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444

등록 :2015-04-28 20:30

 

홀로코스트 기념관 계산된 방문
관람 마친뒤 반성 아닌 ‘자화자찬’
방미 이틀째 하버드대 첫 연설
학생들 질문에 책임 회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두번째)와 부인 아키에(왼쪽)가 27일 미국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해, 2차대전 당시 일본 외교관 스기하라 지우네가 발급한 비자로 인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한 생존자들과 함께 ‘영원한 불꽃’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두번째)와 부인 아키에(왼쪽)가 27일 미국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해, 2차대전 당시 일본 외교관 스기하라 지우네가 발급한 비자로 인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한 생존자들과 함께 ‘영원한 불꽃’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일본이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공헌해야 한다는 결의를 새롭게 했다.”

미국 방문 이틀째인 27일(현지시각) 워싱턴에 도착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링컨 기념관을 둘러본 뒤 알링턴 국립묘지와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잇따라 방문했다. 미국의 수도에서 전쟁 추모 시설을 잇따라 찾아간 것은 자신의 ‘역사 인식’에 대한 미국 사회의 우려를 완화해 보려는 계산된 행보로 읽힌다.

홀로코스트 기념관 관람을 마친 아베 총리는 준비된 연단에 나서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짧게 자신의 감상을 밝혔다. 그는 “전후 70년과 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을 맞아 박물관을 방문해 엄숙한 마음가짐이 됐다. 지난 1월 이스라엘에서도 홀로코스트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결의를 표명했지만 더 한층 그런 결의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아베 총리가 입에 담은 것은 일본의 지난 잘못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아닌 ‘자화자찬’이었다. 그는 “오늘 다시 인간의 선의에 대해 희망을 갖게 하는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리투아니아에서 (일본 외교관인) 스기하라 지우네(1900~1986)가 발급한 비자로 생명을 구한 분들과의 만남이었다. 이런 일본인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느낀다. 비극도 선의의 용기도 잊혀지지 않게 일본이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더 적극적인 공헌해야 한다는 결의를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1월 이스라엘 방문에서도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 대신 스기하라를 언급한 바 있다.

“나는 일본군 성노예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라는 플래카드를 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 등이 27일 미국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앞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케임브리지/신화 연합뉴스
“나는 일본군 성노예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라는 플래카드를 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 등이 27일 미국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앞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케임브리지/신화 연합뉴스


아베 총리의 이런 태도는 이날 오전 하버드대 학생들과의 대화 자리에서도 그대로였다. 아베 총리는 한국계 2학년 학생이 던진 ‘위안부에 대한 일본 군과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인신매매의 희생이 되어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경험을 한 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 마음이 아프다. 이 마음은 역대 총리들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위안부 제도에 대해 군과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는 대신 ‘인신매매’라는 말을 통해 민간의 책임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다. 그는 이어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과 군의 간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에 대해선 계승한다고 지금까지 몇번이고 말해왔다”는 원칙적인 말을 되풀이했다.

이 자리에서도 아베 총리는 “일본은 지난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평화국가로서 70년 동안 걸어왔다” “일본이 강하고 믿음직스러운 국가가 되는 것이 리밸런스(재균형 정책)를 추진하는 미국에게 이익이 된다”고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고, “중국의 발전은 일본과 세계에게 매우 큰 기회지만,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벌이는 행동에 대해선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아베 총리가 이번 방미 기간의 첫 연설에서 이런 견해를 밝힘에 따라 29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진전된 역사 인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워싱턴 도쿄/박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번호
제목
글쓴이
304 獨 가우크 대통령, 2년만에 또다시 체코 찾아 나치 학살에 참회 /뉴시스
[관리자]
2014-05-09 3935
303 [크리틱] 봄의 좌표 / 서해성
[관리자]
2016-05-28 3894
302 테러범을 키운 것은 프랑스 자신이다
[관리자]
2015-01-21 3889
301 통곡의 바다, 절망의 대한민국 /박명림 교수
[관리자]
2014-04-24 3859
300 “신문광고에 함께할 3천명의 세월호 촛불이 돼 주세요.”
[관리자]
2016-09-02 3843
299 '진실의힘 인권상'에 문경 민간인학살 생존자 채의진씨
[관리자]
2016-06-16 3843
298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기자회견···유시민 등도 ‘형사기소 반대’ 성명
[관리자]
2015-12-02 3834
297 "교수님에게 부치는 편지"
[관리자]
2014-06-10 3823
296 민간인학살 희생자 목숨 값 깎는 대법원 / 오마이뉴스
[관리자]
2014-06-12 3812
295 “세월호 참사, 민중의 죽음은 사회적 학살” / 미디어 충청
[관리자]
2014-05-02 3812
294 "'임을 위한 행진곡' 안 부르면 5.18 기념식 불참" /노컷뉴스
[관리자]
2014-05-08 3809
293 숨진 단원고 학생 다룬 ‘잊지 않겠습니다’ 영문으로 & 박래군 대담
[관리자]
2014-08-12 3797
292 불타는 감자
[관리자]
2015-04-13 3796
291 아이들은 너희가 지난해 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관리자]
2015-12-17 3787
290 오바마 목덜미 잡고 흔드는 유대인 파워
[관리자]
2014-08-06 3787
289 김영란법 9개월째 방치 / 중앙일보
[관리자]
2014-05-20 3739
288 "세월호 가족 요구 짓밟은 여야 합의 반대한다" / 오마이뉴스
[관리자]
2014-08-08 3735
287 아베 ‘헌법해석 변경 꼼수’ 반발 부딪쳐… 과반수 이상 “집단적 자위권 반대”/문화일보
[관리자]
2014-05-19 3730
286 대법원도 끝내 외면 "제주4.3 유족에 비수" /제주의소리
[관리자]
2014-06-12 3728
285 ‘한국의 마타하리’로 불린 여인, 현앨리스의 비극적 가족사
[관리자]
2015-03-20 3723

알림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