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입력 2015.05.14. 13:45 | 수정 2015.05.14. 16:13    


16일 광주서 열리는 '2015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국제회의'서 강기훈 사례 소개

고문피해자가 재판과정서 겪는 트라우마 토론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씨의 무죄가 14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정권퇴진을 요구하고 분신한 동료의 유서를 대필해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후 24년 만이자, 2008년 1월 재심을 청구한 지 7년 만에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받은 강씨는 긴 재판 과정에서 고통을 겪고 젊음을 잃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국제 사회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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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훈씨 24년만의 무죄 확정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강기훈의 쾌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모임' 회원들과 변호인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현수막을 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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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년간의 법정 싸움의 승리 자축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강기훈의 쾌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모임'의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회원들과 변호인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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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재판과정에 참여하는 고문생존자 트라우마와 치유'를 주제로 '2015 제3회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이 국제회의에 앞서 이날 회의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상훈 변호사는 '고문피해자 구제 및 배상을 위한 과거사재판에 대한 비판'이라는 발제안에서 "지연된 재판이 잘못된 재판보다 더 해악이 될 수 있고 '재판의 지연'은 '권리보호의 거절'과 동의어가 될 수 있다"며 간암 투병으로 시간이 많지 않은 강기훈 사건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내린 국가의 사과와 재심 등 진상규명 결정에 대한 검찰의 항고와 대법원 상고 절차가 길어지면서 피해자의 고통도 장기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 역시 재심 개시 여부를 두고 3년 넘게 심리해야 할 만큼 쟁점이 많거나 증거가 복잡한 사건이 아니었다"며 "사건 접수 후 1년 넘게 선고를 미룬 것은 반국제법적이자 반역사적,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건 조작을 당한 고문 피해 당사자들에게만 무죄 증명을 요구하거나 정부나 법원이 '소멸 시효'를 이유로 배상을 거부하는 것 등 역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고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 국가폭력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와 그 치유과정에 대한 반성'이라는 발제를 통해 "사건 조작, 고문 등을 기획·명령하거나 직접 그 과정을 수행한 가해자들이 살아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만 무죄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배상 소멸 시효를 축소하거나 이미 지급된 배상금을 부당이익금으로 규정해 환수하는 등 피해자들의 배상권을 침해하는 법원의 판결과 검찰의 항소·상고 과정이 피해자들에게는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회의자료에서는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을 면담해 작성한 강영신 교수의 발제와 캄보디아, 필리핀, 터키의 '재판과정의 고문생존자를 위한 지원 사례' 등도 함께 다뤄졌다.

또 당일 특별행사로 1980년 5월 시민군으로서 도청을 사수하다가 상무대에 끌려가 고문당한 박천만씨가 과거 경험을 이야기하며 청자들과 함께 치유를 추구하는 '마이데이(MY Day)'도 기획돼 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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