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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김기용·김미성 수습기자

 

BBrP1A0.img?h=138&w=270&m=6&q=60&o=f&l=f© 제공: CBSi Co., Ltd. 

 

"2년 전 오늘 4월 16일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사건. 그때부터 우리 모두가 세월홉니다. 2년이 지난 오늘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날만이 아닙니다. 기억하는 날, 약속하는 날… 아직도 우리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다시 봄이 왔습니다. 더 이상 이런 아픔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희생된 분들을 위해 함께 묵상하겠습니다."


경기방송 석아윤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 합동분향소에 추모 음악이 울려 퍼졌고, 2500여명의 참석자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16일 오전 10시쯤 시작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 앞서 이미 눈시울이 붉어졌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차마 크게 소리내지 못하고 우는 시민들도 얼굴을 떨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참석자 사이사이에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란 망토를 두른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故 전찬호군의 아버지이자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인 전명선씨는 머리 숙여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입을 뗐다.


BBrOQq6.img?h=332&w=550&m=6&q=60&o=f&l=f© 제공: CBSi Co., Ltd. 


"안타깝게도 우리 가족들은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봄이 왔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내일 또 4월 16일이라는 참담한 현실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세월호냐고 묻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우리도 정말 벗어나고 싶습니다. 왜 우리 아이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이유라도 알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만 진다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2년간 고통스러웠던 세월과 기억을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전 위원장 앞에 분향소는 더욱 숙연해졌다.


"참사 당시 팽목항에는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는 없었습니다.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돼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지만, 그것은 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강제 조기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대통령과 19대 국회에서 약속했던 특검 역시 무산될 위깁니다."


이어 정부와 국회에 호소했다.


"정치인분들께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부디 진상 조사가 조기에 중단되는 사태를 막아주십시오.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되고 미수습자 9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전 위원장의 발언에 이어 제종길 안산시장,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위원장이 추모사를 읊었다.


숙연하던 분위기는 박예진(17·여)양이 언니인 故 박예슬양에게 띄우는 편지에서 울음바다가 됐다.


"언니와의 추억만 남긴 이곳은 여느때와 다르지 않게 봄이 찾아왔어. 언니는 이곳에 마지막 봄을 맞았고, 그동안 시간이 흘러 어느새 2년이 흘렀네… 평생 함께할 줄만 알았던 우리가 서로를 찾아 속삭이듯 말하는 우리가 이제 서로의 빈자리를 바라보는구나. 내가 이렇게 아파할 때면 다 괜찮아진다며 끌어 안아주던 언니의 품이 그리워. 그 손의 온기도 잊히지가 않아. 가끔 외로우면 언니의 온기가 느껴지곤 해."


BBrP1GR.img?h=366&w=550&m=6&q=60&o=f&l=f&x=434&y=125© 제공: CBSi Co., Ltd.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새 나오는 가운데 예진양은 울먹거리며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지금 우리는 언니, 오빠, 선생님들 그리고 세월호 모든 희생자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어. 우리가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아파할 때면 많은 분들이 옆에서 힘이 돼 주곤 해. 전화를 하면 받을 것만 같은 언니… 우리 언젠가 만나겠지? 함께 있을 그때의 우리를 위해 더 열심히 싸우고 힘내자. 작은 순간마저 잊지 않을게. 마지막으로 너무 사랑해.

2016년 4월 16일 말 안 듣는 동생 예진 올림."


눈물을 훔쳐내던 예진양은 이어 또다른 편지를 읽었다. 정부·여당에 보내는 편지를 읽는 예진양은 더 이상 울먹거리지 않았다.


"우리는 억울하게 떠나보낸 가족들을 위해 힘을 모아 싸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싸울 것이며 우리 모두가 끝이라고 외치는 그날까지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호라는 뼈아픈 참사는 정치에 무관심한 우리에게 정치인들의 무관심, 무능을 비로소 알게 했습니다."


예진양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말을 남겼다.


"박 대통령님. 우리 언니 오빠들이 고통에 허우적대고 있었을 때 진도를 방문하셨죠? 그때 마주친 두 눈을 기억합니다. 가장 믿었고, 힘내라고 말했던 정부가 어쩌다 우리에게 등 돌린 적이 됐을까요. 부디 본보기가 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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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식의 끝은 416가족협의회가 장식했다.


검은 옷을 차려입은 가족들이 차분하게 부른 '어느 별이 되었을까'와 '잊지 않을게'는 분향소에 고요히 울려 퍼졌고, 참석자들은 젖은 눈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그 날이 다신 반복되지 않길" 전국서 세월호 참사 추모(종합)

장아름 


"잊지 않을게" 안산 '기억식'에 2천500명 참석…팽목항·인천·광화문서 추모 물결


(전국종합=연합뉴스) 2년 전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전국에서 열렸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집중된 경기 안산시와 인천광역시, 침몰 사고와 수습 활동이 이뤄졌던 전남 진도군에서는 이날 희생자들을 향한 눈물처럼 내리는 빗속에서 각각 세월호 2주기 추모 행사가 열렸다.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에서는 이날 오전 4·16가족협의회 주최로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추모하는 '기억식'이 열렸다.


