씨가 숨진 뒤 유족들은 의무기록을 병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쪽은 ‘개인정보 보호 처리가 돼 있다’ ‘메르스의 경우 의무기록을 줄 수 없다는 정부 지침이 내려왔다’ ‘담당 의사의 허락이 없었다’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발급을 거부했다. 메르스 치료 환자의 의무기록을 유가족에게도 발급할 수 없다는 지침 따위는 없다. 의료법은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요구하면 의료기록을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충남대병원은 유가족들이 의무기록 공개를 거듭 요구하자 그날 저녁에야 기록 사본을 발급했다. 해명을 듣기 위해 김봉옥 충남대병원장에게 수차례 연락했다. 김 병원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어머니 명예를 되찾아달라”


유가족들은 어머니 ㄴ씨의 화장을 거부하고 있다. ㄴ씨의 사망 당일 만난 충남대병원 직원은 시간당 시신 보관료가 2400원, 24시간 기준 4만8천원이라고 했다. 유가족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우리가 내겠다”고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보상금 운운하는 보도까지 나왔다. 유가족들은 가슴을 쳤다.


“억울하게 가신 분인데, 가시는 길마저 외롭게 가셔야 합니까? 어머니가 가해자인 국가로부터 이렇게 무시를 당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국가에 의해서 희생당하신 분이에요. 죽임을 당했는데 응당의 대우는 있어야 하지 않나요?” “마치 유가족들이 물질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두려워요. 피해자인 유가족들이 돈만 원하는 것으로 비치도록 해서,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일이 벌어질까 겁이 납니다.” “부모님을 아직도 보내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 순간까지도 정부에서 이렇게 대응하는 게…. 정말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6월14일 서울 동대문상가를 방문했다. 상인들을 격려했다. 머리끈·머리핀·원피스 등을 사고 환하게 웃었다. 머리핀을 꽂는 시늉도 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만나서는 “메르스 대응을 철저히 하고 있어 안심하고 오셔도 된다. 중국에 가시면 안심하고 와도 된다고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ㄴ씨의 큰아들은 기자에게 말했다. “아버님 심폐소생술을 하다 메르스에 감염된 간호사한테 참 죄송해요. 빨리 완쾌되시기를 바랍니다.”


ㄴ씨의 주검은 영하에 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