기억식에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제종길 안산시장,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4·13 총선 수도권 당선인 등 정치인부터 지역 주민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에서 2천5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오전 10시 정각 안산 전역에 울려 퍼진 추모 사이렌에 맞춰 묵념하며 2년 전 참사의 그날을 기억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다시 봄이 왔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2014년)4월 16일"이라며 "사람들은 아직도 세월호냐고 말하지만, 아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밝혀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희생된 304명은 5천만 국민의 생명과도 같다. 참사를 밑거름 삼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남 지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희생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 교육감은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희생된 학생들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행사는 세월호 사고 발생부터 2주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기억영상' 상영, 안산시립합창단 및 416가족합창단의 합창, 성우 김상현의 기억시 낭송, 가수 조관우의 '풍등' 공연, 공동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졌다.


기억식이 끝난 뒤 유가족과 시민들은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그리며 분향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기억식과 분향을 마친 후 오후 2시부터 정부합동분향소를 출발해 단원고 등을 거쳐 돌아오는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이후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으로 돌아와 희생자 추모 문화제 '봄을 열다'를 개최한다. 오후 7시부터는 단원고 정문에서 '촛불잇기' 행사를 하는 등 안산에서 밤까지 추모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단원고는 이날 학생 400여명의 자발적 참여로 비공개 추모제를 열어 존치교실을 순회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진도 팽목항에서는 전남도와 진도군 주최로 4·16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미수습자 가족들과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 등 정치인과 추모객 등 2천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팽목항 임시분향소를 참배한 뒤 함께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리며 희생자 추모 및 세월호 선체 인양을 통한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했다.


단원고 학생 미수습자인 조은하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2년 전 이 시간에 우리 딸이 엄마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을 것"이라며 "내년 이맘 때는 온전하게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미수습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추모사에서 "정부는 세월호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인양해 아홉분 모두 온전히 돌아올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양안전 제도와 형태와 의식을 혁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천주교·기독교 단체들이 팽목항을 찾아 추모 미사와 예배를 올렸다. 밤에는 불교단체에서 풍등을 날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할 예정이다.


이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경기에서는 휘슬이 울린 직후 양팀 서포터스들이 미수습자들을 기리며 9분간 응원을 멈추고 추모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경기 전 양팀 선수와 관중이 함께 묵념한 뒤 경기를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하다 스러진 '의인'들의 묘소를 향하는 추모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천주교 공원묘지에 마련된 고(故) 남윤철 교사의 묘소에는 가족과 제자, 친구 등 30여명이 모여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구하다가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숭고한 넋을 기렸다.


정부가 2년 전 세월호 참사의 후속 조처로 이날을 '국민안전의 날'로 제정함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별관 대강당에서는 제2회 국민안전의 날 '국민안전 다짐대회'가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 중에서는 일반인 사망자 유족 5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던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대회사에서 "2년 전 세월호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세월호 사고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별도 추모 순서 없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순서에 세월호 사망·미수습자를 함께 추모했으며 안전관리헌장 낭독, 안전다짐 퍼포먼스 등을 거쳐 약 15분 만에 종료됐다.


"그 날이 다신 반복되지 않길" 전국서 세월호 참사 추모(종합)© 연합뉴스 "그 날이 다신 반복되지 않길" 전국서 세월호 참사 추모(종합)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대형 문화제가 열린다.


'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를 연다.


문화제에서는 이소선 합창단, 송경동 시인, 유로기아와 친구들, 우리나라 등의 무대가 펼쳐진다.


'세월호 변호사'이자 이번 국회의원 선거 때 은평갑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당선자 등도 무대에 올라 발언한다.


주최 측은 이날 4천500명 정도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문화제에 앞서 오후 2시부터는 같은 자리에서 권나무·배영경 등이 노래한다. 문학평론가 이도흠·시인 임성용 등이 글을 낭송하는 '세월호 버스킹'도 열린다.


이어 '416프로젝트-망각과 기억'이라는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세월호 참사 2주기 대학생 준비위원회도 이날 오후 3시부터 마로니에공원에서 전국 대학생 대회를 연다. 대회에서는 학생들과 유가족이 발언하고, 풍물·노래·율동 등의 공연을 펼친다.


안산에서는 화랑유원지에 정부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오전부터 운영된다. 오후에는 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지역대회나 문화제를 마친 이들은 저녁에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기억·약속·행동 문화제에 합류할 계획이다.


 (장아름, 강영훈, 김은경, 김형우, 박철홍, 하채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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